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경제학자가 계산한 숙명여고 쌍둥이 정답 확률…"백만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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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15. 오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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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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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경 이미호 기자] [[the L][현장+]검찰, 계량경제학자 중요 증인 신청 '정정 전 답안' 표기할 확률 계산]

시험문제 유출 혐의를 받는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방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4.9/뉴스1


"정정된 문제 6개 중 5개 문제에서 정정되기 전 정답을 쓸 확률은 십만번에 4.3번 발생할 확률입니다."

통계학과 수업시간에 나온 말이 아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 심리로 열린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중요증인'으로 계량경제학자인 B교수를 불렀다.

계량경제학은 통계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경제현상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경제학이다. 가설을 세우고 그 현실적 타당성을 수학과 통계에 의해 검출한다는 점에서 기타 경제학과 차별화된다.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인 B씨는 검찰 측이 의뢰한 5개 문항에 대해 문제풀이와 의견서를 제출했고 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재판에 참석했다. 기존 경찰의 수사에 더해 보다 설득력 있는 증거를 마련하기 위해 검찰측이 준비한 "히든카드"였다.

검찰 측은 B교수에게 △자연계 시험에 응시한 특정학생이 정정된 6개 문제 중 5개 문제에서 정정되기 전 정답을 선택할 확률 △같은 학기 인문계 시험에 응시한 특정학생이 정정된 3개 문제에서 정정되기 전 정답을 선택할 확률 △두 사건이 모두 발생할 확률 △916개 영어문장 중 갑이 선택한 b문장과 을이 선택한 c문장이 시험문제에 나올 확률 △시험에 응시한 학생 218명 중 한명만 15:11이 정답인 문제를 정정 전 정답인 10:11로 적었을 확률 등을 의뢰했다.

B교수는 각 문항에 대해 10만번 중 4.3번, 100번 중 2.8번, 100만번 중 1.2번, 100만번 중 2.4번, 100만번 중 6.5번이라고 확률을 계산했다. 또 "이 확률은 공부를 어느 정도 한 학생이라고 가정한 것"이라며 "문제의 보기 5개 중 4개의 보기에 '㈀'이라는 답이 있으면 '㈀'이 없는 답을 고를 확률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숙명여고 쌍둥이들에게 유리한 가정을 했는데도 유출된 답안을 보지 않고 정정 전 정답을 답할 확률이 100만분의 1에 가깝다는 것이다. 각각의 사건들이 독립된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곱했을 경우 정정 전 답안을 보지 않았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B교수에게 "검찰이나 숙명여고 관계자가 아닌가", "수많은 계량경제학자 중 본인이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할 확률을 말해달라"고 심문했다. B교수가 검찰이나 숙명여고 관계자가 아니라고 답하자 변호인은 실제로 답이 정정된 문제들을 풀어봤는지 따져 물었다. B교수는 "문제를 풀더라도 확률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갑과 을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도출한 확률"이라고 답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답이 바뀐 문제 중 쉬운 문제가 많은데 정정 전 정답을 써서 틀린 점에 주목해 확률로 사건을 분석하기 위해 계량경제학자에게 문의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숙명여고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경향성을 분석했을 때 쌍둥이들보다 급격한 성적 변화 추세를 보이는 학생들은 없다. 숙명여고 학생들의 모의고사와 내신 점수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도 쌍둥이만큼 차이가 큰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판에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면죄부를 받으면 지위를 이용해 비위를 저지르는 교사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사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민경 이미호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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