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최악의 위기"…신음하는 車업계, 5~6월 줄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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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2. 오전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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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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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자동차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6500억원이던 신용한도가 코로나19 여파로 35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대출 만기 연장도 안 된다고 하고, 신규 대출은 더 안 해줍니다. 이대로 가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줄도산은 시간 문제입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자동차산업회관 회의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차 부품업계 관계자의 토로를 들어야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급하게 성 장관과 차 업계 관계자들 간의 긴급 회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차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예병태 쌍용차 사장 등 이날 참석한 대표들은 웃음기조차 거둔 채 1시간 30여분의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와 완성차업체, 1·2차 협력업체들은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위기에 한결같은 우려를 표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 완성차 공장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자동차 수요 위축까지 본격화되면서 '생산 중단→판매 부진→생태계 붕괴'라는 악순환이 현실로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유동성 문제다. 완성차업계 해외 생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며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업계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려면 자금지원 규모만 33조원에 달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자동차업계 총 신용한도가 17조원인데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져 신용한도가 축소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에서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세금으로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기존 신용한도를 유지하거나 신규 대출이 가능하게만 도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유럽, 미국, 인도 등 전 세계에 위치한 14개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313개 생산공장 중 77.3%인 242개가 가동 중지됐다. 이에 GM과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상황도 나쁘다. 이달 1~20일 사이 승용차 수출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5% 줄었다. 자동차부품 수출 감소율은 -49.8%에 달한다. 국내 완성차 판매량의 63.1%를 차지하는 북미·유럽 지역은 판매 딜러가 휴업에 들어가며 장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완성차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수출 비중이 높은 차종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과 유럽 완성차 생산공장 대부분이 다음 달 초까지 셧다운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에 앞으로 걱정이 더 큰 상황이다. 현재 미국, 인도, 브라질 등 현대·기아차 해외 9개국 18개 공장 가운데 4개국 6개 공장이 휴업에 들어갔다. 동반진출한 172개 협력업체도 개점휴업 상태다.

문제는 5~6월에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서 완성차업계는 4월 생산·수출이 약 3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계약취소 추세로 볼 때 5~6월에는 감소폭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코로나19로 현재 수출 전망이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수출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내수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70% 인하 기간을 연장하고 추가로 취득세도 감면해달라고 건의했다. 법인세·사회보험료 등의 납부 유예와 시설투자가 필요한 환경규제 적용의 한시적 유예도 주문했다.

특히 1·2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한 1차 협력사 대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체 근로자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단축해야 하는데 자동차업계 실정에 맞지 않다”며 “사업장이나 지역 단위로 적용하던지, 특정 직군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등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 내용을 반용해 자동차업계 지원을 위한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성윤모 장관은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 우리 자동차 산업은 65년 역사 속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며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유영호 기자 yhryu@mt.co.kr,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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