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슈퍼히어로! 슈퍼맨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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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 코믹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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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8. 12:00234 읽음

산업으로서의 만화의 시작을 언제부터라고 딱 잘라서 설명하긴 어렵지만, 슈퍼히어로라는 미국 특유의 만화 장르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30년대 중후반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오랜 불경기에 지친 사람들은 강한 남성상을 원했고, 따라서 1938년에 강한 힘에 대한 환상을 담아 만들어진 초인 ‘슈퍼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헤라클레스와 삼손 등의 모든 힘센 존재들을 합친 캐릭터였죠.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슈퍼맨이었지만 그 영향력이 점점 커져서 갈수록 노동자나 하층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이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부터는 전쟁영웅들이 인기를 끌었고, 그 중에서도 미국의 애국심을 상징하는 ‘캡틴 아메리카’가 최고였습니다. 최초의 여성 슈퍼히어로인 ‘원더우먼’도 이 무렵 등장하여 여성 해방 운동과 혼란한 사회를 안정시키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서 이들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대신 서부극과 범죄물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키드 콜트’ 같은 총잡이 히어로와 탐정 히어로인 ‘배트맨’이 활약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었죠.

외계의 아머를 착용한 고대인 "X-O 맨오워"

 

마블의 스탠 리잭 커비라는 두 전설적 인물들은 히어로의 성격 묘사에 초점을 둔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슈퍼히어로의 부활을 이끌었습니다. 최초의 히어로가족인 ‘판타스틱 포’가 자신들의 초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책벌레인 ‘스파이더맨’이 이런 저런 곤란한 일을 자주 겪는 스토리에 쉽게 감정이입 한 청소년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한편으로, 배트맨은 TV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어린이 독자들을 모으기 위해 밝고 가벼운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70년대에는 ‘울버린’ ‘스톰’ 등의 새로운 엑스맨이 등장하여, 돌연변이, 사춘기, 민족성, 성별 등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사회로부터 차별 받는 슈퍼히어로’라는 새로운 설정을 만들었습니다. 뛰어난 두뇌와 많은 재산 덕분에 언제나 즐거운 삶을 살 것만 같던 ‘아이언맨’은 알콜 중독으로 인해 망가지는 모습까지 선보였습니다. 금기시되었던 슈퍼히어로의 추락을 보여준 셈이죠.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리턴즈>를 통해 기원에 충실하도록 다시 어두운 분위기로 돌아갔습니다.  <왓치맨>도 이 시기에 발표되었는데, 자신들의 역할과 능력에 대해 확신이 없는 무기력한 은퇴한 히어로들의 이야기였죠

 

90년대가 되자 DC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히어로들을 내놓았습니다. 뉴에이지 사상과 고스족의 인기를 반영해 ‘샌드맨’ 같은 신비스러운 히어로를 탄생시켰고, 빈민가를 무대로 하는 흑인소년 히어로인 ‘스태틱’으로 다문화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마냥 강하기만 한 슈퍼맨의 인기가 떨어지자 ‘둠스데이(파멸의 날이라는 뜻)에 맞서 순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활하면서, 슈퍼맨은 시대를 거치면서 삼손에서 예수의 이미지로 변화했습니다.

한편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 하나 정도는 그냥 잘라버리는 ‘스폰’ 같은 잔혹한 안티히어로들이 대중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습니다.

퀀텀 & 우디, 그리고 초능력 염소

21세기에 들어서는 보다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히어로들의 성격은 한층 복잡해졌고, 메이저 히어로에도 여성과 소수자는 물론, ‘미즈 마블’로 대표되는 다문화 히어로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대교체 역시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계 천재인 ‘아마데우스 조’가 새로운 헐크가 되는가 하면, 흑인 캡틴 아메리카가 새로운 미국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레진 코믹북을 통해 출판되고 있는 밸리언트 코믹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출판사의 코믹북들이 세계관의 연속성에 몰두하고 있을 때, 밸리언트는 공유 세계관을 설계해 한 작품의 단독 시리즈만 봐도 전혀 무리가 없게 해두었습니다. 이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하기 쉽게 도와주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물론 밸리언트에도 여러 캐릭터들이 한데 모이는 크로스오버가 있고 대형 이벤트가 있습니다만, 다른 작품들을 일일이 챙겨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밸리언트 코믹스의 대표 히어로들

