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영화 ‘기생충’…베트남 국민영화로 돌풍…“이건 베트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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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05. 오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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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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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베트남에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개봉했습니다. 개봉 3일 동안 20만 명이 관람하며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관람기록을 달성했습니다. SNS에는 각 장면을 해석하는 글들이 인기입니다. 2~3번씩 재관람하는 현지 관객도 있습니다. 볼 수 있는 영화가 제한적인 사회주의 국가지만 다양한 작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베트남. 현지 영화관에서 최초로 개봉한 칸 영화제 수상작인 <기생충>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18세 관람가 베트남 ‘기생충’…개봉 첫주 20만 명 관람

영문 제목 'Parasite' 대신 베트남어 'Ký sinh trùng'. 로마자 알파벳과 유사한 글자를 쓰지만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에서 '기생충'은 성조만 추가되어 한국어와 발음이 거의 똑같습니다. 한국의 영화지만 '베트남의 이야기 같다'는 감상평도 눈에 띕니다.

한국보다 20일 정도 늦은 지난달 21일 현지에서 <기생충>이 개봉하며 '토이스토리4'를 제치고 곧바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개봉 3일 동안 20만 관객을 넘겼고 지난 2일 기준, 65만 명이 관람했습니다.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높은 관람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개봉 11일 만에 베트남 매출 195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186만 달러 기록을 세운 흥행작 <부산행>의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국내 15세 관람가였던 영화가 베트남에서는 18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한 것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인기입니다.


■“베트남 이야기 같은 물난리, 과외, 빈부차” 재관람 인기

SNS에서는 영화 속 등장하는 암시를 해석한 글들이 화제입니다. 개봉 첫주에 영화를 관람한 하노이 시민 호앙 밍(Hoang Minh·26)씨는 각 장면의 의미를 해석하는 글을 읽고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밍 씨는 영화 속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박사장(이선균)의 집에서 과외 선생, 가정도우미, 운전기사로 일하는 장면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익숙한 문화라고 설명합니다. 매해 반복되는 강의 범람과 침수 피해의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수해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베트남에서도 가난한 동네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낯선 장면으로는 반지하 공간을 꼽았습니다. 1년 내내 습한 베트남에서는 아파트 고층집에도 곰팡이가 피기 십상이라 반지하 거주는 드뭅니다.


■베트남에서 처음 개봉한 칸 영화제 수상작 기대

하노이 대학생 칸 리(Khan Ly·21)씨는 "칸 영화제 수상작인 외국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현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다양하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서 개봉한 자국 영화는 18편. 외화들이 주로 스크린을 차지하는데 대중적으로 흥행한 액션이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상업 영화가 대부분입니다. 상영 기준으로 암묵적이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부패한 경찰, 정부의 비리 등의 소재가 등장한다면 99% 베트남에서는 상영 불가입니다.

■베트남 영화 산업 상반기 34% 성장

베트남 영화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23% 성장했던 베트남 영화 시장은 올해 상반기 34% 성장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영화 매출은 7,150억 동(약 375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매출인 7,500억 동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베트남 영화 4개 작품이 천억 동(약 50억 원)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로맨틱 코메디 Cua Lai Vo Bau (아내 되찾기), 사극 코메디 Trang Quynh (뀐 박사님), 액션 Hai Phuong (하이프엉), 액션코미디 Lat Mat: Nha Co Khach (페이스 오프: 집에 온 손님)입니다.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인 '하이프엉'은 <Furie·분노>라는 제목으로 미국 등에서도 개봉했고, 해외 수익을 포함해 베트남 사상 최대인 2천억 동(100억 원) 수익을 올렸습니다. 18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한 베트남에서 달성한 수익 1,600억 동(약 80억 원)도 기록적입니다.

■베트남 영화, 새로운 장르 개척과 질적 향상

응웬 퐁 비엣 영화미디어협회 대표는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킨 작품의 질적 향상이 영화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사극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 시도와 액션 장면의 촬영, 편집 수준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관의 증가도 산업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2016년 베트남에는 영화관 510곳, 전체 86,500 좌석이 있었지만, 지난해 901곳, 13만 900석 규모로 늘었습니다. 물가가 한국보다 저렴한 베트남에서 영화관 일반석 티켓 한 장은 8만 동. 우리 돈으로 약 4천 원입니다. 최근 IMAX관과 4D 관도 문을 열어 젊은 층에게 인기입니다. 개봉 3주차, 기생충은 여전히 현지 예매 2순위에 올라있습니다.

송금한 기자 (emai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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