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졌다, ‘전세 소멸’ 부추긴 금리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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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19. 오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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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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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금리 잇따라 인상되자 강남·송파 등 월세가 더 저렴

시중은행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전세대출 이자 비용이 월세보다 비싼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진 월세 내며 사는 것보다 대출 이자가 저렴한 것이 상식으로 통했고, 세입자들은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월세보다 전셋집을 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이런 통념이 깨진 것이다. 금리 인상이 ‘전세 소멸’을 앞당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의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4.7%로 이달 5대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최고 금리(4.88%)보다 낮다. 강남 3구가 포함된 서울 동남권 전·월세 전환율은 4.3%로 대출 금리 상단보다 0.5%포인트 이상 낮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가령 보증금 1억원을 월세 30만원으로 바꿨다면 1년치 월세 360만원을 1억원으로 나눈 3.6%가 전·월세 전환율이다.

작년 6월만 해도 전세대출 금리는 2~3%대였고, 서울 전·월세 전환율은 4.8%였다. 반년 사이 전·월세 전환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대출 금리는 1%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두 지표가 역전된 것이다. 정부가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커 전세대출 금리는 곧 5%를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에 이어 세종(4.9%), 경기·인천(5.8%)도 전·월세 전환율보다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월세살이가 전세보다 더 이득인 계약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이달 보증금 7억원, 월세 165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면적의 전세 호가는 12억~13억원 수준이다. 보증금 차액 5억원을 4.8% 금리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매달 이자가 200만원으로 월세 지출보다 35만원 많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라면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해야 주거비를 줄일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사람들이 전셋집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고정 지출이 적어서였는데, 금리 인상으로 이런 장점이 사라졌다”며 “보유세 급등으로 집주인들이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며 시작된 ‘전세의 월세화’가 금리 인상으로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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