각 히어로들 역시 매우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는데요, 마약이나 노숙자 등의 사회문제들은 다른 곳에서도 수 차례 다뤄지긴 했지만 밸리언트는 이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빈저>의 주인공이자 밸리언트 유니버스의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하나인 ‘피터 스탄첵’은 약물에 중독된 청소년으로 자신의 능력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던 떠돌이였습니다. 피터가 선택하는 동료들 역시 잠재력을 갖췄으면서도 스트립댄서나 은둔형 외톨이 같이 본질적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의 인물들입니다

작가 조슈아 다이싸트는 <하빈저> 속의 캐릭터들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재조명하고 있으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밸리언트의 전속 채색가인 데이비드 배런 역시, 캐릭터 각각이 부족한 면과 심각하게 잘못된 면을 갖고 있어서 어딘가 문제가 있는 슈퍼히어라고 설명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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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IANT 하빈저 1

저자 Joshua Dysart

출판 레진코믹스

발매 20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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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IANT 하빈저 2

저자 Joshua Dysart

출판 레진코믹스

발매 20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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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언트의 가장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늘씬한 몸매에 누구라도 반할 얼굴을 가진 그런 뻔한 인물이 아닙니다. 뚱뚱한 몸집에 왕따를 당해 현실에 잘 섞이지 못하고 인터넷 스타가 된 ‘페이스’라는 소녀입니다. 아픔이 있지만 항상 밝고 긍정을 잃지 않으려는 귀여운 슈퍼히어로죠. 신체의 다양성을 상징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양성을 충족했다고 평단의 찬사를 받는 페이스는 이쪽 장르의 전형적인 여성상과는 정반대의 인물인 셈인데, 앞으로의 방향성을 개척했다고 여겨집니다. 

긍정의 화신 '페이스'

<X-O맨오워>는 고대의 서고트인 아릭이 외계인의 첨단갑옷을 입고 현대사회로 나오게 된 이야기입니다. 천육백 여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현대사회에 적응해나가는 과정과 위험한 무기를 손에 넣은 야만인이 주는 아슬아슬함이 <X-O맨오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묘미입니다.

나노기술에 의한 재생력을 가진 ‘블러드샷’은 오로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살인병기였습니다. 속았음을 깨닫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들을 죽이기로 결심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하드코어합니다. 그런 그를 빌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일반적인 시각의 히어로라고 규정 짓기도 어렵습니다. 블러드샷은 그저 복수와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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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 맨오워 1

저자 Robert Venditti

출판 레진코믹스

발매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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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언트 유니버스의 대표적인 빌런으로 표현되는 ‘토요 하라다’ 역시 세상을 좋은 목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대량살상을 서슴지 않는 이중적인 인물이죠. 프로페서 X’처럼 잠재력을 지닌 초인들을 영입하지만 그의 신념은 매그니토쪽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매그니토와의 차이점은 단순한 무력투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소유한 거대자본을 이용한다는 것이죠. 하라다 자신도 엄청난 초능력의 가진 인물이지만, 그의 가장 큰 능력은 돈일지도 모릅니다.

암살자 '아처'와 불멸의 주정뱅이 '암스트롱'

<퀀텀 앤드 우디!>의 두 주인공은 조금 이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성적인 농담이야 요즘은 다른 작품에서도 흔한데 정치적인 논평을 하기도 하고,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지껄입니다. 이들은 동물을 한 마리 데리고 다니는데, 밸리언트 유니버스에서 당당히 크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염소도 결코 평범한 염소가 아닙니다

그리고 영생의 고통을 잊고자 술주정뱅이로 살아가는 암스트롱이란 캐릭터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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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IANT 블러드샷 1

저자 Duane Swierczynski

출판 레진코믹스

발매 20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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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IANT 블러드샷 2

저자 Duane Swierczynski

출판 레진코믹스

발매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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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언트의 히어로들은 공상의 영역에서 현실의 경계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히어로들은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스파이더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밸리언트 히어로들도 그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주변의 누군가와 닮은 이야기로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현실과 얼마나 닮아있는지가 앞으로 밸리언트와 다른 곳의 코믹북과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해주는 기준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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