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랑법』 우리도 사랑이 뭔지 알아요.

프로필

2018. 7. 16. 13:09

이웃추가
우리들의 사랑법

저자 김본

출판 도서출판새얀

발매 2018.06.15.

상세보기

『우리들의 사랑법』 제목이 주는 신선함과 약간의 설렘 그리고 멀어져가는 그림자와 강아지 한 마리의 그림이 묘하게 나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무슨 이야기일까, 그림자와 강아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우리들의 사랑법'에서 우리는 누구와 누구를 말하고 있는 걸까, 하는 나의 궁금증이 책장을 여는 순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름도 모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에게 사랑받던 그가 새로 들여온 고양이에게 치이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실수를 하고, 그 일을 핑계삼아 주인은 아주 과감하고도 무섭게 그를 거리에 남겨두고 떠난다.
멀어져가는 주인의 자동차를 따라가면, 따라가다 보면 주인이 실수를 인정하고 멈춰줄 것만 같았지만 현실은 아주 잔인하고도 차갑다.

우리 가족은 몇년을 일요일 아침 [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을 꼭 챙겨봤다. 여행을 가서도 보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보기를 해서라도 반드시 봐야만 했다. 인간의 손에서 자유를 빼앗기고, 생명을 위협받은 많은 동물들을 위해서, 직접 키우면서 사랑은 주지 못하지만 관심을 기울이고, 나에게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배워둬야 할 것만 같은 의무에서였다. 그러나 점점 인간들의 이기심과 잔혹함이 강해지면서 아이들이 우는 날이 점점 늘면서 당분간은 휴식기를 갖기로 한 상태이다.

외롭게 길에 버려진 그. 주인이 그리워서, 믿었던 주인의 가차없는 버림에서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미 털 위로 갈색눈물자국이 새겨지고, 도로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삶은 시작되고 만다.

그래도 참 다행스럽게도 거리 경력 3년인 세발이를 만나, 함께 도시를 다니고 도시의 숨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아직은 낯설고 고단하지만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이렇게 살다보면 오늘보다 내일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도 일어나고.

그렇게 동병상련으로 만났건만
가차없이 친구가 된 세발이!
인연이란 게 우연을 가장하고
꿈꾸는 자에게만 나타나는 법.
뜻하지 않게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이 자리에 온 것은
무지개를 품에 안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은 여전히 아프지만
안개 속을 한발 내딛는 게 위대할 뿐 아니라,
무지개로 향하는 길 위에서
폼 잡고 걸아갈 내 모습이 너무 멋져서다.

마음만은 편안했던 시간도 깨어지고 만다.
걸음이 완전치 못한 세발이는, 그를 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한순간 사라지고 만다.

살아나가는 것일진대
이 도시 어디를 가도
세발이와의 추억들이 너무 아려서
떠나야겠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만물이
향하는 곳은 단 하나.
똑같지 않던가.
난 결심한다.
세발이를 앗아간 세상에선
다신 말을 하지 않으리라고.

혼자가 된 그.
처음으로 혼자라는 걸 실감하게 된 그의 아픔,
그에게 상처는 현실이고, 현실은 지독한 외로움이며, 외로움은 곧 현실과 맞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되는 것이다.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주인에게 버림받은 상처와 성치 않은 몸으로 그를 이끌어주던 첫 친구와의 이별, 그리고 떠돌이 개, 거리의 개라는 새로운 이름뿐.

그는 오랜만에 먹어보는 따스한 된장국에 말아놓은 밥 한 사발과 넉넉한 물. 따스함에 허겁지겁 먹은 밥이 짧은 인연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이건 무슨 말이지?
야트막한 잠 속에 피부감각으로
파고드는 불안과
할머니에 대한 연민이
슬그머니 올라오는데
눈을 뜨고 일어날 수도 없고
지금 이 순간은 나의 내일보다는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은 할머니의 상실감이
그 너무 아플 것 같은 허무감이
내일을 포기하는 그 평온이
내 가슴을 후벼 판다.

80년동안 살았던 고향을 떠나 요양원에 들어가야 하는 할머니와 주인의 곁에서 거리로 내버려진 그의 신세. 어쩜 이리도 똑닮았는지.
할머니는, 떠나는 길에 남겨둘 그가 안쓰러워 보호소로 그를 보내고, 그는 보호소에서 철창 너머 세상에 대해 두려움으로 숨죽여 기다린다.

갈색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난 그의 모습은, 안쓰러움은 주지만 선듯 그의 아픔을 안아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의 아픔이 전염이라도 될까 두려워서일까, 아님 책임이라는 추에 대한 부담감때문일까.

그를 따라 도로를 헤매고 도시로 숨어들면서 어느 한 순간도 숨이 편안하게 쉬어지지 않는다. 그가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만큼 나또한 어떤 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무슨 말을 한들 그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다 장담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그는 웃는다 그리고 소리를 낸다.
"컹!!!"
 눈을 마주치고 몸을 만져주고 온 몸을 안아들어오는 그 한 사람을 위해 그는 소리를 낸다.
"컹!!!"

그에게서 멀어져만 가던 불빛이 사그라들기 전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의 시간 속에 따스한 기운이 맴도는 그 순간이 다시 시작된다.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나와 함께 읽은 두 소녀는,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하다가 미소를 떠올리는 그의 모습에서 눈시울을 붉혀온다.

거리의 개로 살아가면서 그의 아픔은 우리 인간들이 만든 또 다른 모습의 이기심이고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들의 사랑법은 이기적이고, 편안한 순간에만 지켜내는 것이었고, 그가 말하는 우리들의 사랑법은 함께 함이 즐거운 것, 그것만이라는 것. 너무나 다른 두 가지의 사랑법, 우리는 어떤 사랑에 손내밀어 줄 수 있나요?

비니의 화원
비니의 화원 일상·생각

책읽으려고 노력하는 중 성장하려고 실천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