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어르면 얌전한 아기, 앉으면 칭얼…과학적 근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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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1.30. 오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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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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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움직이면 심박수 내려가 '편안', 앉으면 급격히 상승"

포유류에 공통 현상, "이동을 위험신호 인식, 생존확률 높이려 협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지하철에서 아기를 안은 엄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가 "감사합니다만 애가 보채서…. 그냥 서 있겠습니다"라며 사양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아기에게는 의자에 앉으면 바로 버둥대며 울어대도록 하는 센서라도 달린 모양"이라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흔하고 공감할만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아기들은 왜 왔다 갔다 하거나 최소한 서서 어를 때는 얌전하다가도 앉으면 칭얼대며 보채는 걸까.

NHK가 일본 이(理)화학연구소와 함께 해답을 찾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아기들은 엄마가 앉으면 칭얼대거나 울어대기 일쑤다[NHK 캡처]


연구팀은 먼저 12쌍의 모자를 대상으로 아기를 안은 채 걷거나 앉기를 반복하게 하면서 아기의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엄마가 걷고 있을 때는 앉아 있을 때 비해 아기가 우는 양이 약 10분의 1"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다리를 버둥대는 등의 운동량도 5분의 1"에 그쳤다.

아기의 심박수도 체크했다.

앉아 있던 엄마가 걷기 시작하면 3초 정도 만에 아기의 심박수가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의자나 자리에 앉으면 바로 심박수가 올라갔다. 엄마가 안은 채 걸을 때는 아기의 몸 자체가 편안한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하철에서 엄마에게 안겨 흔들릴 때도 편안한 상태였다.

아기를 안고 앉았을 때와 서 있을 때 아기가 우는 양을 나타낸 그래프. 파란 색이 앉았을 때, 빨간 색은 서 있을 때[NHK 캡처]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모자의 행동은 고양이, 사자, 다람쥐 등 다른 포유류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어미가 새끼의 목 부위를 입에 물고 걸어서 둥지 또는 안전한 장소로 옮길 때는 심박수가 내려가 편안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원숭이나 인간의 경우에는 목 뒤가 아니라 아기의 배가 엄마의 몸에 밀착하게 된다. 다시 말해 안거나 업혀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셈이다.

이런 일련의 행동에 대해 연구팀의 구로다 구미(�田公美) 연구원은 "동물이 '운반되고 있는 상태'는 위험이 닥치는 등 비상사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끼도 자신이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얌전하게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이동하지 않고 있을 때는 위험이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얌전히 있을 필요가 없어 "젖을 달라고 조르거나 불쾌감을 표시해도 괜찮다고 느껴 앉으면 울어대는 게 보통"이라는 것이다. 즉 서서 이동하거나 할 때 얌전히 있는 건 엄마에게 협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구로다 연구원은 다만 "지하철 등에서 서 있으면 급정차 등으로 넘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안전을 고려할 때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 주면 앉는 게 좋다"면서 "아기가 앉아도 얌전한 경우도 있으니 주위에서도 '양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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