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돈으로 빌라 한 칸 샀는데 뒤늦게 추진된 공공 개발 때문에 새 아파트 입주권은커녕 현금청산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 때문에 살던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작년 7월 온 가족이 긁어모은 돈으로 낡은 빌라를 한 채 사서 입주했는데 갑자기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돼 현금청산 대상이 됐다”며 “전 재산 모아 산 집을 뺏기고 쫓겨난다니, 나라에서 버림받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금청산이란 개발 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일정 시점 이후 취득한 부동산에는 신규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는 제도다. 재개발 사업 진행 일정에 따라 현금청산 적용 대상 여부가 갈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2·4 대책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도입하면서며서 작년 6월 29일 이후 취득한 전국의 모든 부동산을 현금청산 대상으로 못 박았다. 공공주택특별법이 개정된 날이다. 이날 이후 집을 산 경우, 해당 지역이 나중에라도 개발 후보지가 되면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현금만 받고 주거지를 뺏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방식은 도입 때부터 큰 논란이 됐다. 어디가 사업 대상지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 한 채 잘못 샀다가 언제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위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민간 재건축·재개발도 일정 시점 이후 부동산을 취득하면 조합원 자격을 주지 않지만 사업단계가 아닌 법 개정일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다”며 제도를 강행했다.
현금청산 금액은 보통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전용면적 72㎡가 시세(30억원)보다 크게 낮은 16억원에 거래됐는데, 소유자가 조합에 아파트를 강제로 판 현금청산 거래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우 변호사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은 기본적으로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2·4 대책의 현금청산은 그런 측면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