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진짜 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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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29. 오후 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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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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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첨단 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 본능보다는 차가운 이성이 세상을 지배할 법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매일 본능에 충실한 새로운 이슈가 쏟아진다.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으려는 이들이 넘친다.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남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부러움과 시기심을 느끼고 수군거린다.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가상세계에서는 공격성을 대놓고 드러낸다. 나와 동일시할 집단을 찾는 '부족 본능'도 강해졌다. 외부인은 철저히 악마로 몰고, 떼로 몰려가 겁을 준다.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그린은 신간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우리가 지금처럼 인간 본성의 노예가 됐던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 본성의 원시적 측면 때문에 아수라장이 벌어질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고 강조한다.

그 어느 개인이나 기관, 기술적 발명보다 인간 본성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힘이 과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만큼 인간 본성의 파괴적 잠재력도 확대됐다.

저자는 세계에서 200만부 넘게 팔린 3부작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은 통해 권력, 관계에 대한 주제를 다뤄왔다.

이번에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좌지우지하는 인간 본성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 책은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일부러 외면했을지도 모를 본성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그 위험성을 들여다본다.

이는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진짜 뿌리에 접근하는 작업이다.

로버트 그린은 "우리는 우리가 마법처럼 어느 신성한 별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영장류가 아니라 천사가 우리를 낳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했다"며 "우리가 가진 원시성 혹은 동물적 뿌리를 낌새라도 맡게 되면 너무나 괴로웠고, 그래서 그걸 부정하고 억압했다"고 말했다.

본성은 인간이 500만년에 걸쳐 진화하는 동안 뇌 구조가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 지어진 데서 비롯된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살지만, 태곳적부터 형성된 본성이 내면에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

본성은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진화해온 것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언어가 발명되기 전에도 인간은 서로 소통해야 했고 기쁨, 수치, 감사, 질투, 원망 등의 감정을 전달했다.

집단 결속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젖어 들어야 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남을 따라 하고, 특히 분노나 폭동이 번지면 쉽게 휩쓸린다.

'그림자 인격'도 내 부족이 싫어할 것 같은 행동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려는 욕구에서 나온다.

이처럼 인간 본능은 먼 과거에서 발원해 아직도 일상적으로 우리 행동을 좌우한다.

저자는 "우리는 내가 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믿지만, 우리의 행동이나 반응이 집단 내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한다.

책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해 인간 행동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그 원인을 조명한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부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비이성이 결정적 역할을 한 역사적 사건과 그 시대 인물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내면의 충동과 동기를 읽어내는 18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할지까지 안내한다.

저자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시작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비이성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그렇듯 당신도 스스로 이성적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성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능력이 아니다. 이성은 훈련과 연습을 통해 습득하는 능력이다."

위즈덤하우스. 이지연 옮김. 920쪽. 3만2천원.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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