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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너무 기대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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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3. 07:5724,761 읽음

[뉴스에이드 = 김은지 기자] 많은 이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안고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무지개를 토하는 것만 같았던 고급진 CG와 우주까지 확장된 세계관은 이 기대감을 충족시켜줬다. 그런데 그 외에 부분, 특히 스토리 전개에서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설렘이 아쉬움으로 바뀌었던 그 순간, 되돌아봤다. 

# 이게 아이언맨이야, 스트레인지야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것도 매우. 그런데 어디선가 한 번 본 것 처럼 너무나 익숙하다. 다른 세계관으로 넘어가지 않고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낯익은 캐릭터가 보인다. 같은 마블 세계에 공존하고 있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다.

까칠하고 오만한 남자이지만 지구를 위해서는 한 몸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츤데레의 결정체. 거만함과 자신감으로 뭉친 천재형 두뇌에 능청스러운 유머까지. 이는 곧 스트레인지이자 토니 스타크다. 두 사람은 사고로 무언가를 상실한다는 것도 공유했다. 토니 스타크는 심장을, 스트레인지는 두 손을 잃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개국공신이라 불리는 아이언맨이지만, 그는 조금씩 희미해지며 역사 뒤로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와 비슷한 캐릭터인 스트레인지가 등장 했다는 건 마블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는 2018년 개봉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속 빌런, 타노스에 대항할 스트레인지의 합류는 자연스러운 절차로 보인다. 그러나 비슷해도 너무 비슷한 캐릭터의 중복은 아쉬움을 남겼다. 

# 스트레인지는 언제 각성했나

‘각성’은 히어로물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다. 각성을 기점으로 캐릭터 특성과 이야기 전개가 급물살을 타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트레인지도 각성을 겪었다. 결과는 우주 최강의 히어로! 그런데 스트레인지가 언제, 어떻게, 왜 히어로로 각성 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가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는 그 어떠한 어려움도 없었다. 캐릭터의 역경은 물 흐르듯, 아주 순조롭게 풀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트레인지는 어느새 수련관에서 마법 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마법진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게 됐다.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 분)이 스트레인지에게 전수한 건 표면적인 ‘지식’이었다. 스트레인지의 수련에는 특별한 정신적 성숙도, 세계를 통찰할 깊이 있는 사고도 담겨있지 않았다.

불구하고 스트레인지는 최강의 마법사로 성장했다. 역시 사람은 노력보다 재능인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이를 ‘주인공 버프’라고 한 줄 정리하기에는 ‘닥터 스트레인지’에 쓰인 CG가 아까웠다. 

# 지켜주고 싶은 빌런

의문이다. 매즈 미켈슨이라는 배우가 케실리우스라는 빌런으로 낭비됐다는 게 말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요 빌런 케실리우스는 허약하기만 했다. 그가 왜 에이션트 원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어둠으로 들어섰는지에 관한 동기, 강력한 힘을 얻었을 텐데도 왜 스트레인지에게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만이 남았다.

도르마무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차원인 디크 디멘션 속 군주이자 불멸의 존재, 최고의 흑마법사라는 수식어는 그에게 과분했다. 도르마무는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텔레토비’ 속 아기 해같이 앙증맞았다. 그만큼 장난스러워 보였고, 강력함을 체감하기에는 포스가 부족했다. 
 
도르마무와 스트레인지가 만드는 대결 장면은 참신했다. 예상치 못한 대결의 콩트화가 웃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웃음 속에는 공허한 실소가 섞여있었다. ‘정말 이게 끝이야..?’라는 의문과, ‘이대로 끝나지는 않겠지..?’라는 불안감을 만들면서. 

# CG 앞 마법사들의 투닥투닥

‘닥터 스트레인지’에 사용된 CG는 ‘이건 꼭 안경 끼고 봐야 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세계가 비틀어지면서 뒤집히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다중우주가 화려한 색채로 그려지던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합친 것만 같은 연출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빚으며 새로운 차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 속 마법사들은 이 고급진 CG에 어울리지 못했다. 빌딩이 종이처럼 구겨질 때, 이들은 그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이었다. 지구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스트레인지 역시 이곳저곳을 발로 뛰어 다니며 원초적인 추격전을 벌였다.

이처럼 스크린에 펼쳐진 4차원 시각 효과는 화려했지만, 마법사들의 결투는 전통적(?)이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구현한 초자연적인 비주얼은 ‘닥터 스트레인지’ 배경에만 사용됐다. 이 부분에서 몰입도는 크게 무너졌다.


그래픽 = 계우주



김은지 기자 hhh50@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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