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동에도…보수단체가 매년 퀴어축제 금지신청 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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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28. 오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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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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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퀴어퍼레이드 앞두고 집회금지가처분신청 또 제기
2015년·2016년 가처분신청·고발 있었지만 기각·불기소
조직위 “‘퀴어=음란’ 낙인 찍기 위한 반복적 문제 제기”


지난해 7월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모습. 박종식 기자
지난 21일 연속 강연회를 시작으로 6월1일 서울광장 서울퀴어퍼레이드까지, 올해로 20돌을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그런데 축제 소식과 동시에 올해도 변함없이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 쪽으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서가 날아들었다. ‘퀴어 퍼레이드가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한 공연’이라는 게 가처분 신청의 골자였다. 조직위는 ‘퀴어퍼레이드가 음란행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판단에도 ‘퀴어=음란’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해 가처분신청과 고발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위는 24일 “보수기독교단체 등 4곳과 26명의 개인이 ‘6월1일 서울퀴어퍼레이드를 금지해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 난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서가 조직위 사무실로 송달됐다”고 밝혔다. 조직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들은 ‘아동과 청소년은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고, 퀴어퍼레이드와 같은 성소수자들의 집회 행위는 아동 청소년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는 유해 행위’라는 이유로 퀴어퍼레이드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광장 반경 500m 안에서는 퀴어퍼레이드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7월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모습. 박종식 기자
조직위는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집회 방해 행위’로 보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여러 단체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음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고발 등이 잇따랐지만, 법원과 수사기관이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이번 가처분신청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방해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내보이는 것”이라며 “2015년에도 축제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공연음란, 경범죄 등을 핑계로 하는 고발과 가처분 등이 있었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과 기각 결정을 받았다. 모두 혐오를 기반으로 한 왜곡된 프레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직위의 설명대로 퀴어문화축제가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당하거나 축제 관계자가 검찰에 고발당한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직위는 2015년 6월 ‘참여자가 속옷만 걸친 채 전신을 노출하고 공연히 음란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5월 현재까지 4건의 고발과 가처분신청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2015년 당시 검찰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법에서 규정하는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2016년 6월 ‘서울광장의 공연음란행위는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고 제기된 집회금지가처분 신청 역시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쪽에서) 공연음란죄 등의 혐의로 고발이나 가처분을 넣었다고 밝히면, 사람들의 인식에 고발과 가처분이라는 단어는 남지 않고 음란이라는 단어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낙인 효과를 의도하고 고발 및 가처분 신청을 하고, 그 사실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슬로건. 서울퀴어문화축제 누리집 갈무리.
이런 분위기 때문에 지난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성소수자·난민 등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반대 움직임이 과거보다 더 조적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제3자의 집회 방해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라’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매년 성소수자 최대 축제인 퀴어문화축제 기간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 쪽으로부터 폭행 등의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집회의 자유는 소수집단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회 공동체로부터의 고립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며 “유사한 집회가 전국 또는 지역 단위로 개최되면서 적법한 집회의 보장과 제3자의 방해로 인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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