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시위는 미투 촛불”… 성범죄·차별 막을 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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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6.11. 오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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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차 집회에 2만2천명 ‘붉은 물결’

‘경찰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참가자 6명 항의뜻 삭발·단발식도

“자발적 참여로 힘세지고 지속력 커”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근처에서 열린 ‘2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의 성차별 편파수사를 비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토요일인 지난 9일, 직장인 황아무개(28)씨는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을 접고 2차 ‘혜화역 시위’에 나갔다. 황씨는 “혜화역 시위는 시스템이 있는 집회도 아니고 누군가가 앞장서 주도하는 것도 아니어서 ‘나라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꼈다”고 했다. “재작년 촛불집회 때도 첫 번째 집회 이후 점점 규모가 커졌잖아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면 ‘미투 촛불’인 ‘혜화역 시위’도 앞으로 더 커지지 않을까요?”

‘불법촬영 범죄를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에서 출발한 여성들의 외침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가 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 마련한 ‘2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는 지난달 19일 1차 시위(주최 쪽 추산 1만2000여명, 경찰 추산 1만여명)에 견줘 두배 가량 많은 2만2000여명(주최 쪽 추산·경찰 추산 1만5000여명)이 참여했다. 혜화역 1번 출구에서부터 서울대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까지 800m 거리는 ‘항의’의 뜻으로 붉은 옷을 입거나 붉은 모자를 쓴 여성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여성은 강인하며 우리는 전진한다”는 등의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6명의 집회 참가자는 무대 위에서 삭발을 하거나 단발로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했다. 이날 삭발을 한 참가자는 “세상의 모든 여성이 길을 갈 때, 화장실을 갈 때, 두려움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말했다.



시위 참여한 이들은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이 보다 큰 틀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 정아무개(27)씨는 “성폭력 수사를 하는 경찰의 남성 중심성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며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직업적 성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바람을 담아 ‘여성 경찰청장 임명하라’, ‘경찰 성비 여성 남성 9대 1로 만들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ㄱ씨는 “평생 여성으로 살아야 하는 나에게 혜화역 시위보다 중요한 건 없다”며 “이 땅에서 사는 모든 여성의 과거·현재·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시위와 관련해 “앞장서 끌고 나가는 쪽 없이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회여서 강력한 지속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온라인 댓글을 달던 이들이 오프라인 ‘포스트잇’ 시위로 폭발적인 힘을 보여줬던 것처럼, 이번 혜화역 시위도 온·오프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또 “지금 혜화역 시위에 나오는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세운 논리를 바탕으로 여러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하며 “이제는 입법·행정·사법부 등 공적인 영역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을 뿌리 뽑을 제도를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영 임재우 선담은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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