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현산…위기의 정몽규 HDC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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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16.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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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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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신뢰도 타격에 흔들
정 회장 거취 주목, 사고 수습 후 입장 표명할 듯
13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 붕괴 잔해가 쌓여 있는 모습. 광주 서구 제공.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잇단 대형 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총체적 부실기업이라는 불명예가 씌워진 데다 간판 브랜드 ‘아이파크’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한 만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으로 볼 때 정 회장이 거취를 포함한 입장을 직접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기 내몰린 정몽규 회장과 현산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계약 파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현산은 현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을 포함해 광주시 내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목표한 외주주택 착공에 차질이 생기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현산에 대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도 취소됐다. KOSHA-MS는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 시스템을 평가하는 국가공인인증제도다. 국내에서 산업 안전과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인증으로, 공공 발주공사 입찰 참가 시 ‘산업재해 예방 활동’ 실적 평가 항목에서 5점의 가산점을 받는다. 그만큼 차기 수주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향후 몇 년간 추가 수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화정아이파크 입주민들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공사비와 피해보상비 등 막대한 영업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기존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지명에서 ‘아이파크’ 브랜드를 떼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현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시장에서 급격히 추락한 신뢰도다. 주택 부문 비중이 절반을 넘는 현산으로서는 시장에서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현산과 맺은 시공권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시민·노동단체를 중심으로 현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고 관련 책임자 처벌을 비롯해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회장 책임론 거세져…아직 침묵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정 회장을 향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1999년 회장 취임 이후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그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2일 광주 사고 현장에 내려가 사고 현장을 총괄하다 주말인 15일 서울 자택으로 올라왔다. 현재 근본적인 수습책과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비롯해 정 회장이 건설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이미 현산 회장에서 물러났고 회사는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그룹 회장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사실상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정 회장은 발 빠르게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던 지난해 6월 학동 참사와 달리 이번에는 아직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정 회장이 실종자 수색과 구조 등 우선적인 사고 수습 후에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르면 정 회장이 금주 중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62년생인 정 회장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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