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쥐에 젊은 쥐 뇌척수액 넣었더니 기억력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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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12. 오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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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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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팀 치매 치료 기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확인한 영상이다. 윗부분이 아밀로이드베타 농도가 높은 부위. 미국국립보건원(NIH) 제공
젊은 쥐의 뇌척수액을 늙은 쥐에 이식했더니 기억력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젊은 쥐의 뇌척수액 속 단백질이 기억과 관련된 뇌기능을 유지하는 신경세포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토니 와이스 코레이 미국 스탠퍼드 의대 교수 연구팀은 젊은 쥐의 뇌척수액을 나이 든 쥐에 주입해 기억력을 개선시킨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노화가 진행되면 기억력이 감소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젊은 뇌의 뇌척수액이 기억력 감퇴를 비롯한 치매 치료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뇌와 척수를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 뇌척수액에는 정상적인 뇌 발달에 필요한 이온과 영양분이 포함돼 있다. 의학에서는 뇌척수액을 뇌 건강 지표나 신경계 질환의 바이오마커로 활용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 신경과학 교수인 탈 이람은 “나이를 먹으면 뇌척수액도 영향력을 잃는다”며 “이같은 변화는 기억과 관련된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생후 20개월 된 늙은 쥐에게 빛과 소리 자극과 함께 쥐의 발에 전기 충격을 지속적으로 줬다. 빛과 소리 자극만 줘도 전기충격을 받는 것처럼 몸이 얼어붙게 하는 공포기억을 심은 것이다. 그런 뒤 생후 10주 된 젊은 쥐의 뇌척수액을 공포기억이 생긴 늙은 쥐 8마리의 뇌에 이식하고 대조군 10마리에게는 임의로 만든 뇌척수액을 주입했다.

3주 후 이들 쥐에게 전기충격 없이 빛과 소리 자극을 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젊은 쥐의 뇌척수액을 이식받은 쥐는 약 40%가 공포기억을 통해 몸이 바짝 얼어붙는 모습을 보인 반면 대조군 쥐의 경우 18%만 공포기억 반응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토니 와이스 코레이 미국 스탠퍼드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젊은 뇌척수액이 노화로 인해 감퇴된 기억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젊은 쥐의 뇌척수액이 늙은 쥐의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뇌의 해마 구조를 분석했다. 해마는 뇌의 기억제어센터로 기억을 생성,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뇌나 척수에 존재하는 ‘희돌기아교 전구세포’가 신경세포의 꼬리에 와이어 구조의 수초를 생성해 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이가 들면 와이어가 손상돼 신경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기억력이 감소한다.

연구진은 뇌척수액이 기억력 향상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SRF’로 알려진 전사인자가 유전자 발현에 관여하고 희돌기아교 전구세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젊은 쥐의 뇌척수액 속 SRF가 희돌기아교 전구세포의 활동을 증가시킨 것이다. 또 SRF 신호전달을 유도하는 성장인자 ‘Fgf17’도 확인했다. 실제로 Fgf17을 늙은 쥐에게 주입하면 기억력 회복 효과가 나타났고 Fgf17을 차단하면 기억력이 손상됐다.

연구진은 “Fgf17이 노화한 뇌의 기억력 감퇴나 나아가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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