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돌부리에 넘어져도 제 책임…사람들과 공감대 넓힐 것”

입력
수정2024.04.13. 오후 5:57
기사원문
신승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겨레S] 인터뷰
총선 출마 못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
지난 7일 경남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박용진 SNS 갈무리

“강성당원과 불화 해소 노력 부족…
이재명 대표는 통합 모습 보여야”
“윤 대통령, 민주당 승리 1등 공신
비판 싫어 닥치라고 하면 죽는 길”

4·10 총선이 더불어민주당 압승,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끝났다. 정권 심판론을 전면화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5석을 확보하고 민주당 주류를 친명계로 바꾸는 세력교체를 통해 차기 대선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반면 지난 대선 후보 경선과 당대표 경선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던 박용진 의원은 어두운 터널에 들어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민주당이 박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 공천한 정봉주·조수진 후보가 잇따라 낙마했지만 “1등 한 후보가 문제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진 않는다”고 밝혀온 이재명 대표는 끝내 한민수 대변인을 공천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로 2000년 총선에 처음 출마한 뒤 한번도 떠난 적 없는 서울 강북을에서 출마 기회를 얻지 못한 박 의원은 험지 출마 후보를 돕겠다며 서울 강남권과 영남 지역 등에서 지원 유세를 펼쳤다. 앞으로는 원외에서 정치적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총선 다음날인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그를 만나 선거 결과 분석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왜 강북을 공천을 전국 당원에게 묻나”
―총선에서 심판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부인(김건희 여사) 얘기 말고, 언론과 야당 말을 들어야 합니다. 비판이 꼴 보기 싫어 닥치라고 하면 그냥 죽는 길이에요.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들지 않은 정권의 말로는 비참했어요. 10·26 사건 전 1978년 선거에서 야당이 서울에서 이겼어요. 그래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가) 국회에 들어왔고 그걸 제명했다가 난리가 나고 비극이 벌어진 거예요. 1987년 6월 항쟁 이전 (12대 국회의원) 선거 때도 신민당 돌풍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전두환은 강압적인 국정 운영을 했고 부천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진 거예요. 결국 6월 항쟁을 맞은 거죠. 박근혜 탄핵 이전 2016년 총선 때도 180석 장담하다가 엎어져 버린 거 아닌가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아무런 변화도 안 만들었고, 결국 탄핵으로 갔어요. 지금은 더 엄중한 심판이 벌어진 것입니다. 박정희·전두환·박근혜가 겪었던 그 엄중한 민심의 심판보다 더 큰 심판이 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태도를 안 바꿔요? 그러면 더 큰 비극이 있을 거예요. 민심 무서운 줄 알아야 해요.”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역 인근에서 조재희 민주당 송파갑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는데 ‘불공정 경선’ 논란 끝에 출마하지 못했습니다.

“돌부리에 걸리는 것도 제 책임이고, 넘어진 김에 쉬어 가고 걸어온 길을 돌이키고 앞으로 갈 길을 가늠해 보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의 기본입니다. 전반적인 상황이 어이없고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선거에서 민주당이 일정한 성과를 낸 건 다행입니다. 억울하고 어이없지만 저도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격전지 지원 유세도 다니고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이니까요. 어쨌든 주인공은 승리한 후보, 승리한 정당이니까 박용진은 억울하지만 잊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봐요. 그것을 새옹지마·전화위복으로 바꿔나가는 건 저 박용진의 역할이죠. 국민께 계속 억울한 거로 기억해 달라고 얘기할 수는 없죠.”

―공천 과정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요.

“지난 8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열심히 달려오면서 잘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것도 있을 수 있으니 지금은 잘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선 과정에서 억울하고 힘든 것만 있었던 게 아니고 건강도 안 좋았어요. 처음 얘기하는 건데, 암(설암)에 걸렸고 수술을 위해 일주일 동안 입원했어요. 첫번째 1차 경선 들어가기 직전이었는데, 약해 보이고 싶지 않아 철저하게 감춰 아무도 몰랐지만…. 설 연휴 동안 입원해 수술을 마쳤어요.”

그는 혀 오른쪽 안에 푹 파인 듯 잘라낸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지금 제 바람이 있다면 국민에게 안쓰러운 정치인이 아니고 자신이 처한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안쓰러운 정치인으로 끝나면 그걸 어디에다 쓰겠어요.”

―정봉주·조수진 후보가 낙마한 뒤에도 한민수 대변인이 공천됐어요. 왜 그렇게까지 했다고 보나요?

“어쨌든 이재명 대표와 두번의 경선, 대선 후보와 당대표 경선을 끝까지 완주했는데…. 지금은 제가 별것 아니고 현실적 위협이 되는 존재도 아니지만 잠재적 경쟁자나 대항마로 인식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어요.”

―권리당원의 지지는 왜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지역구에서 (권리당원 지지엔) 문제가 없고요. 왜 박용진이 강북을 후보가 되는 문제를, 전국 당원들에게 물어야 하는 건가요? (정봉주 후보가 낙마한 뒤 민주당은 박용진-조수진 경선을 실시하면서 전국 단위 권리당원 여론조사 70%를 반영하기로 했다.) 그건 당헌·당규 위반이에요. 다만 박용진을 비판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검찰 개혁해야 하는데 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재벌 개혁 이런 것만 말한다, 자기 정치만 한다’는 것입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일에 집중하는 의원·당원에게는 제가 협조하지 않는 거로 보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당원들과 불화를 해소하려는 제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이른바 강성 당원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불화를 씻어내기 위한 노력, 그게 제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라고 봐요.”

