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엔 '대출', 건물주엔 '무상지원'...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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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민과 빈곤층 세금을 건물주 주머니에 넣어준다고?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해서 경기를 부양한다고 한다. 백번 잘하는 일이다. 코로나라는 재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정부가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타당한 정책이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극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자영업자들일 것이다. 동네 가게 앞을 자나갈 때마다 저렇게 손님이 없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음식점은 아예 비어있다시피 한 곳도 많다.

오래 전부터 자영업 경기는 내리막이었는데, 코로나로 치명타를 맞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그런 자영업자들을 세금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자영업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임대료 하락의 50%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 추경편성을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지원항목이 눈에 띤다. 임대료 인하액 50% 세금 감면이다. 자영업이 침체되면 상가와 건물의 임차수요는 급감하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런 시장원리다. 그런데 임대료 하락의 절반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처음 이 사실을 접한 것은 ‘다음’에 올라온 MBC 뉴스를 통해서였다. 그 뉴스의 제목은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었다. 

'착한' 임대인 지원 "정부가 인하분 50% 부담"

시장원리에 의해 임대료를 낮출 수밖에 없는 건물주를 ‘착한’ 임대임으로 치장했다. ‘착한’ 사람에게 정부가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뉘앙스를 듬뿍 풍기는 제목이다.

서민과 빈곤층 세금을 건물주 주머니에 넣어준다고?

그러나 이런 포장으로 독자들이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면, 우리 국민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본 것 아닌가. 그 기사에 달린 댓글은 몇 시간도 안 되어 3천개를 넘었다. 그 많은 댓글은 한 목소리였다. 그 중 하나만 인용하면 이렇다. 

"서민, 빈곤층 세금 뜯어 그들의 건물주 주머니로 다시 넣어준다? 누구 생각이지? 이게 정부냐."

표현이 다르긴 하지만 댓글의 90%는 이와 똑같은 심정을 드러낸 글들이다. 청와대와 집권당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어떤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그 바닥민심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이런 댓글들이다.

그러므로 이 기사의 댓글에서 민심을 읽었다면 이런 정책을 즉각 취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정부가 편성한 추경예산에서 '임대료 인하 50% 세금지원' 버젓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자영업자에게는 대출 지원

위 댓글에서 매우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서민과 빈곤층의 세금을 뜯어서 건물주의 주머니로 넣어주는" 정책을 선거를 앞두고도 버젓이 실행하겠다는 집권당의 배짱이 놀랍다. 

정부의 추경편성에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항목이 딱 하나 포함되어 있다. '소상공인 등 정책금융 신규공급', 혹은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이다. 

이미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에서 “초저금리”라는 수식어는 그다지 실속이 없는 수식어에 불과하다, 그 지원정책의 실질 내용은 '정책금융' 혹은 '대출'이라는 사실이다. 몇 년 후에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돈을 융자해주는 것이다. 그 돈을 갚지 못하면 자영업자는 부도를 겪고 신용불량자로 내몰린다.

건물주에게는 임대료 인하의 절반을 '무상 지원' 해주면서 정작 극도의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에게는 '대출'을 해준다고?

자영업자는 죽어가는데 건물주 소득은 나날이 증가

자영업 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은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다. 그런 상황에서도 건물 임대료는 줄곧 오르기만 했다. 자영업자는 죽어 가는데, 건물주의 임대소득은 나날이 증가했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런 상황을 바꿀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 투자하지 않고, 사업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할 것 아닌가. 문재인정부가 그런 정책을 추진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자영업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어 건물의 수요가 감소해서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줄곧 오르기만 하던 임대료가 실로 몇 십년 만에 하락하자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고 한다.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 정부가 누구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자영업자보다 건물주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서민을 위한 정당은 없나?

정부가 추경예산안을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할 것이다. 국회가 반대하지 않으면 건물주에게 세금을 퍼주는 정책이 실행될 것이다.

이 정책을 추진한 집권당이야 당연히 찬성할 것이고, 제 1야당은 어떤가? 그들의 핵심 지지층이 건물주와 집부자 같은 자산가들이다. 다른 추경예산에는 반대할지 몰라도 이 예산에는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짐작컨대 상당수 국민은 이 법안에 대한 다른 야당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특히 서민의 입장을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정당에 대해 눈길이 모아질 것 같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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