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87명 논문에 미성년 자녀 공저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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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드러낸 ‘양심 잃은 학계’ / 2017년 12월∼2018년 3월 조사 / 미성년 자녀 논문 등재 139편 확인 / 미성년 공저자서울대 47건 최다 / 대학측 검증 부실… 추가 적발될 듯 / 사이비 학회 참가 574명도 적발

“양심 없는 학문은 영혼의 폐허다.”

15세기 프랑스 르네상스의 선구자인 프랑스 작가이자 의사인 프랑수아 라블레는 이렇게 말했다. 객관성과 중립성으로 대변되는 학문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이외에도 정의, 윤리, 공정성 등의 가치 판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다.

13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조치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학계의 양심에 우려가 제기된다. 대학교수가 자신의 미성년자 자녀를 논문 공동 저자로 올리는 연구 부정행위, 돈만 내면 심사 없이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사이비’ 학회에 참가한 교수 등이 대거 적발돼서다.
교육부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대학교수가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등재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총 50개 대학에서 87명의 교수가 139편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학별 1차 검증 결과 적발된 부정 등재 사례는 총 12건이다. 대학별 1차 검증 결과 교수는 서울대·가톨릭대 각 2명, 포항공대·청주대·경일대 각 1명으로 미성년 자녀가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공저자로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적발된 자녀 총 8명 가운데 국내 대학에 진학한 사례는 두 건, 이 중 교육부는 2009학년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서울대 교수 자녀가 입시에서 부당 등재 논문을 활용했는지 여부 등을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국외 대학에 진학한 6명의 경우 해당 대학으로 연구부정 검증 결과를 통보한다.

부정 등재 사례는 추가 적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측 검증이 부실하다는 정황이 파악돼서다. 교육부가 연구윤리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나머지 논문 127건을 살펴본 결과 85건은 검증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85건 중 국가 연구비가 지원된 51건에 대해 지원 정부 부처의 재검증을 거쳐 연구비 환수 등에 돌입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후 교수 자녀뿐 아니라 전체 미성년자 대상으로 공저자에 등록된 논문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 결과 56개 대학의 교수 255명이 논문 410건에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올렸다. 앞선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교수 자녀(21건), 친·인척·지인 자녀(22건) 참여 논문도 추가 확인됐다. 현재 논문 211건에 대한 대학 자체 검증이 완료된 가운데 자녀를 부정 참여시킨 동의대, 배재대 교수 등 2건의 사례가 확인됐다. 동의대 교수는 견책, 배재대 교수는 경고 징계를 받았다.

대학별로 미성년자가 공저자인 논문은 서울대가 47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상대(36건), 성균관대(33건), 부경대(24건), 연세대(22건) 등이 뒤를 이었다.

교육부는 이날 사이비 학회로 드러난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에 최근 5년간 국내 대학 연구자가 참가한 사례를 전수조사해 발표했다. 90개 대학의 교수 574명이 두 학회에 총 808차례 참가했고, 두 학회에 7회 이상 참가한 교수는 7명이었다. 이들 중 5명은 중징계를 받았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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