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고북손의 포켓몬도감

절묘한 원작 고증- 초련 관장전 리뷰

고북손님의 프로필 사진

고북손

공식

4만 팔로워

2017.03.31. 20:55213,918 읽음





-지우의 계속되는 모험



21년의 명맥을 이어오는 포켓몬스터 게임과 더불어

포켓몬스터 애니도 올해로 무려 20주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우리의 영원한 친구 지우도 수많은 모험을 계속해왔는데요

사실 많은 게이머들은 지우의 모험에 자주 눈살을 찌푸리곤 합니다.


20년이나 여행을 했으면서 지우는 기본적인 타입상성조차 잘 모를정도로 상식이 모자르니까요

지우는 매번 정말 아무렇지않고 당당하게 잘못된 공격을 선택하곤 합니다.


-지우는 틈만나면 역상성으로 공격한다.



심지어 작중에서는 난천 등 뛰어난 챔피언들도 자신만만하게 잘못된 상성으로 공격하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포알못 지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챔피언들의 이런 모습은 작중 몰입을 해칠 정도로 답이 없어보입니다.


이런 장면들은 마치 포켓몬 애니메이션 제작진들이 그저 재미있는 연출에만 신경쓸 뿐

타입상성과 같은 게임의 원작고증에 대해서는 통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에서 나타나는 세계관은 원작 고증 따윈 하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과는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생각해야하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포켓몬 애니는 타입 상성에는 그다지 능통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만,

생각보다 원작의 설정들을 잘 반영하여 고증을 잘 해놓는 편이거든요.


가령 예를 들자면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파라섹트 에피소드는

파라섹트라는 포켓몬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고증이 없으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충격과 공포의 파라섹트 이야기



이렇게 포켓몬스터 애니는 생각보다 원작 고증에 충실하고

또한 그렇기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특히 초기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파라섹트에 버금갈만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자타공인 파라섹트 에피소드를 월등히 뛰어넘을 정도로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당시 모든 어린 친구들에게 역대급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던

그 에피소드는 바로 초련 관장전입니다. 



-충격과 공포



초련은 노랑시티의 체육관 관장이며 에스퍼타입 포켓몬을 사용합니다.

본래 체육관 관장이란 트레이너의 실력을 시험하여 리그 출전권을 주는 일종의 공무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상하게도 초련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공무원의 모습보단

정말로 지우 일행을 모조리 해치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살기가 넘치는 역대급 악당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충격적이어서 당시 만화를 보던 어린이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안겨주었고

사악하고 절대적이면서도 의외로 빼어난 미모를 보여주는 초련의 모습에

왜곡된 이상형을 가지게 된 소년들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 에피소드를 다시보던 저는 어릴적 트라우마와는 별개로

그때는 알지 못했던 몇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초련 관장전은 상당히 섬뜩하면서도

절묘하게 원작 게임의 모습들을 철저하게 고증해놓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역대급 에피소드였던 초련 관장전의 이야기와 함께

의도인지 우연인지 모를 장면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시작부터 호러그자체



이 에피소드는 노랑시티로 향하는 지우 일행과 공포스런 한 여인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의자에 앉아있는 저 붉은 눈빛의 여인이 바로 체육관 관장 초련이며

지우 일행은 골드배지를 얻으러 숲속을 지나 노랑시티에 가는 중이었습니다.


초장부터 호러 그 자체인 이 에피소드는 계속하여 기묘한 연출들이 이어집니다.

바로 저 무릎위에 놓인 기분나쁜 인형을 통해서 말이지요.



-공포 그 자체


노랑시티를 향해 나아가던 지우 일행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공놀이를 하는 어린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우는 길을 묻기 위해 도망치는 소녀를 따라 뛰어가기 시작하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소녀는 사라지고 눈앞에 낭떠러지가 나타나 지우는 떨어져 죽을뻔합니다.

사실 엄청나게 위험한 사고였지만, 지우 일행은 평소에 그래왔던 것처럼 이 사고를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며 다시 노랑시티로 향합니다.


가까스로 노랑시티에 도착한 그들은 노랑사티의 체육관에서 사라졌던 그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요,

소녀에게 체육관 관장이냐고 묻자 기분나쁘게 웃어보이던 소녀는

엄청난 초능력을 선보이곤 지우의 시합요청에 응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절대 지면 안될거같다.



이런 섬뜩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지우는 별 생각없이 시합에 응합니다.

그러자 어둠속에 가려져있던 초련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지우에게 다가옵니다.


