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500억 `깜짝흑자`…역발상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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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06. 오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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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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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

여객 위축에도 화물 매출 2배로
인건비 등 비용 절반으로 줄여

`여객기를 화물기로` 역발상 실행
조원태회장 위기 돌파 전략 주효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여객이 90% 넘게 감소한 와중에도 화물 사업에서 기대 이상 성과를 내며 올 2분기 깜짝 실적을 선보였다.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오히려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6909억원, 영업이익 1485억원을 올렸다고 6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015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417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화물이었다. 평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20% 안팎이던 화물 매출은 올 2분기에 70% 이상을 책임졌다. 코로나19로 위생용품을 비롯한 항공화물 수요가 늘었고, 전 세계적인 노선 축소로 화물단가도 크게 오르면서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 매출은 전년 동기(6299억원) 대비 94.6% 급증한 1조2259억원에 달했다.

여객 사업은 전 노선 수요가 급감해 지난해 대비 여객이 92.2% 급감했고, 여객 관련 매출도 89.5% 줄었다. 대한항공은 현재 국제선 111개 중 29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으며 탑승률도 42.8%로 전년 대비 크게 하락했다.

대한항공 매출이 반 토막이 난 가운데서도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비용 절감이다. 임원들이 최대 50%의 급여를 반납하고 지난 4월부터 전체 직원 중 70%가 최대 6개월간 휴직에 들어가는 등 전 임직원이 고통 분담에 동참하면서 인건비를 극적으로 줄였고, 항공유 단가 및 소모량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연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이 1조542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216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돼 어려운 영업 환경이 예상된다"며 "고효율 대형 화물기단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방역물품과 전자상거래 물량, 반도체 장비와 자동차 부품 수요 등을 적극 유치해 수익 극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4월 이후 제주 노선을 중심으로 국내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6월 이후 국제선에서도 소폭이나마 수요가 개선되는 등 여객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의 위기 돌파 전략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항공화물시장 불황에도 고효율 최신 화물기로 기단을 재편해 화물 사업 경쟁력에 적극 투자하는 등 화물 사업 고공행진을 앞장서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역발상 전략'도 조 회장의 아이디어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코로나19로 여객기들이 공항에 발이 묶이자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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