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서 활개친 가짜뉴스 끝내 '위험천만한' 총기사건까지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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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12.06. 오전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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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아동 성착취 근거지' 누명 쓴 워싱턴DC 피자가게 피격

마이클 플린 NSC보좌관 내정자 아들도 관련 뉴스 퍼뜨리기에 나서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미국에서 기승을 부린 가짜뉴스가 총기사건을 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짜뉴스 내용을 철석같이 믿은 총격범이 '누명'을 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총기난동을 부렸다가 경찰에 체포됐지만,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아들도 문제의 가짜뉴스를 '증명되기 전까지는' 가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 '카밋 핑퐁'이라는 이름의 피자가게에서 에드가 웰치(28)가 공격용 소총으로 여러 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출동한 경찰에게 웰치는 "'피자게이트'를 직접 조사하기 위해 총격을 했다"고 진술했다.

웰치가 말한 '피자게이트'란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으며, 워싱턴DC 북서쪽의 피자가게 '카밋 핑퐁'의 지하실이 근거지'라는 내용의 가짜뉴스를 가리킨다.

워싱턴포스트와 CBS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 가짜뉴스의 모든 내용이 이미 거짓으로 판명됐고 문제의 피자가게에는 지하실이 없었지만, 여전히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이 피자가게에서 '비밀 지하실'을 찾겠다며 소동을 벌여 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DC 북서부의 피자가게에서 4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모여든 경찰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짜뉴스의 신봉자들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존 포데스타 힐러리 선거운동본부장의 이메일 가운데 불필요하게 '피자'가 많이 언급되고 있고 문법이 맞지 않다며 '피자'가 여자 어린이를 뜻하는 은어로 쓰였다는 억지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런 주장은 대선 과정에서 미국의 극우집단 '알트라이트'(대안우파) 사이에서 폭넓게 퍼졌던 대표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지만 여전히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총격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인 이날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클 플린의 아들인 마이클 G. 플린은 자신의 트위터에 '거짓이라고 증명되기 전까지는 피자게이트는 이야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좌파들은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과 수많은 '우연의 일치'들이 잊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대선 기간에 미국에서는 이 '피자게이트'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하도록 한 뒤 기소함으로써 자신이 3선 대통령을 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빌 클린턴도 흑인 성매매여성과의 사이에 낳은 자식이 있다'는 등의 허위 내용이 사실 여부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글을 싣는 온라인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고, 언론계는 물론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가짜뉴스가 야기하는 피해를 심각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서 지난 8월부터 대선일 사이에 콘텐츠 소비, 즉 공유나 의견표명, 댓글달기 등을 한 횟수를 기준으로 상위 20건의 '진짜 뉴스'가 736만7천 건을 기록한 반면 '피자게이트'같은 가짜 뉴스는 870만1천 건을 기록했다는 집계를 낸 바 있다.

미국 연방검찰은 지난 3월 '시리아 전자군' 소속 해커 3명을 2011년부터 약 2년간 언론사와 대학 등의 전산망을 해킹한 뒤 가짜 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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