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때문에...작년 6월29일 이후 빌라 산 주민들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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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03. 오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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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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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발 후보지로 지정땐 새아파트 못받고 현금청산
“평생 모은 돈으로 빌라 한 칸 샀는데 뒤늦게 추진된 공공 개발 때문에 새 아파트 입주권은커녕 현금청산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 때문에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작년 7월 온 가족이 긁어모은 돈으로 낡은 빌라를 한 채 사서 입주했는데 갑자기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돼 현금청산 대상이 됐다”며 “전 재산 모아 산 집을 뺏기고 쫓겨난다니, 나라에서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 모습.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대신 빌라라도 사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파트 시장의 거래 절벽에도 빌라 거래량은 전년 수준을 유지되고 있다. 2022.01.03./뉴시스

현금청산이란 개발 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일정 시점 이후 취득한 부동산에는 신규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는 제도다. 재개발 사업 진행 일정에 따라 현금청산 적용 대상 여부가 갈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2·4 대책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도입하면서며서 작년 6월 29일 이후 취득한 전국의 모든 부동산을 현금청산 대상으로 못 박았다.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된 날이다. 이날 이후 집을 산 경우, 해당 지역이 나중에라도 개발 후보지가 되면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현금만 받고 주거지를 뺏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방식은 도입 때부터 큰 논란이 됐다. 어디가 사업 대상지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 한 채 잘못 샀다가 언제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위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민간 재건축·재개발도 일정 시점 이후 부동산을 취득하면 조합원 자격을 주지 않지만 사업단계가 아닌 법 개정일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다”며 제도를 강행했다.

현금청산 금액은 보통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전용면적 72㎡가 시세(30억원)보다 크게 낮은 16억원에 거래됐는데, 소유자가 조합에 아파트를 강제로 판 현금청산 거래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우 변호사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은 기본적으로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2·4 대책의 현금청산은 그런 측면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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