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성소수자·교육·언론 시민사회단체 40여곳은 22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교육방송공사(교육방송·E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방송은 ‘까칠남녀’의 은하선 작가에 대한 하차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성에 대한 이야기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님을 드러낸 은하선씨는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지만, 그는 오히려 이 역할 때문에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자신의 성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여성을 하차시킨 것은 마녀사냥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여성과 젠더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젠더토크쇼’를 만든 교육방송이 은하선씨를 하차시킨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교원 관련 단체들도 발언에 나섰다.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의 한 교사는 “‘까칠남녀’는 성평등을 이야기한다며 만들어진 방송이다. 이 성평등의 범위에 소수자는 들어가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애 전국교원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은 “교육방송은 ‘까칠남녀’를 통해 성소수자의 목소리와 얼굴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지만 혐오세력의 공격에 굴복했다. 교사들이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공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교육이 계속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방송의 프로그램 ‘까칠남녀’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역할에 대한 갈등을 논의하는 젠더 토크쇼다.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교육방송 쪽이 ‘까칠남녀’의 종영을 2주 앞두고 패널 은하선씨에게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하차를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교육방송은 은씨가 ‘까칠남녀’의 성소수자 특집에 항의하는 이들을 향해 “담당 피디(PD)의 연락처”라며 퀴어문화축제 문자 후원 번호를 페이스북에 올린 일, 십자가 모양의 자위 기구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일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은하선씨를 방송에서 하차시키라고 요구한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목소리에 굴복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본인을 양성애자라고 밝힌 은씨는 지난해 12월과 1월 두 차례에 걸쳐 성소수자 특집이 방영된 뒤로 반동성애 단체들로부터 지속적인 하차 요구를 받아왔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은하선씨에 대한 하차 통보를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시청자 민원’을 교육방송에 전달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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