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헛발질에…추적도 격리도 힘든 `3차감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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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1. 오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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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환자와 강남서 식사한 6번
초기 판단 잘못해 격리안해
뒤늦게 밀접접촉 분류했지만
보건소에 뒷북 통보해 失期

6번환자 부인·아들 3차감염
설에 만났던 딸 부부는 `음성`


◆ 신종코로나 비상 / 구멍 뚫린 방역망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총 11명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방역망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 3명, 31일 4명의 확진자가 잇달아 나왔고 3번 환자에게서 옮은 6번 환자를 통해 2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3차 감염도 현실이 되면서 국내 방역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3번 환자와 같이 식사한 6번 환자를 밀접접촉자가 아닌 일상접촉자로 분류해 격리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이후 다시 질본 내부적으로만 밀접접촉자로 수정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에는 이 같은 수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외부 소통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질본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두 번째 2차 감염환자인 9번 환자는 5번 확진자(33)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고 현재 서울의료원에 격리돼 있다. 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접촉한 10명 중 1명이다. 2차 감염을 일으킨 5번 환자는 특히 지난 설 연휴기간 CGV 성신여대입구점에서 영화를 관람했던 것으로 파악돼 해당 극장 지점이 이날부터 이달 2일까지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3번 환자와 식사를 같이했다가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6번 환자(55) 관리를 놓고도 방역당국 대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3번 환자와 식사까지 했는데도 자가격리 대상인 밀접접촉자가 아니라 일상접촉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질본에 따르면 6번 환자는 처음엔 3번 환자의 증상 발현 이전 접촉자로 분류돼 일상접촉자가 됐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3번 환자가 말을 바꿔 증상 발현 시기가 앞당겨지자 6번 환자 역시 질본 내부적으로는 '밀접접촉자'로 다시 분류됐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6번 환자가 밀접접촉자로 바뀐 내용이 보건소에 전달되지 않아 여전히 일상접촉자로 남아 있었다"며 오류를 인정했다.

31일 6번 환자 가족 중 부인과 아들이 각각 추가 확진자로 판정돼 국내 첫 3차 감염자로 기록됐다. 10번 확진자인 부인과 11번 확진자인 아들은 6번 확진자와 함께 현재 서울대병원에 격리된 채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질본은 10~11번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 파악에도 나섰다. 6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현재까지 총 8명이다.

6번 환자의 딸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현재 태안의 한 어린이집 교사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는 연휴 직후인 28일부터 출근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해당 어린이집은 2월 중순까지 휴원에 돌입했고 다른 교사와 30여 명의 아이도 자가 격리됐다. 질본은 6번 환자의 딸 부부에 대한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내렸다.

앞서 딸의 남편이 근무하는 태안군 한국발전교육원은 31일 오전 교육생 200여 명을 전원 귀가 조치했다. 교육생들은 전국 5개 발전소 신입직원으로 설 연휴 직후 입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번 환자(28)는 우한에서 칭다오를 거쳐 지난 23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가 30일 오후 확진자로 판정돼 서울의료원에 격리됐다. 현재 그의 가족 등 접촉자 2명이 확인돼 자가 격리 조치됐다. 7번 환자와 같은 비행기를 탄 8번 환자(62)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이마트 전북 군산점을 들렀다가 이후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이마트 지점은 31일 오후 휴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7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수원과 안양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수원시와 안양시가 밝혔다.

질본은 현재 감염병 위기 단계 세 번째인 '경계'(제한적 전파)를 여전히 유지하기로 했다. 마지막 4단계인 '심각'은 감염증의 지역사회 전파나 전국적 확산을 의미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마지막 '심각' 단계는 지역사회 전파를 넘어 확산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단계로 볼 수 없다"며 "다만 2차 감염이 확인됐기 때문에 방역 조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후베이성(우한 지역)을 방문한 의료기관 등 다중 이용시설 종사자는 입국 후 14일간 업무를 배제하고 그 외 중국을 방문한 종사자에 대해서도 가급적 동일한 조치를 권고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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