초련은 최고의 초능력자답게 직접 걷지도, 손으로 몬스터볼을 던지지도 않습니다.

그냥 공중부양으로 스르륵 날아와 몬스터볼도 염력으로 던집니다.

아주 그 편리한 모습은 위압감이 넘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련은 지우에게 1대1 단판 승부를 제안하고 곧바로 케이시를 꺼냅니다.



-초능력자에게 손과 발은 장식품이다.



놀랍게도 지우의 피카츄는 케이시에게 아무런 상대가 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시합도중 케이시가 윤겔라로 진화하여 피카츄는 그야말로 떡실신 당하고맙니다.


강력한 초능력에 피카츄가 사용한 벼락이 되려 피카츄를 공격하고

윤겔라의 사이코키네시스에 피카츄는 벽과 바닥에 연속으로 부딪히는 충격적인 연출을 보여줍니다.

그 모습은 처참하다못해 보는 이들의 전의마저 상실하게 합니다..


-피카츄의 벼락이 되려 피카츄를 노린다
-천장과 바닥에 수차례 부딪히는 끔찍한 모습



이런 모습에 지우는 결국 시합을 중단하게되고,

초련은 패배한 지우 일행에게 약속대로 친구가 되어달라며 지우일행을 어딘가로 순간이동시킵니다.


갑작스럽게 아무도 없는 마을에 떨어진 지우 일행은 거리를 따라 마을을 뒤지게 되고

장난감 케이크와 커다란 인형들을 바라보며 자신들이 인형의 집에 와있음을 깨닫게됩니다.




-지우 일행을 어디론가 보낸다.
-이래서 구두계약도 함부로 하지 말아야한다.


초련의 전지전능한 초능력은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우 일행을 매우 작아지게까지 만들었는데요

아무튼 제작진들은 지우 일행을 인형들이 사는 마을에 가두어버리는 섬뜩한 장면을 연출해냈습니다.


여기서 작아진 지우 일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다란 모습의 초련이 등장하는데,

지우 일행을 내려다보는 그 거대한 모습이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진격의 거인


초련과 인형에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도망치던 지우 일행은

가까스로 초능력자인 초련의 아버지를 만나 인형의 마을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는 지우에게 초능력이 없는 한 절대로 초련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골드배지를 포기하고 노랑시티에서 도망치라고 전합니다.


물론 여러분들도 지금까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우가 초련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작중에서 등장한 초능력의 모습은 전지전능 그 자체이며, 윤겔라의 전투방식또한 승산이 없는 무적에 가까우니까요.



-초련의 장난감마을.jpg



그런데 왜 작중에서는 초능력과 에스퍼타입 포켓몬을 이토록 전능하고 소름끼치게 묘사했을까요?

단순히 작품의 재미를 위해 우연히도 초련과 에스퍼타입을 이런 모습으로 설정한 것일까요?


사실 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에스퍼타입은 1세대 당시 정말로 소름끼칠 정도로 섬뜩하고 강력한 타입이었으니까요.


-1세대 당시 에스퍼는 갓갓이었다.



애초에 전능한 컨셉으로 개발된 에스퍼타입은 초창기에 성능만으론 무적에 가까웠습니다.

매우 강력한 공격기술 사이코키네시스를 필두로 그당시 에스퍼타입을 반감하는 타입은 무려 에스퍼밖에 없었습니다.

에스퍼를 반감하는게 에스퍼 뿐이라니, 그야말로 최강자를 위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전설의 포켓몬중 최강의 위치를 자랑하는 뮤츠가 에스퍼타입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당시 드높았던 에스퍼의 입지가 더더욱 실감날 것입니다.


-에스퍼는 전능함 그 자체였다.



게다가 에스퍼 타입의 약점은 고스트와 벌레뿐이었습니다.

문제는 두 타입이 초창기에 가장 천대받던 타입중 하나였다는 것인데요,

왜냐하면 고스트, 벌레타입은 당시 50을 넘기는 고위력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 쓰이던 기술들은 대략 이정도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쓰이던 벌레, 고스트타입 고위력기. 심지어 핥기는 상향되기전에 20이었다.



즉 에스퍼타입의 약점을 제대로 찌를 수 있는 공격기는 하나도 없었고

에스퍼타입 고위력기를 받아낼 수 있는 포켓몬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 체육관 관장인 초련이 가지고 있던 초강력한 후딘을 상대할 수 있는 포켓몬은 많지 않았고

특히 후딘은 그당시 사기 포켓몬 4대천황이자 특수능력치 135를 자랑하는 에스퍼 최강전설의 산증인이었기 때문에

절대 이길 수 없는 전능한 에스퍼와 초련의 위상은 당시 모든 어린이들의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초련은 게임과 애니 어느쪽에서나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아무튼 초련의 이러한 모습은 당시 초련 관장전에서 절망을 맛보았던 어린 게이머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절망적인 폭군 후딘과 윤겔라에게 처참히 발린 그 공포를 애니메이션에 걸맞게 각색한 것이지요.


