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 경탄, 방탄!…BTS, K팝 역사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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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03. 오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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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수 첫 빌보드 뮤직 어워드 본상

3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 이어

머룬파이브·이매진 드래건스 등

스타들 제치고 ‘톱 듀오·그룹’ 수상

한국어 음반으로 ‘팝 본토’ 정복

“이런 순간이 올까 싶을 정도의 상”

RM “믿기지 않는다…생큐 아미!

우리는 여전히 6년 전 그 소년들”

높아진 주가, 미 음악산업에도 영향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무대에 방탄소년단(BTS)이 등장하자 객석에서 멤버들의 본명을 성까지 붙여서 외쳤다. 방탄소년단의 최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흐르자 한국어로 따라 부르며 이른바 ‘떼창’까지 했다. “모든 게 궁금해~ 하우즈 유어 데이~”

2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엠지엠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세계적으로 인증한 자리였다. 미국 팬들은 멤버들의 이름을 한글로 적은 플래카드를 흔들고 눈물을 흘렸다. 미국 방송 <엔터테인먼트 투나잇> 등 외신들은 “방탄소년단이 무대에 오르니 현장이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이날 방탄소년단은 미국 팝 주류시장의 중심에 우뚝 올라섰음을 증명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듀오/그룹’ 부문을 수상하며 케이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 ‘톱 듀오/그룹’ 상은 본상 가운데에서도 주요 부문이다. 머룬파이브, 이매진 드래건스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을 제치고 얻은 결과였다. 또 방탄소년단은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3년 연속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강명석 대중음악평론가는 “‘톱 듀오/그룹’상은 음악을 듣는 입장에서 한국 뮤지션에게 이런 순간이 올까 싶을 정도로 기대하기 힘든 상”이라고 이번 수상의 가치를 평가했다.

미국 팝 시장을 뚫으려고 그들의 입맛에 맞춘 음악을 만든 게 아니라,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며 한국 무대에서 선보이는 퍼포먼스 그대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뜻깊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한국 대중음악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팝 주류시장 중심부에서 성과를 공인받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음악’ 시상식에서 한국 그룹이 한국어 음악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하나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방탄소년단 리더 아르엠(RM)은 본상을 받은 뒤 “생큐 아미”를 외쳤다. 이어 “대단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 무대에 서 있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함께 공유한 ‘작은 것들’ 때문이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힘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우린 여전히 6년 전 그 소년들”이라며 “같은 꿈을 꾸며 같은 것을 두려워하며 같은 생각을 한다. 계속해서 함께 최고의 꿈을 꾸자”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팬을 지칭하는 ‘아미’는 방탄소년단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데 큰 구실을 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팬덤을 통해 유튜브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에스엔에스로 ‘일상 예능’을 중계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것 등이 주요 인기 요인으로 언급되면서 음악적 실력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 면도 있었다. 김영대 평론가는 “‘톱 듀오/그룹’ 상은 음반 판매와 스트리밍 모두에서 수치가 나와야 가능한 결과이기 때문에 인기뿐 아니라 음악적 완성도까지 인정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여성 싱어송라이터 홀지(할시)와 호흡을 맞춰 힘 있고 여유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소개한 가수 켈리 클라크슨은 “이들은 모든 스트리밍 기록을 격파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이날 시상식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상식 전 열린 레드카펫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등장하자마자 환호성이 터졌고, 레드카펫 행사 사회를 맡은 래퍼 스웨이 캘러웨이 등 유명 뮤지션들이 앞다퉈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는 사실을 자랑했다. 방탄소년단은 객석 맨 앞자리에 앉았고, 축하 무대는 15팀 중 14번째로, 마돈나와 머라이어 케리보다도 뒤에 공연했다. 공연 순서는 가수들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다.

프로그램 갈무리
방탄소년단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세계 음악 산업에 끼치는 영향도 늘어나고 있다. 2일 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내놓은 ‘2018 한류 파급효과 연구보고서’를 보면 방탄소년단 등의 인기로 지난해 한류가 유발한 총수출액은 지난해 94억8천만달러로 전년보다 9.1% 증가했다. 또 프리티머치나 와이돈트위 등 케이팝 그룹처럼 군무를 시도하는 미국 아이돌 그룹도 등장하며 오랫동안 침체를 겪던 미국 아이돌 음악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시카고와 뉴저지를 거쳐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와 시즈오카 등 세계 8개 지역에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스타디움 투어에 나선다. 김윤아 음악평론가는 “(오늘의 이 수상이) 미국시장 안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본다”며 “역대급 규모의 스타디움 투어로 더욱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방탄소년단은 시상식을 마치고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앞으로 시작되는 스타디움 투어에서 멋있는 무대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남지은 서정민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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