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싼 외곽으로… 서울시민, 노원·은평구로 이사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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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09. 오전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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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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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 맴돌던 이사행태 변화

다른 구 아파트行 작년 2만건
같은 구로 이사건수 첫추월

노원, 아파트 신규매매 1위
다른 구에서 전입한 비중도
지난해 처음으로 40% 돌파

빌라까지 합치면 은평구 1위


◆ 집값發 인구이동 ◆

서울 25개구 가운데 지난해 `관할 시도 내 매매`(다른 구에 살던 시민이 아파트를 사들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8일 오후 전경. [박형기 기자]
서울 양천구 소재 아파트에서 30년 가까이 거주한 A씨는 최근 서울 강서구에 있는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다. 양천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던 A씨는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더 늦기 전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해 구를 옮겨 아파트를 사는 선택을 했다. A씨는 "익숙하지 않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현재 보유한 돈으로 살던 곳 근처의 집을 사는 일이 불가능해졌다"고 회고했다.

집값 급등으로 거주지 이전 방식이 변화하면서 서울 거주민들이 살던 지역을 떠나 외곽지역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가진 돈으로 살던 지역 인근 아파트를 사는 건 불가능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현실이 된 셈이다. 8일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거래 현황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관할 시도 내 매매'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지역은 노원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1849건을 기록한 노원구뿐만 아니라 성북구(1309건) 구로구(1218건) 강서구(1042건) 서초구(1035건) 등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할 시도 내 매매는 해당 구에 매물로 나온 가구를 다른 구의 서울 시민이 사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원구 아파트 거래에서 관할 시도 내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지난해 노원구 아파트 매매 4434건 가운데 다른 구 출신이 매매한 관할 시도 내 매매 비중은 41.7%였다. 2017~2020년 해당 비중이 27.5~34% 수준이었던과 비교하면 최대 14.2%포인트 증가했다.일반 주택 매매 역시 서울 외곽지역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서울 거주민이 가장 많이 옮겨간 지역은 2990건 매매가 이뤄진 은평구로 조사됐다. 강서구(2172건) 도봉구(2452건) 성북구(2479건) 송파구(2550건) 등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뒤를 이었다.

외곽지역 매매가 주를 이룬 것은 수요자들이 '부동산 광풍' 속에서 그나마 저렴한 가격으로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거·교육 환경이 더 나은 곳으로 옮기는 것을 상향 이동이라고 하고, 반대의 경우를 하향 이동이라고 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하향 이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조사에 따르면 노원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2391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 25개구 중 6번째로 낮은 가격이다. 노원구뿐만 아니라 금천구(6억5459만원) 중랑구(6억5587만원) 도봉구(6억8776만원) 구로구(6억9135만원) 강북구(7억297만원) 등 서울 외곽지역에 저렴한 아파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다른 구로의 이동이 늘어난 데에는 주택가격 상승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가령 서울 전세 거주민이 가지고 있던 보증금으로 집을 사려면 외곽지역 혹은 경기도로 옮기거나 평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원구로의 이동에는 아파트 물량이 많다는 점과 재개발·교육 환경 등 요인 역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가구 수는 16만582가구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많다.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역시 8만9848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내 집 마련을 할 때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과 자녀 교육 환경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많은 수요자들이 노원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 매매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송파구 역시 주택가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송파구의 경우 잠실처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빌라, 단독주택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아파트 거주지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주거 환경이 우수한 지역으로 옮기는 '상향 이동'은 서초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가운데 구를 옮겨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지역은 서초구(1035건)로 집계됐다. 고 원장은 "강남구는 지역에 따라 집값 편차가 심한 반면 서초구는 주거지역별로 편차가 거의 없다"며 "강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초구가 젊은 층이 상향 이동으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할 시도 내 매매 분석' 통계만으로는 매입 방식, 실제 거주 여부 등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고, 고령자 가운데는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매도하고 현금을 확보한 뒤 보다 저렴한 주택 지역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수요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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