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분양가상한제는 3기신도시 성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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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27. 오전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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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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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실상 중단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오는 10월부터 다시 시행키로 하자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치솟는 아파트값을 잡고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지만 오히려 기존 아파트값이 오르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감지된다. <머니S>는 여기저기 뒷말이 무성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정부의 집값 안정화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또 공급축소 우려·반사이익 기대감 등 각종 실효성 논란도 짚어봤다. <편집자주>

[분양가상한제, 로또아파트 잡을까-중] '풍선효과' 어디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최대 부작용은 서울 공급난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낮아지면 내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 입장에선 좋은 기회지만 결국 공급이 부족해 다른 주거상품이나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일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노후아파트나 빌라, 전세로 몰리고 아예 신도시로 이전할 수도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는 수도권 3기신도시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전역의 출퇴근시간을 30분대로 단축시키는 광역교통대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결국은 서울 새 아파트를 포기한 실수요자의 3기신도시 분산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두 부동산정책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긍정적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실상 민간 분양가상한제 자체가 서울 공급을 규제하고 3기신도시 성공을 위한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3기신도시 공급 대안되나

3기신도시 입주와 서울 출퇴근을 위한 광역교통대책이 완료되려면 빨라도 5년, 늦어도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비록 이번 민간 분양가상한제와 3기신도시 정책으로 인해 서울 공급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와 집값 안정에는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직장맘 서경아씨는 “꼭 아파트에 살지 못하더라도 서울에 남자는 생각이었는데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넓은 새 아파트가 필요해졌고 때마침 회사가 가까운 고양 창릉이 3기신도시로 발표돼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3기신도시 임대주택이나 새 아파트 당첨 기회는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만큼 다시 많은 실수요자가 높아진 집값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1기신도시와 같이 3기신도시 초기 정착주민은 낮은 임대료나 분양가의 혜택을 받겠지만 분당이나 판교처럼 성공한 신도시가 돼도 제4의 강남, 제5의 강남을 만드는 결과”라면서 “지금도 높은 분양전환가를 감당하지 못해 정부와 싸우는 기존 신도시 주민들이 있는 만큼 신도시정책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3기신도시는 정부가 원주민 땅을 수용하는 공공택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를 매입한 가격에 따라 택지비를 산정한다. 이번 민간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대부분이며 감정평가를 통해 택지비를 산출하기 때문에 공공 분양가상한제보다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택지비 산정이 더욱 깐깐해진 점이 눈에 띈다. 국토부가 분양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사실상 공시지가에 준하는 가장 ‘싼값’을 적용해 공공택지와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건축비 역시 정부가 산정한 가격에 따라 분양가에 포함한다.


◆지방광역시·전셋값도 풍선효과?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공공택지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개발·재건축으로 높은 수익성을 내던 건설업계가 안정적인 공공택지로 눈을 돌릴 수 있다.

LH에 따르면 지난 8월12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59블록 1필지 추첨분양에 182개 건설업체가 몰려 경쟁률 182대1을 기록했다. LH가 올해 분양한 ‘주택공급 실적 300가구 이상’ 업체의 청약 중에 두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사업의 경우 미분양 리스크가 낮다”면서 “재개발·재건축 파이가 줄어들면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청약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풍선효과는 전세나 지방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청약 대기수요가 전세를 유지해 전세난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공급난으로 인해 청약당첨 확률은 낮아지겠지만 분양받는 데 성공할 경우 높은 시세차익이 예상되므로 내집 마련 계획을 미루고 전세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 8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04% 오른 가운데 일부 재건축사업이 중단되거나 재건축 이주로 공급난이 우려되는 서초(0.20%), 강남(0.05%), 동작(0.11%) 등의 상승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으로 낮은 분양가의 새 아파트를 기대해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나 앞으로 전셋값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내집 마련 자금조달을 여전히 힘들게 하고 주택 공급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전세시장 불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져 지방광역시 부동산이나 수익형부동산에 투자하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안 되는 광주광역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결과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평균 지난해 968만원에서 올해 1238만원으로 30% 가까이 폭등했다. 한국감정원의 올 상반기 상업용·업무용 부동산 거래량를 봐도 전년 대비 17.2% 증가한 12만2065건을 기록해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대규모를 나타냈다.

이번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정책 취지에 따라 궁극적으로 서민의 주거안정을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7호(2019년 8월27일~9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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