이렇게 지우 일행은 마치 게임속 초련에게 당한 어린이들의 모습처럼 끔찍하게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지우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초련의 아버지에게 에스퍼 포켓몬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그 질문에 초련의 아버지는 유령 포켓몬이라면 에스퍼타입을 이길 수도 있다는 조언을 해줍니다.

아무래도 지천에 널린 벌레타입보다는 신비한 고스트타입을 추천해주는게 좀더 그럴싸했을테니까요..


지우는 그 답을 듣고 신이 나서 유령 포켓몬이 살고있다는 보라 타운으로 향합니다.



-유령 포켓몬을 잡으러 보라타운으로 향한다.



보라타운의 포켓몬타워에 도착한 지우일행은 유령 포켓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유령 포켓몬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고

지우 일행은 겁에 질려 반쯤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던 순간 지우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작은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요,

물론 이는 결코 작지 않은 매우 심각하고 위급한 사고지만, 작중의 지우는 거의 무적에 가깝기 때문에

지우는 아주 가벼운 부상과 함께 잠시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되고

고우스트 일행과 신나게 하늘을 누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웅이와 이슬이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아무튼 지우는 유령 포켓몬과 우정을 다지고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와 포켓몬타워를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웅이와 이슬이에게 초련은 자신의 힘으로 이겨보겠다며 유령 포켓몬은 잡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우와 함께 놀았던 고우스트가 재미있었는지 지우를 따라오게 됩니다.

얼떨결에 초련을 이길 수 있는 고우스트를 손에 넣게 된 셈이지요.



-고우스트가 파티에 합류했다!



지우는 이렇게 고스트타입 포켓몬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이제 해야할 일은 초련에게 다시 도전하여 고우스트로 윤겔라를 쓰러뜨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놀랍게도 초련 또한 유령 포켓몬을 데려왔다는 말에 의외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열심히 유령 포켓몬을 데려온 지우에게 승산이 있을까요?


-유령 포켓몬에 대한 이야기에 놀라는 모습
-그런데 데려온 고우스트가 사라졌다.



놀랍게도 아닙니다.

지우가 데려온 고우스트는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변덕스러운 고우스트가 하라는 싸움은 안하고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지요.

이런 총체적 난국과도 같은 상황에 지우는 시합을 포기하게 되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이슬이와 웅이가 인형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예상치못한 상황에 시청자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유령 포켓몬인 고우스트는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이는 정말로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헤프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제작진들이 이러한 연출을 만들어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게임 속에서 유령 포켓몬은 초능력 포켓몬을 상대할 때 아무런 도움도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1세대에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었거든요.



-버그 때문에 고스트타입 공격은 에스퍼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1세대는 버그투성이 게임으로 악명이 높았고 그중에는 타입 상성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버그를 하나 꼽자면 바로 고스트타입 공격이 에스퍼에게 무효가 되는 버그였습니다.

이 버그가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가뜩이나 사기였던 에스퍼타입이 고스트를 무효로 받으면서

약점이 단 하나밖에 없는 전능한 타입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후딘은 덕분에 패왕이 되었다.



아무튼 그당시 게임을 즐기던 어린 소년들은 분명 깊은 절망감을 맛봤을 것입니다.

공포스런 초련을 이기기위해 포켓몬타워에서 열심히 고스트 타입 포켓몬을 잡아왔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초련에게 전혀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을 테니까요.


제작진들은 이런 당혹스런 모습을 고우스트가 사라져 당황한 지우의 모습으로 그려냈습니다.

마치 게임 속 초련에게 아무런 공격도 하지 못하는 고우스트를 바라보는 어린이들의 모습처럼 말이지요.



-지우는 당황하고, 친구들은 인형이 되어버렸다.



지우는 초련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으며 가까스로 탈출하고 다시 고우스트를 찾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은 전부 인형이 되어버렸고 지우에게는 아무런 승산이 없어보입니다.


가까스로 고우스트를 찾은 지우는 다시 초련에게 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우스트는 보란듯이 또 시합을 앞두고 눈앞에서 사라지게되고

결국 지우의 피카츄가 어쩔 수 없이 나섰지만, 초련의 윤겔라를 이길 수는 없어보입니다.


