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퀄컴, 화웨이에 모바일 칩 공급한다… 美 정부 수출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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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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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아닌 LTE 지원하는 AP 수출 허가 받아"
‘기린’ 칩 못 만들게 된 화웨이, 스마트폰서 기사회생할까

퀄컴이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화웨이에 모바일 칩 공급을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승인받은 품목은 LTE(4G·4세대 이동통신)를 지원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현지 외신을 통해 화웨이가 중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퀄컴 칩 승인을 받았다는 보도가 루머성으로 나오기는 했다. 실제 어떤 품목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건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 약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1위 퀄컴이 화웨이에 칩을 공급하던 하이실리콘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B)에 보이는 퀄컴 전광판. /로이터 연합뉴스

13일 중국 현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최근 LTE용 AP를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도록 미국 상무부로부터 허가 받았다"며 "퀄컴이 당초 이를 승인받을 수 있는 품목이라고 판단해 정부 측에 내세운 것이 허가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미국 정부의 승인 동향을 보면, 당초 미국의 제재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비민감 품목에 대한 허가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인텔·AMD가 PC용 CPU(중앙처리장치)로 추정되는 제품에 대해 일부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부 패널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화웨이가 앞서가고 있는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에 들어갈 핵심 반도체 칩에 대해서는 승인이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전망치를 인용해 올해 중국의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40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전 세계 5G 스마트폰 시장의 7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주로 화웨이가 견인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초기 5G 스마트폰 시장을 중국이 주도하는 것은 퀄컴, 미디어텍 같은 반도체 기업들이 중저가용 5G 칩을 빠르게 상용화하고 있는데다 중국에서 60만개 이상의 5G 기지국이 건설되며 선제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5G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세계 1위 사업자다.

미국은 지난 9월 15일부터 미국 기술·장비를 이용해 미국과 제3국에서 생산된 모든 종류의 반도체는 미 정부의 승인 없이 화웨이와 계열사로 판매하는 길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수입해야만 만들 수 있는 화웨이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가 생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부터 일주일쯤 뒤인 9월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기술 콘퍼런스 ‘화웨이 커넥트 2020’에서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통신기지국용 반도체 칩은 비교적 충분히 갖추고 있으나, 스마트폰용 칩은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우리는 과거 10여년간 퀄컴 칩을 구매했고, (거래가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기꺼이 퀄컴 칩으로 스마트폰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업계를 종합해보면 화웨이의 AP 재고분은 바닥이 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퀄컴·미디어텍 등으로부터 서둘러 수급하지 못할 경우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퀄컴의 수출 허가 소식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인 8월부터 퀄컴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 미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흘러 나오기도 했다. 앞서 7월 말 두 회사는 특허료 분쟁을 취하하고 장기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퀄컴의 로비가 시작된 만큼 미국 제재를 앞둔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통해 만들던 자체 칩인 ‘기린’을 대체할 수 있는 퀄컴에 ‘선물’을 안긴 것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이와 관련 퀄컴 측은 "공식적으로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장우정 기자 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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