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첫 조력자살 허용...전신마비 환자 안락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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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24. 오후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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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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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합법화 국민투표 청원을 주도한 '죽을 권리' 사회운동가 마르코 카파토[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 세계 가톨릭의 총본산인 이탈리아에서 사상 첫 조력자살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 보건당국의 윤리위원회는 11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조력자살을 승인했다고 '죽을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루카 코쉬오니'가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사고 후 줄곧 병상에 누워 지낸 이 환자는 '더는 삶의 의미가 없다'며 작년 8월 조력자살을 청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2019년 9월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돕는 일이 항상 범죄는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이래 조력자살이 허용된 첫 사례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마르케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상황이 헌재가 제시한 조력자살 허용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 환자는 이 결정 이후 ANSA 통신에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며 "지난 수년간 쌓인 모든 긴장에서 드디어 자유로워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누구도 나에게 이런 조건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면서 "나는 지금 지쳐있으며, 단지 내 삶에 종지부를 찍을 자유를 원할 뿐"이라고 부연했다.

이탈리아 법은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돕거나 방조하면 최장 12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같은 이유로 통상 안락사를 원하는 이탈리아인은 스위스로 건너간다. 한해 50여 명이 스위스에서 조력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에서 조력자살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은 것은 2017년 'DJ 파보' 사건이 계기가 됐다. 'DJ 파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유명 음악 프로듀서 파비아노 안토니아니(사망 당시 40세)는 오토바이 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까지 상실하자 스위스로 건너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당시 그의 스위스행을 도운 이가 루카 코쉬오니 단체에서 활동하는 마르코 카파토였다.

카파토는 이탈리아로 돌아온 뒤 살인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사실상 제한적인 조력자살을 인정한 헌재 결정에 따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카파토는 이후 조력자살 합법화를 위한 사회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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