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77호[03-04월]

[여의도 24시] 국회의원 후원금,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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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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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4시] 국회의원 후원금, 그것이 궁금하다


[박민철 | 전 국회의원 보좌관]

연말이 다가올수록 대다수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연말이면 의원실 후원금 모금 압박 때문에 그들만의 스트레스 지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심화되는 정치권의 불신을 비롯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에 더욱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후원금 모금 결과가 좋다면, 국회의원 정치활동과 의원실 운영에 물질적으로 매우 큰 밑천이 된다. 반면에 후원금 모금 결과가 저조하다면, 국회의원 정치활동과 의원실 운영에 실제적인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후원금 모금 결과를 통해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를 가늠해 보는 국회의원들도 많기 때문에 후원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국회의원 후원금은 모금을 진행한 다음해 상반기에 발표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의기양양한 국회의원이 나오기도 하고, 존재감 없이 위축되는 국회의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후원금 모금에 상위를 기록하는 국회의원은 확고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선 의원들이 많다. 반면에 초선 비례의원들이 후원금 한도를 채우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렇게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후원금 모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

 

국회의원 후원금은 정치자금법규정에 의하여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계좌이체 등 금전을 통해 후원을 하는 경우이다. 국회의원 후원금의 연간 모금액 한도는 15천만 원이다. 다만,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의 경우 해당 연도에 공직선거(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가 있으면 연간 모금액의 2(3억원)를 모금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2016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3억 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 후원금을 비롯해 정치자금법이 규정하고 있는 후원금의 경우, 우리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는 개인만이 후원금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법인·단체 등은 국회의원 후원을 할 수 없다.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국회의원 후원을 비롯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

 

한편, 개인이라 하더라도 공무원, 교사 등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직종은 국회의원 후원이 금지된다. 사실 공무원, 교사의 정치 후원 금지는 정치자금법 상에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논란이 있기도 했었다. 법제처 해석에 의하면 공무원, 교사 등의 정치 후원금 금지는 국가공무원법 또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의해 적용을 받고 있다. 다만, 별정직 공무원인 국회 보좌진은 당원이 될 수 있는 공무원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후원이 가능하다.

 

후원인의 연간 기부한도는 다음과 같다. 한명의 후원인이 다수의 국회의원에게 연간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2천만 원 이하이고, 한명의 후원인이 한명의 국회의원에게 연간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5백만 원 이하이다. 3백만 원 이상의 고액 후원금의 경우 향후 선관위를 통해 후원자의 인적사항이 공개되기 때문에 후원금 내역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후원자는 고의로 3백만 미만의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익명으로의 후원도 가능하나, 110만 원 이하 연간 120만 원 이하의 한도에서만 가능하다. 고액의 금액에 대해 익명 후원을 원하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익명기부한도액을 위반하여 기부한 사람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에서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방법

 

국회의원 후원금은 우편·통신(전화, 인터넷전자결제시스템 등을 말함)에 의한 모금 정치자금영수증과의 교환에 의한 모금 신용카드·예금계좌 등에 의한 모금 수단이 동원된다. 의원실이 가장 선호하는 모금 수단은 예금계좌 등을 통한 직접 후원이다. 신용카드 또는 우편·통신 등을 이용한 모금은 중간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정치자금영수증과의 교환에 의한 모금은 번거로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후원금 모집을 위해서 보통 후원금 안내장을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안내장 발송통수는 3천통 이내에서 할 수 있고 후원금 모금방법, 후원금 모금 등의 고지·광고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후원금 홍보의 주력은 국회의원의 지난 1년간의 활동을 총망라한 의정보고서이다. 의정보고서에는 형식이나 매수 제한도 없고, 국회의원의 사진·학력·경력·업적·의정활동과 그 밖에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에 후원금 모금에 있어 안성맞춤이다. 또한,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은 명함에 모금내용을 담아서 후원금 모집을 할 수 있다.

