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2014년 발생한 거래소 마운트콕스(MTCOX) 해킹 사건이후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법제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2016년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골자로 하는 자금결제법 개정이 이뤄졌고, 일본 거래소들은 재무규제(최소자본금·순자산), 시스템의 안전관리, 이용자 정보 제공 같은 이용자 보호 의무를 진다. 때문에 이번에 발생한 일본 거래소 코인체크(coincheck) 해킹 사건은 마운트콕스 때와 비교하면 혼란이 덜하다.
특히 이 같은 일본내 암호화폐 제도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블록체인 관련 신규 사업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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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제 서야 ‘거래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주는 정도이나, 일본은 2016년 암호화폐를 자금결제법에 담았고, 2017년 4월부터는 암호화폐 매매와 교환 같은 거래 행위를 법적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일본에선 매매가 수반되지 않는 예탁이나 채굴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에선 금지한 ICO(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를 허용하고 있다. 단, ICO를 하려면 자금결제법에 따라 금융청의 감독을 받는다.
카와이 켄 변호사(일본 암호화폐 사업자 협회 자문변호사)는 “일본에서 암호화폐 거래업을 하려면 금융청에 등록해야 하고 테러자금 방지, 이용자 보호 등에서 규제를 받지만, 다른 금융 규제보다 느슨하다”며 “투자자 보호와 산업 발전을 모두 고려하는 일본 정부 방침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암호화폐 거래소 ZAIF를 운영하는 Tech Bureau가 지난해 11월 ICO로 109억엔(약 1063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을 뿐 아니라, 스타트업, 벤처의 자금조달을 도와주는 ICO 플랫폼 회사(SBI CapitalBase), ICO 신용평가 사이트까지 출현했다.
국내 25개 증권사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공인인증서 대체 프로젝트를 진행한 김항진 데일리인텔리전스 이사는 “(암호화폐)아이코인을 만들어 ICO를 하려 하니 국내에서 금지돼 싱가포르에서 했다”며 “현재 아이코인은 1400여개 글로벌 코인 중 자산가치 순위가 15위 정도이나 규제 언급 이후 분위기가 안 좋아 자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본으로 몰려드는 블록체인 기업들…1년간 크게 성장
카와이 켄 변호사는 “일본에서도 시세 변동이 크거나 지나친 ICO가 일어나면 금융청이 주의를 환기시키나 사업하기 편하다고 봐서인지 외국회사 진출도 활발한 상황”이라며 “클라우드 회계 대기업인 Money Foward나 프리마케팅 대기업인 Mercari, 미츠비스 UFJ 파이낸셜 그룹 같은 타업종에서도 암호화폐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내외환어음 일원화 협회(SBI Ripple ASIA)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기반 송금 플랫폼, 도쿄전력의 전력직접거래 플랫폼, NTT데이터의 무역정보연계 서비스, 도요타 연구 자회사가 미국MIT미디어랩과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자율주행차 이력관리 서비스 등 최근 1년간 일본 내 사업이 크게 성장했다”고 부연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전 한컴 사장)은 “정부가 ICO를 금지하니 싱가포르, 스위스로 가고 있다”며 “데이터의 신뢰성에 기반한 블록체인 인터넷 시대가 올 수 있도록 좀 더 진취적으로 법·제도를 정비해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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