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45.9만원 vs 이자 119.5만원…전세대출에 발등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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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09. 오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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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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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집주인들은 저금리 시기에 전세보다 월세를 받고 싶어 한다. 금리가 오르면 반대가 된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이 오히려 월세를 원한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세입자가 월세를 더 선호하는 현상은 전세의 소멸 징후일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MT리포트]전세 NO, 월세로 할게요②]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2022.2.2/뉴스1

전세가격 급등기 세입자들이 낮은 금리로 빌려쓰던 전세대출의 '배신'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가 연달아 세번 오르면서다. 최근 1년새 전세대출 금리는 많게는 2배 가량 올라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확산했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높은 지역은 최고 금리(연 4.78%) 기준으로 21곳이나 된다.

월세가 싸진게 아니라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웃픈' 현실이다. 우리도 해외처럼 월세시대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곳 21곳..도봉구는 대출이자가 월세의 3배까지 치솟아


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월세 통계정보를 바탕으로 머니투데이가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을 분석한 결과, 은행 전세대출 최고 금리 연 4.78%(2022년 1월 기준) 대비 월세가 낮은 서울 자치구가 21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더 비싼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대신 내야 할 '월세수준'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전월세 전환율이 은행 금리보다 높으면 월세가 비싸고, 낮으면 월세가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1월 임대차 신고가 들어온 계약을 바탕으로 서울 자치구 별로 전세보증금(순수 전세)과 월세보증금(보증부 월세)의 차액을 평균 월세금으로 나눠 전월세 전환율을 계산했다.

이 결과, 서울 강북권 대부분의 지역은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비쌌다. 대표적으로 도봉구가 전월세 전환율 1.83%로 전세대출 이자연 4.78%와 격차가 가장 컸다. 이어 구로구 2.41%, 관악구 2.80% 강북구 2.94%, 중랑구 2.97%, 영등포구 3.07% 순으로 월세 수준이 낮아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대출보다 월세를 선택할 유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도봉구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은 신규계약 기준 3억5000만원이고, 보증부 월세계약이라면 평균 월세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45만9000원이다. 만약 3억원 어치의 전세보증금을 몽땅 월세로 전환한다면 월세는 45만9000원이 된다. 3억원 만큼을 전세대출로 받는다면 다달이 부담해야 하는 은행 이자는 119만5000원이다. 은행 이자가 월세보다 3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물론 초고가 전월세가 많은 용산구(8.69%) 서초구(7.54%) 강남구(5.84%)는 월세가 대출이자보다 훨씬 비싸다. 특히 용산구라면 전세대출 이자 대비 월세가 많게는 2배 가까이 된다. 실제로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는 지난달 3일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500만원 조건으로 월세 계약이 맺어졌다.


금리인상기 전세대출 금리 연 5%도 훌쩍.."소득 그대로인 세입자들, 월세 택하거나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1월 기준 전세대출 최저 금리 연 3.38% 기준으로 살펴보면 21개 자치구 가운데 10개 자치구가 전세대출 이자가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 전세대출 금리가 연 5%를 넘는다면 3개 자치구를 제외하고는 22개 자치구 모두 월세가 전세대출 이자보다 싼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의 차액이 커질 수록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는 식으로 임대료 수익을 극대화 하거나 전세보증금을 올릴 것이란 추정에서다. 하지만 금리 수준에 민감한 전세와 달리 월세는 세입자의 소득수준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세입자 소득 수준이 갑자기 올라가지 않는 한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월세를 올리기 어렵고, 금리인상기에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올리기 보다 월세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입자가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소득은 그대로 인데 주거비용만 올라가면 세입자는 결국 서울에서도 외곽, 서울이 안되면 수도권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는 7월 임대차3법 시행 2년의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 대책이 필요한 타이밍 이란 설명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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