삼성전자가 조직 개편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주요 사업부문 부문의 명칭에 경험(eXperience)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가져온 ‘엑스(X)’를 넣었다. 기존 대표이사 3인을 모두 교체하고, 가전·모바일 부문을 통합한 지난 7일 사장단 인사에 이은 또 한 번의 파격이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CX·MDE 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CX(Customer eXperience)는 고객 경험을, MDE(Multi Device eXperience)는 다양한 기기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을 연결해 창출하는 차별화한 경험을 뜻한다.
부서명은 단순한 호칭을 떠나 사업의 지향성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업부 명칭에서 고객 경험을 가장 중요시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미래 구상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TV·가전·스마트폰·통신장비 등 다양한 제품과 고객 니즈를 반영해 소비자에게 최적화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또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이루겠다는 전략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시점에서 고객 경험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제시한 것이 이 부회장이 강조해온 미래사업과 관련 있다고 해석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6세대(6G) 이동통신·AI·로봇 등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에는 AI와 5G·전장부품 등을 미래사업으로 선정해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 관계자는 “AI와 전장 등은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대표적인 사업”이라며 “최근 사용자 경험이 부각하면서 이 부회장도 이에 대한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단 인사에서도 고객 경험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MDE 미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인 CES 2022에서 MDE 등과 관련한 삼성의 혁신 전략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에 대해서도 사업부문 및 전자 계열사 간 업무 조율·조정, 미래먹거리 발굴 등으로 시너지 창출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로봇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CE 사장 직속으로 운영하던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선보인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 가정용 로봇 ‘삼성봇 핸디’, 서빙 로봇인 ‘삼성봇 서빙’ 등을 양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