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공연 1·2부로 총 2시간…남쪽 관람객 300명안팎 참가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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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1.26. 오후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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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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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에 문화예술계·체육계, 종교계·시민사회단체 등 참여

2004년 금강산문화회관 '남북금강산새내기배움터' 공연[연합뉴스 사진자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10여 년 만에 다시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합동문화행사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평창올림픽이 열리기 닷새 전인 다음 달 4일 오후에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행사는 1, 2부로 나눠 순서는 정하지 않았으나 남북이 각각 맡아 총 2시간가량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쪽 무대는 K팝을 비롯한 현대음악, 전통음악, 문학행사 등으로 꾸며지고, 북한은 주로 전통음악으로 레퍼토리가 짜일 것으로 예상된다.

620석으로 알려진 금강산 문화회관의 관람석은 남북이 반반씩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쪽에선 공연팀과 별도로 문화예술단체, 체육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300명 안팎의 방북단이 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2005년 금강산 KBS '열린 음악회'[연합뉴스 사진자료]


행사 준비를 위한 선발대 일원으로 북측 시설을 점검하고 돌아온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행사 준비 상황을 브리핑했다.

이 당국자는 "이를 토대로 공연 일정, 장소 등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협의한 후에 다시 정식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금강산 합동문화행사의 큰 틀은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

세부적인 행사 준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맡게 된다.

문체부는 앞서 오케스트라, 무용, 합창, 국악, 문학행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고, 현지 공연시설 상황을 점검한 뒤 세부 내용을 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현재로선 시설 점검 과정에서 공연에 특별히 제약이 될 만한 사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금강산 문화회관은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관리 상태가 괜찮은 것으로 안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문화회관은 금강산 관광이 개시되면서 관광객들에게 북한 교예단(써커스단) 공연 등을 선보이기 위해 1999년 남북이 합작해 만든 원형돔 형태의 공연장이다. 북한은 100여명으로 구성된 평양금강산예술단을 만들어 금강산 관광객을 상대로 매일 공연을 했다.

2004년 금강산문화회관 '남북금강산새내기배움터' 공연[연합뉴스 사진자료]


빠듯한 준비 기간을 고려할 때 이번 방북 공연팀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무용단, 국립합창단, 국립국악원 등 국립 예술단이 주축이 돼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더해가는 K팝 가수들의 공연이 가세할 가능성도 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K팝도 공연 내용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K팝 공연이 포함될 거로 예측하는 게 무리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었기 때문에 북쪽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을 것"이라며 "남북간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2년 평양 공연 당시 KBS교향악단은 조선국립교향악단과 120여 명의 남북 연주자가 참여하는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수준 높은 합동공연을 선보였다.

같은 해 'MBC 평양 특별공연'에선 이미자, 윤도현밴드, 최진희, 테너 임웅균, MBC 합창단 등이 북한 가수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2005년에는 조용필이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으며, 금강산에선 KBS '열린음악회'가 개최됐다.

2006년 금강산 윤이상 기념 음악회[연합뉴스 사진자료]


2006년에는 이번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큰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남북 음악인들이 함께하는 윤이상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당시에도 1, 2부를 남북이 각각 나눠 맡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남북 간의 대규모 합동문화행사는 이 행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로도 금강산에서 남쪽 문화예술인이 방문해 벌이는 행사들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출범한 2008년 6월 금강산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8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를 끝으로 남북 간 행사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특히 그해 7월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이번 금강산 합동문화행사에선 10여 년 전의 활발했던 남북 문화교류를 떠올릴 수 있게 윤이상 선생의 작품이 연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 정부가 행사 구상 단계부터 프로그램에 시 낭송 등 문학행사를 포함시킨 것도 눈에 띈다. 남북 문인들 간의 교류가 잦았던 2006년 금강산에선 해방 후 첫 남북 문인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과 함께 남북 문인이 함께 시와 산문을 낭송하는 '문학의 밤' 행사가 열렸다.

시인인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당시 남쪽 문인 대표 중 한 명으로 '6.15민족문학인협회'에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다.

2006년 금강산서 열린 '남북 문학인들의 밤'[연합뉴스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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