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시기 특정공장 생산 제품에만 불” 국감장 달군 ESS 화재 [2019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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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7. 오후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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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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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ESS 화재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화재원인조사 발표 후에도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던 에너지저장장치(ESS) 문제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정 회사가 생산한 배터리의 결함이 상당수 사고의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고, 정부가 관리감독과 원인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감에서는 산업부의 ESS 화재 원인조사 뒤에도 화재 3건이 추가로 발생한 것에 대한 질의와 질타가 여야 가릴 것 없이 쏟아졌다.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인 ESS 설비에서 2017년 8월부터 지난 5월까지 23건의 화재가 발생하자 정부는 화재 원인을 조사해 지난 6월 조사결과와 안전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도 최근까지 3건의 화재가 이어졌다. 당시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는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 체계 미흡 등 4가지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결정적 원인을 발표하지는 못했다. LG화학에서 특정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에서 화재가 집중된 사실을 조사위가 확인하고도 모사실험에서 배터리 발화가 없었다며 제조사에 책임을 묻지 않은 데 대해 결과적으로 제조사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LG화학 중국 난징공장에서 2017년 2분기~4분기에 생산된 물량’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ESS 화재 26건 중 LG화학 배터리가 14건이었다. 이 화재가 발생한 시설에 사용된 배터리는 모두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 동안 LG화학 난징공장에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었다. 이 의원은 “화재가 발생한 삼성SDI의 배터리는 제조일자가 다 달랐지만 LG화학 배터리는 특정 공장에서 특정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에만 문제가 집중됐다”며 “LG화학 실무자들이 ‘멘붕’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추가 질의에서 “사용 환경 때문에 화재가 일어났으면 2018년 이후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한 시설에서도 화재가 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는 화재가 난 시설에 사용된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 김준호 부사장과 삼성SDI 임영호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두 회사는 배터리 결함이 아니라 사용 환경의 문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해당 물량을 리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대해 “원인만 확실하다면 리콜하겠지만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리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난징공장 2017년산 배터리는 국내 198곳, 해외 118곳에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해외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리콜해야 한다는 게 회사 문화지만 해외 사이트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한국에서 리콜하면 해외까지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LG화학에 문제가 된 배터리를 리콜해달라고 비공식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했다.

임 부사장도 같은 배터리가 사용된 외국 시설에서는 화재가 없었는데 한국에서만 화재가 이어진 데 대해 “이상한 점이라고 생각해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해외보다 국내의 사용 전압이 높은 편이고 국내는 운영자의 경험이 비교적 적어 이런 부분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인규명과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해 이런 일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성윤모 산업부 장관에게 “사고조사위 회의록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왜 불이 났는지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린 부분이 많았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올해 화재가 난 ESS 8곳 중 7곳이 지난해 말 제조회사의 자가 안전점검을 거쳤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ESS 화재가 빈발하자 정부가 제조회사에 전수조사를 지시했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라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은 화재 중 대부분의 원인이 배터리 발화라고 추정했는데 조사위는 배터리 결함을 뒤로 미뤄놨다”며 “위원회가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질타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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