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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클래식 04. 히비스커스 차를 닮은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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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냥이

공식

2019.02.13. 16:1065 읽음

안녕하세요.
클래식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소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프로그램 노트에 담긴 클래식'을 맛있게 각색하여 올리고 있으니 원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클래식 그 네번째 시간으로 히비스커스 차의 루비와 같은  붉은 색을 꼭 빼닮은 클래식 작품인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르헤르치, 카푸손, 미샤 마이스키, 가브리엘 쉐크, 그리고 리다 첸이 연주한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 [출처: 유튜브]

요즘 혈압을 낮추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히비스커스 티,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가 즐겨 마시던 차로 알려진 이 히비스커스 티는 허브티의 조상님 격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려내었을 때 빨간 루비와도 같은 색을 지녀 그 아름다운 빛깔로도 유명한 히비스커스 티는 신맛을 품고 있으며 수단이나 이집트에서는 결혼 피로연에서 함께 마실 정도로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던 차였습니다.

붉은 루비와 같은 색을 지닌 히비스커스 티


히비스커스 꽃은 우리 나라의 국화인 무궁화와 같은 과의 꽃입니다.

이집트의 미의 여신인 '히비스 (Hibis)'와 '닮았다, 동일하다'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이스코 (σχω, iskho-)', 이렇게 두 단어가 합쳐진 단어 '히비스커스 (Hibiscus)'는 '미의 여신을 닮은 꽃', '미의 여신에게 바치는 꽃', '신에게 바치는 꽃'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동양에서는 '섬세한 아름다움', 서양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간직한 사랑'이란 꽃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히비스커스 꽃 [출처: 구글 이미지]


흰색, 분홍색, 주황색, 복숭아색, 노란색, 자주색, 빨강색, 보라색 등의 다양한 꽃잎 색을 지닌 다양한 종의 히비스커스 꽃들 중 꽃차, 허브티의 재료로 사용되는 종은 바로 분홍색 꽃잎의 '로젤 (Roselle)' 종입니다.

다른 색의 히비스커스 종들은 '하와이 무궁화'라는 다른 명칭으로도 불리는데요.
훌라 춤을 추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머리 장식이나 목걸이 등으로 사용되는 모든 꽃들이 바로 이 하와이 무궁화, 히비스커스랍니다!!

히비스커스 꽃잎을 말려 허브티로 만든 모양 [출처: 구글 이미지]


히비스커스 꽃차는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 1810-1856)'의 '피아노 오중주 작품번호 44 (Piano Quintet in E flat Major, Op.44)'는 슈만이 오랜 법정 싸움 끝에 자신의 피아노 스승의 딸이었던 여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클라라 비크 슈만 (Clara Josephine Wieck-Schumann, 1819-1896)'와 결혼에 성공하고 2년이 지난 1842년, 클라라에게 헌정한 작품입니다.

이 곡은 자신의 뮤즈이자 미의 여신이었던 클라라에 대한 사랑과 기쁨, 그리고 진실된 환희가 전곡에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 부부 [출처: 위키페디아]

1악장 '알레그로 브릴리안테 (Allegro Brillante)'의 테마는 사랑의 울렁거림을 느낄 수 있는 멜로디로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기만 해도 심장이 요동치는 느낌을 아시죠?
아마 슈만은 사랑하는 클라라를 품에 안고 하늘로 두둥실 떠다니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 사랑의 기쁨을 나타내는 테마는 계속 흘러나오는데요.
물론 히비스커스 티의 시큼한 신맛처럼 중간 부분에서 약간의 어두움이 드리우지만, 거친 바람 뒤에 다시 이뤄지는 아름다운 사랑의 주제는 다시 반복되며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의 행복한 삶을 느낄 수 있는 멜로디로 전체 1악장이 장식됩니다.

이집트가 사랑하는 히비스커스 차 [출처: 구글 이미지]

2악장은 행진곡 풍이지만 전체 느낌은 어두운 편입니다.
무거운 2악장은 그러나 어려움이 아닌 딛고 쟁취해야하는 사랑의 역설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는 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결혼이란 아름다운 결실을 이루기까지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소중한 여신 클라라와의 사랑이 부서질 수도 있다는 슈만의 불안한 마음이 피처럼 붉은 히비스커스 차처럼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 붉게 퍼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악장은 사랑하는 여인과 손을 잡고 빙빙 돌며 춤을 추는 느낌을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아침 함께 눈을 뜰 수 있다는 행복감에 결혼식 중간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로베르트 슈만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빠른 춤곡입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1악장의 사랑의 주제가 다시 한번 화려하게 꾸며지는데요.
밝고 붉게 불타는 슈만의 열정과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이집트 파라오의 모습이 겹쳐지는 악장입니다.

미의 여신에게 바치는 꽃 히비스커스, 그리고 허브티의 조상 히비스커스 차 [출처: 구글 이미지]

행복한 순간에 작곡되었던 슈만의 피아노 5중주는 기존의 피아노 오중주 작품들 중 가장 열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으로 사랑받으며 널리 연주되고 있는데요.
이 정열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의 작품을 따듯한 히비스커스 티 한잔과 함게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 원 글은 https://blog.naver.com/tschiny/220719193412 에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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