어딜봐도 답이 없는 상황, 과연 지우는 어떻게 골드배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막바지로 치닫는 이 기나긴 이야기의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집나갔던 고우스트가 다시 돌아왔다.
-고우스트는 관전자일 뿐. 룰 위반이 아니다.


놀랍게도 어딘가로 사라졌던 고우스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물론 이미 피카츄가 윤겔라와 겨루고있기 때문에 고우스트가 돌아왔다 할지라도 지우는 고우스트를 경기에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초련이 들고있던 인형은 경기가 2대1 이 되었다면서 룰 위반을 언급하는데요,

그때 갑자기 나타난 초련의 아버지가 설명충이 빙의되어 이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합니다.

고우스트는 배틀에 참여한게 아니라 혼자서 놀고있는것 뿐이기 때문에 룰 위반이 아니라고 말이지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온 고우스트는 뜬금없이 초련 앞에서 개그를 하기 시작합니다.


-고우스트의 유우머를 무시하는 초련
-개그가 안먹히자 갑자기 폭탄을 꺼내든다


고우스트는 시덥잖은 개그를 하며 초련에게 장난을 치지만 초련을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개인기를 펼치던 고우스트가 갑자기 입에서 커다란 폭탄을 꺼내듭니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폭탄이 터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지금까지 미동도 하지 않던 초련이 웃기 시작한 것입니다.


-초련이 웃기 시작했다.



초련이 웃기 시작하자, 초련의 또다른 인격체였던 소녀 인형은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초련과 정신적으로 연동되어있던 윤겔라도 따라 웃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웅이와 이슬이도 원상태로 돌아오고

윤겔라는 배꼽을 잡고 웃느라 전투불능이 되어 초련의 아버지는 지우가 승리했다고 판정지어 줍니다.


어쨌든 해피앤딩이지만, 지우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지우의 반응도 압권입니다.


-윤겔라는 전투불능이 되어 피카츄가 승리했다.
-어쨌든 해피엔딩이지만...



이렇게 지우는 초련과의 재시합에서 제대로된 대결조차 펼치지 않고 배지를 획득하게 됩니다.

애초에 윤겔라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관전자였던 고우스트의 장난으로 인해서 이기게 되었으니까요.


오죽하면 윤겔라가 전투불능이 된 이유를 듣고 스스로 어처구니없어하며

배지를 받아놓고도 '이걸 받아도 되나...' 하며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모든 일이 매우 잘 풀렸고, 지우 또한 무사히 배지를 획득하면서 기나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도대체 왜 포켓몬 제작진들은 재대결에서 제대로 싸우지도 않은 지우의 손에 배지를 쥐어준 것일까요?

단순히 웃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이런 연출을 선택한 것일까요?


물론 지우가 어처구니없이 배지를 획득한 경우는 굉장히 많았습니다만,

지우가 이만큼 찜찜해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어처구니 없던적은 처음입니다.


우리는 놀랍게도 이런 장면이 나온 이유를 게임 속의 버그에서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초련에게 패배하면 재대결시 배지를 준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창기 포켓몬은 셀 수도 없이 많은 버그가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가지 재미있는 버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초련 관장전 버그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초련에게 패배한 뒤 재대결을 하러 체육관에 들어가면 초련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인공에게 배지를 줍니다.

마치 주인공이 승리한 것처럼 말이지요.

덕분에 초련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한 당시 게이머들은 재대결을 하러 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손쉽게 배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우가 재대결에서 승부를 내지 않고 배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혹시 게임 속 이 장면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절묘한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우연이든 의도되었든 게임속 버그의 모습까지 절묘하게 구현된 초련 관장전의 모습이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중에 두번 언급되는 이 대사는 게임 속 대사를 오마쥬한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로 손꼽히는 초련 관장전을 한번 돌아봤습니다.

어릴적 재미있게 보았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들은 당시 에스퍼의 입지와 무수히 많은 버그들을 살펴볼 수가 있었습니다.


에스퍼타입은 그후로 무수히 많은 칼질을 당해 지금은 최약체가 되었고

당시의 버그들도 지금은 모두 고쳐져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련 관장전을 둘러싼 재미있는 버그들과

그것까지 작품속에 절묘하게 구현한 애니메이션의 모습이 대단하게만 느껴지네요.


초련 관장전은 22화부터 24화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에피소드입니다.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어릴적 추억과 트라우마를 되새기며 다시한번 시청해보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북손의 포켓몬도감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