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사원도 틈만나면 알바…투잡족 급증

입력
수정2021.02.16. 오후 11:25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일자리 판이 바뀐다 ②
고용불안·배달앱 확산 영향
수입 늘리려는 투잡 희망자
1년 새 65% 늘어 107만명


◆ 일자리 판이 바뀐다 ② ◆

코로나19 여파로 고용환경이 불안해진 반면, 배달 앱 등을 통한 새로운 부업이 생겨나 근로자들 사이에서 'N잡러'(두 종류 이상 직업을 가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근로시간이 짧아 지금보다 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추가 취업 수요자가 지난달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경영난에 봉착한 많은 기업이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들은 일할 기회를 찾아 속속 플랫폼 노동시장에 흡수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6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근로시간이 짧아 지금보다 일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가 지난달 107만8000명으로 1년 전(65만명)보다 무려 65.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당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고 추가 취업이 가능하다. 1월 기준 이들의 규모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잡 대표 직종으로 떠오른 배달 라이더를 살펴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민 커넥트에 등록된 라이더는 2019년 12월 1만명을 넘어선 뒤 지난해 12월 불과 1년 만에 5만명을 돌파했다. 배민 커넥트는 배민에 전속돼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기사들과 달리 애플리케이션만 깔면 언제든 배달 일감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부업 성격이 강하다. 작년부터 배민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김찬우 씨(고양시·46)는 "다니고 있는 여행사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수입도 줄고 근무시간도 줄어들어 라이더를 매주 10시간 이상 하고 있다"며 "수입도 수입이지만 일단 이거라도 하나 더 하니 불안감은 덜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2019년 귀속 사업소득 지급 명세서 제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특고(비임금) 노동자 수는 1년 전보다 55만6576명 늘어난 668만8443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400만명에서 5년 만에 27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억대 연봉 화제됐지만…초보 배달 1시간 수입 겨우 7170원

매경기자 배달알바 해보니

배달가방 준비부족 우왕좌왕
최저임금만큼 벌기 쉽지 않아

시급높은 논술과외 나섰지만
플랫폼회사 수수료 왕창 떼가

"경기 회복될 때까지 N잡 열풍"

직장이 있으면서 부업까지 하는 `N잡러`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 가운데 세종시에 있는 한 빵가게에서 배달 체험에 나선 본지 송민근 기자가 주문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조성호 기자]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재확산과 역대급 장마·태풍까지 겹치자 배달 수요가 폭발했다. 라이더가 없어 주문을 더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같은 대형 배달 플랫폼에서 웃돈을 얹어주며 '배달 라이더 모시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배달 라이더 억대 연봉'이라는 기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배달 라이더가 하루 57건을 배달해 연간 1억1200만원을 번다는 내용이었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일감 증가와 주 52시간근무제로 시작된 노동시간 감소는 많은 직장인을 'N잡러(여러 개 직업을 가진 사람)'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잘하면 억대 연봉 '대박'이라는 'N잡'에 기자도 직접 도전해봤다. 지난 4일 오후 6시 40분께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약 8분 후 대망의 첫 배달이 들어왔다. 세종시 도담동의 숙소 인근 초밥집에서 3.6㎞ 떨어진 아파트로 배달을 하면 되는 임무였다. 오토바이 운전 경험이 없던 기자는 자전거로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 한파에 대비해 목도리·롱패딩으로 중무장했지만 배달에 사용할 자전거 자물쇠를 풀다 보니 벌써 손이 꽁꽁 얼어붙었다.

초밥집에서 초밥을 받아 들고 한창 페달을 밟고 있을 때쯤 사고가 터졌다. 자전거 손잡이에 걸었던 종이가방의 손잡이 한쪽이 맥없이 '툭' 끊어졌다. 첫 배달부터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초밥집의 특급 포장 덕에 음식은 쏟아지지 않았다. 7시 12분 간신히 배달은 마쳤다. 주문한 고객에게 음식을 건네며 음식이 조금 쏠렸을지 모른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배달인 치킨을 건네고 온 시간이 7시 55분께. 기자의 스마트폰이 벌써 배터리 '아웃' 신호를 보냈다. 한파 속 계속된 앱 사용은 78%였던 배터리를 1시간여 만에 12%로 떨어뜨렸다. 결국 튼튼한 배달가방과 보조배터리의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고 투잡 도전의 첫날을 끝마쳐야 했다. 배달을 마친 뒤 '내 평점'을 확인했다. 결과는 '나쁨'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됐다. 그 아래 '늦게 도착' '흘렀음·훼손됨' '음식 온도' 세 가지 이유도 빠지지 않고 체크돼 있었다. 지난 14일 오후 3시 30분. 4일 저녁에 했던 두 건의 배달료로 7170원이 입금됐다. 입금자명은 '쿠팡위탁수수료'로 받아야 할 7200원에서 30원만 떼고 입금됐다. 요령 없는 초짜의 배달 투잡 도전기는 시급 7170원으로 끝났다. 2021년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이다.

배달 업무의 고달픔을 깨닫고 새로 도전한 일은 과외였다. 대학생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동네의 숨은 고수를 연결해준다는 '숨고' 앱을 깔고선 논술을 가르치겠다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장문의 글을 써 올렸다. 당초 중·고등학생 입시용 논술을 가르치면 되겠다고 올린 소개였지만 정작 연락이 온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독서논술 과외였다. 한 시간에 1만8000원. 배달에 비해 확실히 수입은 짭짤했다. 문제는 수수료. 견적을 물어올 때마다 플랫폼회사에 680원이라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배달이건 과외건 체력과 결심이 없이는 부업으로 의미 있는 돈을 벌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N잡'에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이 몰리는 건 코로나19 이후로 고용과 소득 불안정, 또 코로나19 이전 정부의 주 52시간근무제 정책에 따라 일하고 싶어도 충분히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기준 상용근로자 중 'N잡'을 뛰는 인원은 13만9000명이다. 'N잡러'는 매년 1월 기준 2018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으며, 올 1월 13만9000명은 역대 최대 규모다. 'N잡' 체험에 나선 기자처럼 고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했으면서도 다른 부업을 벌이는 인원이다. 상용직 'N잡' 외에 임시근로자, 일용근로자, 자영업자 중 'N잡'을 뛰는 인원을 모두 합하면 34만4000명에 달한다. 추경호 의원은 "정부가 당장 눈에 보이는 세금주도형 일자리 만들기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해 국민은 부업까지 찾아보는 상황"이라며 "각종 규제 등 기업이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해 시장주도형 일자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경기가 나아져 가계소득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N잡 수요도 이어질 것"이라며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발달도 부업에 나서는 인원을 꾸준히 증가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백상경 기자 / 전경운 기자 / 조성호 기자 /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 송민근 기자]

▶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TALK

응원의 한마디! 힘이 됩니다!

응원
구독자 0
응원수 0

반도체와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을 분석하고 공유합니다. 구독하시면 더 빠르게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