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치동, 치솟는 전세가에 불수능, 종부세 폭탄까지...저무는 맹모 전세시대 [부동산360]

입력
수정2021.11.24. 오후 1:14
기사원문
서영상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종부세 고지 이후 대치동 공인중개사무소에 월세 전환 문의 이어져
집주인들 “10만원이라도 더 받겠다”
자녀 수능 망친 학부모들 시세 물어와
최근 오른 전세값 반전세화 부추겨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오늘 아침에만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가 1년 계약을 연장할지 물어왔어요. 반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집주인들은 월세 10만원이라도 더 받아 세금에 보태겠다는 입장이고요.”(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

기록적인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지 하루가 흐른 지난 23일 대치동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과 수능이 끝난 자녀를 데리고 단기간 거주할 집을 물어오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최근 치러진 2022년 ‘불수능’(수학능력시험이 어려웠다는 의미)의 여파로 전세를 빼겠다는 사람은 줄어들고 입주를 원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데다, 종부세 후폭풍으로 대치동 전세 매물의 잠김 현상이 두드러지는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여기에 최근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법안이 폐기되자 실거주를 끝내고 임대차 물건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월세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를 공인중개사무소에 계속해 물어왔다.

강남구 대치동 공인중개사무소 앞 인근 아파트의 시세정보가 올라있다. [서영상 기자]


대치동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금 4~5억 수준일때만 해도 지방에서 공부시킨다고 은마아파트 이사오는게 가능했지만 10억이 넘어서면서는 불가능한 액수가 됐다”라며 “대신 보증금 5억에 월세 150만원은 월세를 조금이라도 더 받겠다는 집주인과, 무리해서라도 공부를 시켜보겠다는 학부모 양측에 니즈를 충족시키는 수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전세의 감소는 최근 가장 어려운 수능으로 평가되는 2019년 수능 뒤부터 두드러진 전세 가격 상승의 여파가 컸다. 2020년 대치동의 연간 전세값 상승률은 27.3%를 나타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앞서 3명의 만점자만 나온 2017년 수능의 영향을 받은 2018년에도 대치동 아파트 가격 연간 상승률은 19.46%에 달했고, 전셋값 변동률도 5.24%에 이르렀다.

대치동에서 고3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실장은 “내달 10일 성적표가 나오면 전세를 물어오는 문의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좋은 집을 보기 위해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수능을 망치면 유학을 준비했던 강남 아이들이 코로나19 이후 유학을 포기한 점도 대치동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전세의 월세 전환까지 가속화되며 학부모들로서는 자녀 학원비에 더해 달달이 내는 월세까지 내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생겼다”고 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집주인들의 반발도 대치동의 월세화를 부추긴다. 전문가들 또한 종부세 후폭풍이 임대차 시장에 향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마아파트와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각각 84㎡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모씨는 지난해 2269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는 6395만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재산세까지 더하면 2947만원에서 7214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씨와 같은 집주인들이 은마아파트의 전세를 월세로 돌려 납부 세금의 일부라도 충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내년 8월 31일부터 새 임대차 보호법으로 지난해 갱신된 임대차 계약의 만료시기가 도래한다는 점에서 내년 가파른 월세 가격의 폭등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대치동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내역을 확인하지 못하는 고령층들 위주로 이제서야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은 목돈은 있는 반면 월수입이 거의 없어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많이 받는 방법도 함께 물어온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전세값이 많이 올라) 집주인들이 지금으로서는 눈치만 보고 있지만, 신규 계약을 하는 경우 집주인이 제한 없이 전월세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종부세 전가까지 이뤄질 경우)월세 가격이 생각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