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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성 뇌염에 걸린 그를 일으킨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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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8. 16:068,952 읽음

난한 집안 환경도, 평생 축적한 기술로 회사를 차리 무렵 찾아온 IMF도 뛰어넘지 못할 장애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건강 문제만은 달랐습니다. 전조 증상도 없이 찾아온 의식불명 앞에 정용표 대표는 맥없이 쓰러졌습니다.
 
“술은 많이 마셨지만, 지병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그날도 사업차 술자리를 갖고 귀가했는데 그때부터 기억이 없어요. 그 와중에 화장실도 가고 신음 소리도 내니 가족들은 처음에 단순 몸살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틀째에 접어들어 활동량이 없어지고 쥐어짜는 듯한 신음 소리가 잦아졌습니다. 초조함에 휩싸인 가족은 그를 근처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바이탈은 정상인데 이상하다”, “~인 것 같다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정용표 대표가 절규하듯 뱉어낸죽고 싶다라는 한 마디에 큰아들 정재헌 씨와 가족들은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그를 급히 이송했습니다.

“이순태 교수님께서자가면역성 뇌염이 의심된다고 하셨을 때, 병명을 들은 것만으로 안심이 됐습니다. 혈압, 맥박, 분당 호흡수, 체온 등 기본 수치는 모두 정상인데 아버지께서 왜 의식이 안 돌아오는지 여쭤보니, 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할 수 있는 건 다 할 테니 함께 지켜보자고 하셨죠.” 두 달여 정용표 대표가 식물인간과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신음과 안간힘 쓰는 일만 반복하는 동안 이순태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들은 인공호흡, 기도절제 등 온갖 시술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아들 재헌 씨는 사소한 것 하나 가볍게 넘기지 않았던 이순태 교수에 대한 믿음으로, 가족들 모두가 그 시절을 버텼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정용표 대표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에 휩싸인 채 낯선 환상 속을 오갔습니다. 그리고 그 웅얼거림 이 갑자기 어렴풋한 목소리로 바뀐 순간, 정용표 대표는 기적처럼 깨어났습니다. 목이 쉬고 근육도 제대로 쓸 수 없었지만, 살았다라는 느낌만은 또렷했습니다. 그런 그를 향해 이순태 교수는재활을 열심히 하셔야 빨리 집에 가실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의지를 북돋웠습니다.
 
정용표 대표는 처음에는 주변의 움 없이 화장실에 가고 밥을 먹겠다는 목표를, 그다음에는 좋아하던 운동을 다시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몸이 마음만큼 움직이지 않을 때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던 의료진들을 떠올리며 일어나두 번째 인생의 문을 열었습니다. “퇴원과 함께 다시 태어났습니다. 술은 4년째 완전히 끊었고, 일도 좀 줄였지요. 무엇보다 남에게 배려하면서 살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졌어요. 전에도 마음은 있었지만, 아프고 난 후에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됐죠. 그 또한 제 생명의 은인인 이순태 교수님 덕분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의료진의 헌신에 보답하고 싶었던 정용표 대표는 첫해에 서울대학교병원발전기금에, 두 번째 해에 응급의학과에 후원하며 나눔과 함께 새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여력이 되는 한 후원을 이어가겠다는 정용표 대표의 말에 아들 재헌 씨가 그 뜻에 동의하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용표 대표의 눈빛 가득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차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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