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장난질에 당한 일산, 분당 반값도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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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01. 오전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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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평균거래가 12억6000만원으로 5억3000만원 일산 압도
일산, 테크노밸리는 판교보다 15년 늦게 시작
국토부, 일산 주변 택지 난개발, 전철 도로망 투자는 외면
GTX연결이 호재, 재건축-리모델링 안하면 올드타운 전락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분당신도시(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12억6000만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한강 이북의 대표 신도시 일산(고양시 동구 기준)은 5억3000만원이었다. 작년에 거래된 분당과 일산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 가격차는 7억원이 넘는다.

1990년대 분당과 일산 신도시 개발 당시 분양가는 32평형(전용 84㎡) 기준으로 5600만원 정도로 거의 비슷했다. 1991년에 입주한 분당의 시범우성 아파트(32평형)는 최근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 30년이 넘으면서 재건축 기대감까지 반영돼 강세이다. 1993년 입주한 일산 강촌마을 우방아파트(33평형)의 지난해 최고가는 7억7000만원이었다.

1990년대 ‘천당아래 분당’. ‘천하제일 일산’이라며 신도시 쌍두마차 시대를 열었던 분당과 일산의 운명이 갈린 이유는 뭘까.

2019년 5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지역 주민들이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분당, 판교 테크노밸리로 제2의 도약

분당과 일산의 교육, 공원, 쇼핑 등 각종 편의시설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산은 분당에는 없는 대규모 호수 공원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기업유치이다. 판교를 개발하면서 2006년 20만평 규모의 판교테크노밸리를 착공했다. 경기도가 자족시설 강화를 위해 요구했고 국토부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규모 축소를 요구했다. 당시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강력한 요구로 추진됐다.

저렴한 분양가로 강남 테헤란로에 산재해 있던 벤처기업 유치에 나섰다. 1000여개 기업이 입주, 한국의 대표 벤처밸리로 성장했다. 안랩,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 다음카카오,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플레이위드,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웹젠, 블루홀 등이 입주해있다. 분당 정자동 일대에도 네이버, 두산그룹, 현대중공업 R&D센터가 입주했거나 입주예정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수원, 동탄, 평택, 천안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벨트도 분당의 주거수요를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기업이 몰리면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 용인~서울 고속도로, 서울~세종 고속도로, 신분당선, GTX 등의 교통망도 발달해 있다. 교통망이 개선되면서 다시 기업과 사람이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족기능 부족 일산, 테크노밸리 분당보다 15년 늦은 시작

일자리 등 자족 기능이 부족한 일산은 판교테크노밸리를 벤치마킹한 일산테크노밸리 조성 공사를 지난해 시작했다. 26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일산테크노밸리는 바이오·메디컬, 미디어·콘텐츠, 첨단제조 분야 등의 혁신기업 유치를 목표로 한다. 사업비 8493억원이 투입되며 2024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판교에 비해 착공이 15년 뒤졌다. 판교의 성공에 자극받아 경기도 이곳 저곳에서 테크노밸리가 들어서고 있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시민들이 자치단체와 정치권을 압박하지 않으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

국토부, 일산 소규모 택지 난개발 사실상 장려

일산이 분당에 비해 자족기능이 부족한 것은 국토부와 정치인의 책임이 크다. 국토부는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산 주변을 이용했다. 그 결과, 일산 신도시는 삼송지구(2만6000가구). 향동지구(9800가구), 원흥지구(8600가구), 지축지구(9100가구), 덕은지구(4800가구) 등 중소 규모 택지지구로 포위돼 있다. 이른바 ‘쪼가리 소규모 개발’로 교통난은 점점 악화되는데도 도로, 전철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외면했다.

2019년 국토부가 창릉신도시(3만8000가구) 계획을 발표하자 일산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 3기 신도시 저지시위를 벌였다. 국토부가 일부 전철, 도로망 확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GTX 로 도약 발파, 리모델링 재건축 없으면 올드타운화

일산은 서울 접근성도 분당에 뒤진다. 도로 교통이 만성적인 정체를 보이고 있는데다 지하철도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2024년 GTX가 완공되면 ‘일산~서울역 14분 시대’가 열린다. GTX 역사가 들어서는 킨텍스 주변 ‘킨텍스 원시티’ 35평형이 17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킨텍스 원시티는 2019년에 완공된 새아파트로 GTX 기대감이 반영돼 가격이 치솟았다.

일산은 입주 30년을 맞아 재건축, 리모델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주차 등 편의시설 격차로 인해 신축과 구축 아파트의 가격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일산도 노후 아파트를 방치할 경우 일본처럼 고령자 도시, 올드타운화가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 여기다가 일산 주변에 들어서는 신축 아파트 벨트가 인구유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신도시의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내용의 공약이 내걸었다.

과천시 17억원으로 경기도 1위,


경기도 지역별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가 가장 비싼 곳은 과천시로 17억원이 넘는다. 재건축으로 새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며 경기도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 됐다. 성남 분당구(12억6000만원)과 수정구(10억1000만원), 하남시(9억2000만원), 용인시 수지구(8억3000만원) 광명시(7억1000만원), 성남시 중원구(6억9000만원), 수원 영통구(6억6500만원), 구리시(6억4000만원), 의왕시(6억원1000만원) 등이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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