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23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또 다시 충돌했다.
배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공모가 마감된 전국 48개 선거구에 대한 조직위원장 임명 문제를 언급하며 “벌써부터 당원협의회에서 공천권 문제가 불거지는데, 당 내분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다.
배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 대표가 한기호 사무총장에게 조직위원장 공모 현황 등을 보고받고 “앞으로 잘 관리해 달라”고 부탁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조 최고위원은 “지방선거가 겹쳐 있어서 공고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도 있었다”며 “불공정하게 비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조직위원장 임명과 공천은 별개이며, 그게 공정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향해 “당을 위해 좋은 얘기를 하면 때로는 대표가 좀 들으라”고 말했고, 이 대표는 “얻다 대고 지적질이냐”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 최고위원 역시 물러서지 않고 “지적질이라고 하셨나. 얻다 대고 뭐라고 하시냐”고 발끈했다고 한다.
배 최고위원은 또 회의 마지막에 “제가 첫 번째로 혁신위원회에 정희용 의원을 추천한 것은 쏙 빼놓고, 왜 혁신위에 협조 안 했다고 ‘절반’만 말하시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혁신위는 출범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배 최고위원은 추천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배 최고위원 빼고는 다 추천했다. 다 완료됐다”고 답했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섰고 비공개 회의는 15분 만에 끝났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지만, 이 대표가 손을 뿌리치며 거부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후 배 최고위원이 자리로 돌아오며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쳤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혁신위 구성,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등 문제를 놓고 계속 충돌해온 두 사람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준석 사조직’이란 비판을 받으며 위원 인선 과정에 진통을 겪었던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최재형 위원장을 필두로 부위원장에 3선의 조해진 의원과 위원 13명이 임명됐다. 최 위원장은 “총선과 윤석열정부의 성공적 국정 수행을 위해 당 혁신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오는 27일 첫 회의를 열고 안건과 운영 기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