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정원박람회 父子 견문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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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 6.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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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부터 시작한 10일간 황금연휴를 지내던 어느 날, 한동안 외국에서 지내던 아들이 귀국하여 父子가 여의도공원으로 정원박람회 구경을 갔다.

아들 - "아버지~ 쇼파에서 딩굴며 성룡 영화나 보지마시고, 나랑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
아빠 - "알았다... 엄마 모르게 냉장고에서 캔맥주 몇 개 꺼내서 나가자~ 조금있으면, 거실유리창 청소하라고 그럴거야~ 여의도공원에서 정원박람회 한다니까 거기로 구경가자~"

아빠 - "작년까지는 상암동월드컵경기장 앞에서 정원박람회를 열었는데,올해엔 여의도에서 한다고 하네. 이번 정원박람회 주제를 , , 우리의 정원(Gardens for you, Me and Us)로 정했다고 그러드라"
아들 - "주제가 너무 작위적이네요... 물론 여의도에서 개최하니까 그렇게 정했겠지만, 주제에 맞추느라 작가정원에 응모하는 분들은 머리 아펏겠어요~"
아빠 - "박람회마다 공모방식이 조금씩 틀린데, 고양국제꽃박람회는 5월에 개최하니까 다양한 꽃을 이용한 화려한 정원이 당선되는 편이고, 9월 말에 같이 열리는 경기정원박람회는 실제 주택정원에 적당한 작품을 선정하고, 서울정원박람회는 공모주제에 따른 실험적인 정원에 높은 점수를 준다고 하드라. 세군데가 조금씩 성격이 다른거지."
아들 - "정원이라는 단어가 행사의 메인 타이틀이라면, 그냥 정원 디자인, 꽃, 나무, 시설물에 대한 평가해서 선정하면 될텐데 복잡하네요? 그리고 정원 boom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땅덩어리도 좁은데 왜 따로 개최하고있나요?"
 아빠 - "그거야 정원조성비용을 주는 기관이 다르니까 따로 개최할 수밖에 없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원 만드는 비용을 스폰서 해줄 파트롱 patron 문화가 아직 없어서 그래"

아빠 - "우리가 부자 父子 니까 제일 먼저 '아빠와 나' 라는 정원을 보자꾸나.
작품개념은  
아빠가 세월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희생하며 가족에게 편안한 쉼터를 내어주고, ‘너(아들, 딸, 아내)’에게 서툴고 내색하지 못했던 감정, 하지만 그 내면에는 ‘우리(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있었다.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서로가 지금껏 걸어온 그 길을 한 번쯤 생각해본다. 으로 설명했구나. 어때? 작가의도가 잘 표현된 것 같냐?"
아들 - "거친 담장 소재가 인상적이네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겠지만, 과연 정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네요. 물론 거칠고 단단한 소재도 필요하겠지만, 조형물이나 기념공원이 아닌 정원에 대규모로 설치하기엔 부담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빠의 질곡진 삶의 궤적을 자식들에게 너무 강조하는 것 같아요. 우리 땐 이랬는데 너네들은 복에 겨워서~ 라고 말씀하시는 느낌이랄까?"

slate를 다른 정원에서도 썼던데, 담장이 너무 두꺼워서 들어서는 순간 불편하고 혼란스러워요. 덩굴식물이 덮기 전에는 풀 한포기 자랄수 없을거구요. 둔탁한 집성목 벤취는 1년 정도 지나면 망가질텐데, 관람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수 있어요."
아빠 - "너 말에 설득당하려고 하는데,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냐? 작가란 자기 생각을 자기만의 수단으로 표현하는 게 본업인데, 그 수단이 너에게 낯설다고 불편해 하면 니 수준이 낮은 걸 드러내는 거야~"

아빠 - "다른 델 가보자. 여긴 멋진 pond가 있네. 작가의 설명은 '정원은 그 이름 (blue garden) 만으로도 아름답고 즐거운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블루가든은 작은 공간이지만 무한한 풍경을 만드는 정원이다. 블루스페이스는 20㎝ 깊이의 얕은 수공간으로 정원의 풍경과 그 너머의 풍경을 흡수, 반사하여 공간을 확장시킨다.' 으로 되어 있네. 청년 정원 비평가님, 어디 한 말씀 해보시지?"
아들 - "아까부터 궁굼했는데요... 천만 시민을 자랑하는 대도시인 서울시에서 하는 행사인데 정원의 규모가 왜 이렇게 조그만 해요? 정원을 만들 수 있는 크기가 60m2 이내라고 하던데, 정원작가의 디자인 컨셉을 연출하기엔 너무나 소박한 공간이네요~"
아빠 - "아직 정원에 대한 관심이 적으니 예산을 맘껏 쓸 수 없을테고, 시민들이 많이 들리는 대규모 공원 구석에 공모에 당선된 정원을 만들어야 하니까 그렇게 된거지. 이제겨우 세번째 정원박람회니까 외국하고 비교하면 안되지."
아들 - "그런가요? 왜 우리나라는 정원에 대한 관심이 요즘
들어서서야 생긴건가요?
아빠 - "내 생각으로는 그동안 먹고 살기 바뻤고, 시민들이 정원 만들 땅 한 평 갖기엔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랬겠지. 아파트공화국에 사는 우리는 정원을 사치품으로 여긴 게 아닐까? 역설적으로는 4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에 살고 있으니까, 굳이 정원을 만들어 즐길 이유가 없었던 거지. 잠깐 눈을 들어 가까운 앞산을 바라보면 좋은 경치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 니가 잠깐 나가 있는 그동네랑 자연환경이 다른거지. 거기서야 이거저거 사다가 정원을 꾸미진 않으면 음산하고 기괴하기까지 할테니까. 그 동네 배경으로 한 영화보면 바로 느낄수 있다니까."
아들 - "나도 아빠 생각에 설득당하려고 하네요. but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주 깊게 생각하고 이거저거 해보고 하다 보니, 정원식물이나 용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면서 멋진 정원을 가꿔가는 순기능은 평가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아빠 - "맞는 말이야. 그치만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압축성장하느라 정원에 신경쓰지 못했지. 차라리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공원park 만드느라 바뻤다니까. 좋찮아? 시민 모두를 위한 정원인 공원을 만들었지. 한강둔치나 대규모 경기장 부근부터 시작해서 쓰레기 산까지 빈 땅에다가 큰 나무들을 심었고, 잔디밭을 만들어 모든 시민들이 즐기도록 했지. 어때? 우리 사회가 자랑스럽지?" 
아들 - "인정해요. 하지만 그건 아빠 생각이시고요,,,"

