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커 공포’… “골목서 중국인 마주치면 섬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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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9.25. 오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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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살인사건 후 경계심 고조

중국인 범죄자 1년새 66%나 폭증

강력사건도 빈발 점점 흉포화 추세

유커들 붐비던 바오젠 거리 한산


“언젠가는 터질 줄 알았지. 그래도 그렇지 성당 안에까지 들어가서 살인을 하다니….”

23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 거리.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이곳 초입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A(60)씨는 중국인 관광객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부터 쳤다. 지난 17일 동네 인근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중국인 첸궈레이(50) 사건을 한 동안 입에 올리던 그는 “그 사건 이후 주민들 사이에 밤에 중국인들을 조심하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며 “가끔 중국인 관광객들이 술 냄새를 풍기고 가게에 들어오면 섬뜩하다”고 말했다. 슈퍼마켓 인근에서 만난 주부 B(39)씨도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느끼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성당 살인 사건 이후 골목 등에서 중국인들을 마주칠 때마다 겁이 날 정도”라며 “초등학생 딸에게도 가급적 중국인들을 보면 돌아서 다니라고 주의시켰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관광객들이 주말인 23일 삼삼오오 모여 제주 속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17일 발생한 제주 성당 살인사건 이후 경찰의 순찰이 강화되면서 중국인 이주민과 불법체류자의 발길은 크게 줄었다. 제주=김영헌 기자

제주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전경. 제주=김영헌 기자


제주 성당 살인 사건 이후 제주도가 중국발 패닉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遊客)에 의한 강력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경계심이 부쩍 커졌다. 제주를 찾은 일부 유커들의 무질서와 추태에서 비롯된 주민들의 반감이 공포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제주의 심상찮은 분위기는 유커들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듯 했다. 실제 평소 유커들로 시끌벅적하던 바오젠 거리는 주말(24~25일)인데도 푹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성당 살인사건과 음식점 여주인 집단폭행 등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도민은 물론 이 곳을 자주 찾던 중국인 이주민들과 불법체류자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었다.

바오젠 거리 내 관광안내소에서 중국어 통역을 맡고 있는 송려혜(51)씨는 “살인사건 이전에는 불법체류자들도 많이 찾아왔지만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며칠 전부터는 경찰의 순찰도 고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등 거리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업주 C(42)씨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의 잘못된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도를 넘어선 것 같다. 이제는 뭔가 대책을 마련하는 등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추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제주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른 중국인은 2011년 58명에서 지난해 260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 말 현재중국인 범죄자는 2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8명)에 비해 무려 66.1%(140명)나 급증했다. 범죄유형도 살인을 비롯해 강도, 절도, 폭력, 사기, 업무방해 등 다양했다.

범죄 행위도 점차 흉포해지고 있다. 제주 성당 살인사건에 앞서 지난 9일 밤에는 중국인 관광객 8명이 제주시 연동의 한 음식점 앞 노상에서 업주 안모(53ㆍ여)씨를 폭행해 뇌출혈 등의 부상을 입히고, 싸움을 말리는 손님 등 3명을 무차별 구타해 부상을 입혀 도민들을 경악케 했다.

무단횡단 등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 행위는 이미 한계를 넘어 무법천지와 같은 상황이다. 지난해 1,267건이던 외국인 경범죄 단속 건수는 올해 8월말 현재 3,750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제주의 상징인 용두암를 찾은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일대 자연석들을 가져가거나, 심지어 용두암을 돌로 깨 파편을 가져가려는 행위도 빈번하다. 여름철 제주지역 관광지나 도심에서 중국인 남성들이 웃옷을 벗고 맨살을 드러낸 채 돌아다니는 것은 일상 다반사가 됐다.

중국인 관광객의 무개념 행동에 제주공항에는 중국어로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는 안내현수막까지 설치됐고 지난 7월에는 주민들이 중국인들의 무질서 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항의집회까지 열기도 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중국인 출신의 이주민들도 좌불안석이다. 결혼이주여성인 중국인 출신의 C(37)씨는 “중요한 약속이 있어 이 곳에 나왔지만 겁이 난다. 다른 결혼이주여성들도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며 “바오젠 거리처럼 중국인 관광객이나 불법체류자들이 몰리는 곳에는 우리도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반면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 감정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번 중국인 관광객 살인사건을 계기로 도민들이 느끼는 위기와 분노가 예전과 다르다”면서도 “현재 도내에 거주하는 중국인 이주민들과 중국인 관광객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림 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은 “지난 20일 바오젠 거리에서는 중국인 유학생과 제주로 이주한 중국인 여성들이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마련해 유족과 도민들이 그나마 위안을 얻기도 했다”며 “일련의 사건이 제주 도내 거주하는 전체 중국인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중국 관광객이 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일 제주도 내 중국인 유학생들이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숨진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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