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2년간 주택용으로 썼는데…공유지 포함돼 재건축 제동 [톡톡!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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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09. 오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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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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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한 한남시범에
지자체 "공원용지 포함돼
재건축 인허가 어렵다" 통보


재건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남시범아파트 전경. [사진 제공 = 재건축조합]
고급 아파트 단지로의 변신을 눈앞에 뒀던 한남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시범아파트 특성상 주택 단지 내 일부 토지가 국공유지로 돼 있는데, 서울시가 이 땅을 재건축 사업 구역 내로 편입할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재건축조합을 비롯한 주민들은 이 토지가 실질적으로 단지 내에 존재하고 있고 주차장, 놀이터, 노인정 등으로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9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용산구청은 한남시범아파트 재건축조합에 국공유지의 사업구역 편입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해당 용지는 옥수동 524 필지로 국유지다. 용산구와 협의를 거친 서울시는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사업구역 편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변경해주지 않으면 조합설립변경인가와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등 추가 인허가 절차를 밟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용산구는 주거 정비가 시급하다고 보고, 서울시와 재건축조합 간 협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은 50년 이상 아파트 단지의 일부로 활용돼왔다. 총 4개동으로 구성되며 1동과 4동 일부가 이 땅에 걸쳐 있다. 나머지 땅은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상으로는 공원 용지로 돼 있지만 공원이 아니라 주거 단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대지에 대한 지분은 정부가 갖고 건물은 입주자들이 소유하는 시범아파트의 태생적인 특성 때문이다.

한남시범아파트는 1970년 10월 준공돼 지난 20년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다. 대지권이 없어 건축허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내 시설 노후화와 주차 부족 문제 등을 호소하던 주민들이 결국 팔을 걷어붙였고, 2016년 '국유지 매수 위원회'를 자체 구성해 정부로부터 대지권을 사들였다.

2020년 8월 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재건축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5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디에이치 메종'이라는 브랜드로 올해 하반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착공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50년 이상 주택 단지로 활용된 땅을 '공원 용지'로 판단하고, 사업구역에 편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업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1동 옥상 굴뚝이 붕괴되는 등 붕괴와 화재 위험에 노출된 주민들의 주거 불안감도 가중되는 형국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향후 재건축 과정에서 한남시범아파트 전례를 밟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지임대부 주택 역시 땅과 주택의 소유자가 나뉘어 공급되기 때문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당장 싸게 집을 공급하자고 소유권을 나눠 갖게 되면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는 30~40년 뒤 분명히 갈등의 소지가 될 것"이라며 "한남시범아파트뿐만 아니라 이촌시범아파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잘 검토해 정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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