아들 - "slate를 pond바닥에 깔려면 메지가 안보일 정도로 가득 채워야지, 시멘트가 더 많아보여요. 바닥 드레인은 목욕탕에서 쓰는 스텐레스제품이네요? ^^"

아들 - "경계부위를 이렇게 어정쩡하게 처리하면 그 어떤  디자인 이론을 동원해도 어색하죠?"

아들 - "디자인 컨셉은 좋지만 정원 만들면서 치밀한 shop drawing이 없으니까 벽돌 쌓다가 땜빵이 생긴거구요"
아빠 - "얌마... 그건 정원 만드는 시간을 불과 30일만 줘서 그렇지. 한 달동안 정원 만드는 곳 조사하고, 자재 구하고, 자리 잡다보니 그런거지."
아들 - "그렇다고 저렇게 시멘트벽돌에 흰색 페인트를 발라요?"
아빠 - "아까 설명해 줬잖아. 정원 만드는 공사예산이 작아서 그렇다고."
아들 - 그리고 하나 더 따져본다면 "reflection pool'은 저렇게 ground level보다 깊게 만들면, 주변 풍경을 담아내기 어렵죠. "

아들 - " 물을 보여줄거면 이렇게 하는게 어떨지? 공사비는 맞출 수 있을걸요?"

아빠 - "여긴 니 마음에 딱 들겠네. 단순하지만 깔끔하고 대나무나 구조물이 제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으다."
아들 - "그러네요~ 박람회의 기능이란게 이렇게 멋진 디자인을 보여주고 관람객이 영감을 얻어 자기 정원에 적용해보는 게 박람회의 중요한 역할인데, 와서 보고 가족들이랑 selfie나 찍고 그냥 가버리는 거 같아요~"
아빠 - "나오는 곳에 은행나무가 서 있네? 저건 어떻게 생각허냐?"
아들 - "그것도 모르세요~아마도 주최측에서 은행나무가 심겨져 있는 저 곳을 제공했겠죠? 작가는 입구에서 부터 자리를 잡다보니.. 나오는 곳에 떡 하니 은행나무가 가로막고 있는 거구요. 1m만 옆으로 자리 잡았어도~"
아빠 - "저 정도 떨어져 있음 괜찬은데 머~"

아들 - "첫째, 두번째 단 아래는 막혀 답답한데, 세번째 계단 아래는 적당히 틈을 둬서 다행이네요."

아들 - "느닷없이 원형 기둥은 왜 만들었을까요? 바닥포장패턴과 안 어울려요."
아빠 - "그러고 보니 그렇다만, 디테일만 보지말고, 전체를 봐봐~"
아들 - "The Devil is in the details라는 속담도 모르세요?"

아들 - "흰색 장식이 늘어진 거죽이지 않냐? 눈감고 가만히 있으면 고향 툇마루가 생각나는 듯~"
아들 - "작년 늦 가을에 외갓집에서 봤던 꼿감이 떠올라요"
아빠 - "먼 소리야? 여긴 흰색인데?"
아들 - "흰색 장식이 늘어진 거 보세요. 마치 꼿감 무게를 못이긴 모습을 재현한 거 아닐까요?"

아들 - "흰색 장식이 늘어진 모습을 보니, 딱 외가집 꼿감이~ 떠올랐어요. 발길이 닿은 곳도 재미 없구요"

아빠 - "이런 삐딱한 청년이 있을까? 흰색 경계 안쪽을 봐야지?"
아들 - "아니죠. 공모에서 뽑힌 작품이라면, 못 하나 박을 때나, 풀 한포기를 심을 때도 정성을 다해야죠? 지금껏 배운 게 그런 기본 원칙인데요?"

홍태식
홍태식

조경CUMMUNICATOR로 조경, 생태복원, 정원, 경관 등을 리뷰하고 비평하는 글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