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만 편식하더니…석유 에너지주 급등에 속 쓰린 서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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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24. 오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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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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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고물가·금리인상에
최고 60% 오른 월가 에너지株
전문가들 상승 예견했지만
국내 순매수 상위종목 '실종'

테슬라·엔비디아·로블록스…
변동성 커진 기술주만 편식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지난해 말부터 석유, 에너지 섹터에 집중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미국 시장 투자자들은 이를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순매수한 상위 50개 뉴욕증시 종목들 가운데 석유, 에너지 섹터는 거의 없었다. 50개 중 상장지수펀드(ETF)인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ETF(XLE)' 단 1개만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9개가 기술주나 성장주로 분류되는 종목이었다. 특히 테슬라(2위, -36.32%), 엔비디아(4위, -25.68%), 로블록스(10위, -53.77%) 등 올해 들어 변동성이 커진 종목이 대거 포진했다.

서학개미들이 선택한 것은 기술주였지만, 이와 달리 올해 상승세를 보인 것은 석유, 에너지 섹터였다. 우선 연초부터 이어진 고인플레이션·고유가 영향이 컸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7.5% 급등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9.7% 뛰었다.

국제 유가도 올해 들어 100달러 선까지 오르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4월 선물가는 전일 대비 4.69%가량 오르며 장중 101.93달러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이후 최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도 배럴당 4달러 이상 뛰어오르며 2014년 8월 이후 기록한 최고치인 96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유럽 난방용 연료 공급 위기로 인해 가파르게 올랐던 천연가스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져 전일 대비 2.95% 상승한 100만BTU(열량 단위)당 4.59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석유·에너지 관련 종목, 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은 대부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S&P500 지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나스닥종합지수가 각각 11.91%, 9.44%, 17.66% 하락하는 등 뉴욕증시가 흔들린 가운데서도 이뤄 낸 성과다. 유일하게 국내 투자자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에 이름을 올린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는 올해 18.21%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ETF는 S&P500에 속한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특히 미국 대형 정유 업체에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마이크로섹터 US 빅오일 3X 레버리지 ETN(NRGU)'은 올해 무려 62.18% 수익률을 거뒀다. 또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가스 ETF(BOIL)'는 올해 들어 38.83% 올랐고, WTI 시세를 추종하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 ETF(USO)'도 20.81%의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에너지 탐사·생산 기업들에 투자하는 'SPDR S&P 오일&가스 익스플로레이션&프로덕션 ETF(XOP)'는 올해 7.67%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별 종목을 봐도 마찬가지다. 석유·에너지 섹터에서 가장 큰 기업들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올해 들어 각각 20.82%, 13.66% 올랐다.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원자재 탐사·개발·판매 기업인 코노코필립스의 주가도 올해 19.60% 상승했다.

석유·에너지 섹터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들 종목은 유가가 상승하면 실적이 개선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지난해 경기 정상화가 이뤄지면서 꾸준히 회복세를 보여온 유가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유가 상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진했던 에너지 탐사·생산 기업의 실적 개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에너지 기업들의 실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국제 유가는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위기가 불거진 이후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양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벡 다르 커먼웰스은행 애널리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브렌트유는 90~100달러 사이를 횡보하겠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면 100달러는 우습게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은 "러시아에서의 에너지 공급에 영향을 줄 일이 발생한다면 국제 유가가 120달러 선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계 투자 컨설팅 회사인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의 창업자 데이비드 로시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한다면 국제 유가는 120달러는 확실하게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대로 섣불리 국제 유가 상승을 예측하긴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지만 미국도 천연가스 수출국"이라며 "지정학적 갈등으로 발생하는 천연가스 공급 부족이 유가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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