“세력 가져라” 문 전 대통령의 조언
―당대표 경선,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뜻을 같이하는 의원이 없었어요. 너무 독야청청했던 건 아닌가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는데 ‘세력을 가져라, 세력을 만들고 보다 넓게 생각하라’고 조언하시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같아요. ‘할 말 하고 할 일 하는 건 좋은데 비주류로 끝날 거야?’ 저도 주류가 돼 결정 권한, 집행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정치를 하죠. 다만 지금까지 의정활동에서 주목한 재벌 개혁, 유치원 3법, 현대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느라 동료 의원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핑곗거리를 찾아본 건데 진보정당(민주노동당) 출신이라는 이미지, 또 재벌과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학재단 등 독한 이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화난 정치인, 성마른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계파 이런 데 들어가는 것에도 사실 관심이 없었고, 스스로 (그런 고립을) 자초한 거죠.”

―원외에서 어떻게 정치적 생존을 모색할 건가요?

“세력을 만들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요. 함께할 사람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금 낙선한 분들, 이번에 국회에 입성하신 분들과 안팎에서 그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어요.”

―민주당이 175석을 얻었고 압승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민심을 어떻게 해석하나요?

“민주당 총선 승리의 1등 공신은 윤석열 대통령이에요. 민주당이 국민의 정치적 기대나 요구를 충족시켜 대승을 거뒀다기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패,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민주당의 승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를 운영해 가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국민통합을 앞세우고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윤석열에만 집중하면 민주당이 총선 승리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의힘에선 다음 선거를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진행될 것입니다. 윤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하고, 탈당 요구까지 나올 겁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사라지면 민주당에 위기가 올 수도 있어요. 만약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 이어 두번째로 국회 권력을 다시 가졌는데 실사구시 하지도 못하고 진영 논리만 중심으로 하면서 국민통합이 아닌 극단의 정치를 계속 이끌어간다면 민주당도 국민에게 똑같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 있어요.”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건 아닌데요.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을 엄중하게 심판하면서도 의회의 판단으로 대통령 탄핵 혹은 행정권력 전면 무력화까지는 안 가는 거로 (의석을) 배분한 것이죠.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형편없는 리더십을 계속 유지한다면 국민의힘이 먼저 대통령을 버릴 거라고 봐요, 자기들 살기 위해서. 그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을 우리가 당할 수도 있으니 민주당은 집권 가능한 세력, 견제와 비판의 기능은 철저히 갖춘 야당이지만 수권 능력을 보여주는 2년이 되어야 돼요.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는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포용적이고 확장적인 정당이 되어야지 편협하고 인색한 정당으로 보여서는 안 됩니다.”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뉴스레터’를 쳐보세요.

☞한겨레신문 정기구독. 검색창에 ‘한겨레 하니누리’를 쳐보세요.

“이재명 대표 ‘인색한 리더십’ 그만”
지난 8일 충북 제천·단양의 이경용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박용진 SNS 갈무리

―이 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요?

“이재명 대표는 이번 공천 과정에서 매우 인색하고 자기중심적인 리더십을 보였고, 그 지점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봐요. 다음 대통령이 목표라면 국민통합을 위한 모습들을 보여줘야죠. 당내 통합도 해야죠. 어떻게 보면 민주당은 통합할 만한 당내 세력도 없는 상황이 된 것처럼 보이는데 좋은 게 아니에요. 이 대표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0.7% 때문에 졌잖아요. 그 0.7%를 더 쌓기 위해 당 안에서도 최대한 모으고, 당 바깥에서 더 긁어모아야 될 거 아니겠어요? 답은 분명해요. 포용·통합으로 가야지 인색하고 무자비하게 당을 끌고 가서는 안 됩니다.”

―민주당 공천제도는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시스템 공천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상황까지 갔어요. 민주당이 앞장서 도입한 모바일 투표 여론조사 공천이 10년 정도 운영됐는데 되돌아볼 시점이 됐어요. 경선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절차적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인데 지금 모바일 투표는 이걸 전혀 구현하지 못해요. 의혹과 불신을 키워요. 세금 지원을 받는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건 굉장한 문제죠. 저는 오프라인 투표로의 전환을 과감하게 생각할 때라고 봅니다. 온라인 투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스도 공개하지 않고 검증도 가능하지 않아요. 불합리한 게 다 드러났기 때문에 오프라인 투표로 전환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온라인 경선 투표를 위탁해야 합니다.”

―이 대표에게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생살 뜯어내듯이 박용진의 배지를 뜯어내는 과정에 대해 저는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심정이었지만 참고 견디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당원과 국민 가슴속에 남고 싶었어요. 선거 결과가 이재명 대표한테 좋은 결과이면서 동시에 통합·포용으로 갈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때, 이 대표와 2시간 정도 술을 나누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대표에게 비판적이죠. 이 대표가 이번 공천 과정에서 매우 인색하고 편협했다고 봐요. 이 대표 본인도 어떻게 보면 그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을 수 있으니까 별로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과정 전반에 대해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대표는 박용진과의 관계에서 세번을 다 이긴 것 아니겠어요? (대선 후보, 당대표 경선에 이어) 이번 공천 배제까지. 제가 2000년 28살에 처음 총선 출마하던 때부터 7번의 총선이 있었는데 당선의 기쁨을 맛본 건 딱 두번뿐입니다. 정치 역정은 순탄하지 않았고 지금도 한 과정일 뿐이라고 봐요. 세상을 변화시키고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해낼 수만 있다면…. 99번 패배하더라도 단 한번의 승리를 생각하면서 정치인은 앞으로 가는 것이죠.”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