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선두 주자 위메이드에 무슨 일이, 위믹스로 자금 조달…혁신이냐 사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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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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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본주의 혁신 vs 21세기판 봉이 김선달.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 최강자로 뽑히던 위메이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를 팔아서 현금을 마련한 이른바 ‘위메이드형 자금 조달 방식’ 때문이다. 규제를 피하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하는 ‘혁신’이라 보는 주장과 화폐 발행권과 정보를 독식한 채 코인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논란은 위메이드가 과거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통해 발행한 ‘위믹스’ 코인을 공시 없이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매도해 수천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를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 등을 사들이는 M&A 자금으로 썼다. 이후 위메이드가 말없이 위믹스 코인을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위믹스 코인을 투매했고 이는 곧 가격 급락으로 이어졌다. ‘먹튀’가 아니냐는 코인 투자자 불만이 급증하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직접 나서 해명했다. 자금 사용처를 공개하고 ‘생태계 확장’에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후 매도 시에는 매도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 해명에도 ‘위메이드 방식’이 자본 시장을 교란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미르4를 활용해 위믹스 생태계를 넓혀온
위메이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사진은 위메이드 본사. (위메이드 제공) ​


▶가상자산으로 실물화폐 교환

▷혁신이냐 사기냐 두고 갑론을박

위메이드를 비판하는 진영은 회사를 키우는 자금으로 ‘위믹스’를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위메이드는 상장 회사다.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주식 시장 내에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놔둔 채 편하다는 이유로 개인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게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마음먹고 팔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위메이드가 보유한 위믹스는 8억5000만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5조원이 넘는다. 5조원 넘는 자산을 한 번에 처분한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위메이드는 자체 공개한 백서 기준에만 맞춰 위믹스를 처분하면 된다.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계속해서 시장에 풀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식으로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계속 팔아 현금화에 나서면 오버행(매도 우위) 시장으로 바뀐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위믹스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곧 위믹스 코인 홀더(코인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코인 발행사 위메이드와 개인 투자자 사이 정보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주식 시장과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식 시장은 대량 매매가 발생하면 관련 내용이 공시가 된다.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보가 대부분 공개된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이 내부 정보 획득을 통한 거래가 있는지 철저히 감시한다. 그러나 코인은 다르다. 법적으로 공시할 의무가 없고, 감시하는 기관도 없다. 위메이드 역시 논란이 일기 전까지는 매도 여부를 공시하지 않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위메이드 측은 공시를 ‘백서’에 했다고 말한다. (해외에서) ICO를 할 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문 백서는 없고 영문 백서만 있다. 그마저도 관련 내용은 32페이지가 돼서야 나온다.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말만 적혀 있다.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식의 경우 투자자에게 중요한 내용을 증권신고서 앞에 요약해 적어놓는다. 그러나 위메이드는 관련 요약본을 적어놓지 않았다. 증권 투자자들보다 보호받지 못했던 게 위믹스 코인 투자자들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위메이드를 옹호하는 목소리 역시 적잖다. 위메이드가 현금화한 자금 대부분을 위믹스 생태계 확보에 썼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다. 실제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매도한 자금을 활용, 지난해 12월 20일 선데이토즈를 사들였다. ‘위믹스 생태계’를 늘리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표 직후 빗썸 기준 9000원대였던 위믹스 가격은 12월 23일 1만4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위믹스 코인 투자자에게도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관계자는 “현재 코인에 대한 정확한 규제책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과도기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슈다. 돈도 모두 위믹스 플랫폼을 키우는 데 쓰지 않았나. 구체적인 법적 로드맵이 없는 데 무조건 기업이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위메이드를 두둔했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위메이드가 유상증자에 나서야 했다는 주장 또한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은 절차가 복잡하고 마련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작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팔지 않았다면 선데이토즈 인수라는 호재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위메이드 논란 해결하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수익성 약속해야

계속된 논란 끝에 위메이드는 위믹스 매도 계획을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했다. 현재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를 1월부터 3월까지 매월 1000만개씩 매도한다고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위메이드가 논란을 잠재우려면 단순히 정보를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인 투자자와 소통을 늘리고 지속적인 수익성을 보장하는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한국핀테크학회장)는 “위메이드의 가장 큰 실수는 위믹스의 가치와 정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믹스 가치와 향후 활용처 등 정보를 투자자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면 가격이 30%나 급락하는 투매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들에게 ‘위믹스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투자하는 게임사들이 위믹스 가격을 올려주는 데 힘이 될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위믹스 투자자들이 여전히 우려하는 이유는 하나다. 위메이드가 현재 게임사에 투자하는 게 위믹스 가치와는 연관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이 창출하는 수요로 보여줘야 한다. 위믹스 가격이 오르려면 위메이드가 ‘위믹스’ 플랫폼에 합류시킨 게임에서 위믹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게임 내에서 위믹스에 돈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높은 과금 체계를 갖춘 게임이 나타나야만 논란이 해결 가능하다.”

김하정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4호·설합본호 (2022.01.26~2022.0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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