 

국회의원 후원금 모집의 특이점은 신문광고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문광고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평소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문광고를 통해 국회의원 후원금을 모집하는 실질 목적은 후원금을 걷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실제로 국회의원 후원금 모집 신문광고가 집중되는 시기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기간이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여 당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모금 방법을 통해 후원금이 모금되는 경우는 매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수의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대다수 국회의원과 의원실 보좌직원들은 혈연·학연·지연 등을 총동원해 후원금 조직에 나선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후원금을 잘 걷는 여부에 따라 보좌진의 능력을 평가한다. 실제로 어느 국회의원은 보좌진들에게 보좌관 2천만 원, 비서관 1천만 원, 비서 5백만 원 등 후원금 할당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 할당을 채우지 못 할 경우, 보좌진은 울며 겨자먹기로 자신의 월급에서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의원실 보좌진의 승진에 따른 임금 인상분을 후원금이나 의원실 운영비로 내기를 강요했던 몰지각한 국회의원도 있을 지경이었다. 이는 종종 언론의 비판 대상에 오르기도 하였다.

 

한편, 정치기부 촉진 및 소액후원금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 2004년부터 국회의원 후원금에 대한 세제 감면 제도가 도입되었다. 10만 원 이하 국회의원 후원금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의 과정을 거쳐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10만 원을 초과하는 국회의원 후원금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득에 맞게 소득공제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국회의원 및 보좌진들이 후원금을 모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세제 감면 제도를 널리 알리면서 이를 통해 후원금 모금을 독려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10만원을 후원하면 다음 년도 연말정산을 통해 10만원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종종 10만원 후원했는데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았다고 항의하는 후원자도 있다. 10만원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급여생활자가 국가에 10만 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나, 10만원 미만의 세금을 납부했을 경우 국회의원 후원금 세액공제 혜택을 전액 보전받기 어렵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연봉 2천만 원 미만 급여생활자(대체로 세금 10만 원 이하 납부)의 경우 국회의원 후원금 10만원을 기부했다고 해도 10만원 세액공제를 전액 돌려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후원자가 연봉 2천만 원 이상 인지를 대략 파악해 보는 것도 보좌관들에게 필요한 센스 중 하나이다.

 

최근 들어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뜻과 반대되는 국회의원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회의원 후원금이 사용되기도 한다. 얼마 전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국회의원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했던 발언이 구설에 올라 후원금 계좌로 들어온 ‘18원 후원금이 수백 건 이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18원 후원금에 대한 후원금 영수증을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사무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그동안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의 루트 중 하나는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피감기관 및 산하기관이었다. 특히, 국정감사나 상임위 예결산 과정에서 국회의원에게 심한 질책이나 질타를 당한 피감기관은 후원금을 통해 해당 국회의원실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에 유리한 상임위는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다. 아무래도 기업이나 단체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후원금 모금이 불리한 상임위는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이다. 이들 상임위는 기업들의 연관성도 거의 없을뿐더러 관련 산하기관도 다른 상임위에 비교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로는 이런 피감기관 및 산하기관에 의한 후원 행태는 거의 자취를 감춰 버렸다.

 

국회의원 후원금 과연 어떻게 쓰이나?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를 통해 모금된 국회의원 후원금은 지정권자인 국회의원 정치자금 계좌로 이체하여 관련 경비를 지출하도록 되어 있다. 국회의원의 정치자금은 일반적으로 의정활동 및 정치활동만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되어야 하며, 사적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는 절대 지출할 수 없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 후원금은 국회의원 정치활동에 관한 모든 과정에서 지출이 가능하다.

 

다만, 정치자금 지출내역은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지출내역이 사적용도 지출이나 부정한 용도 사용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지출명세서에 최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기재하고, 지출에 대한 증빙자료를 철저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의 대표적인 위반 사례는 간담회 비용 의정활동용 숙소 및 차량 임차료 격려금 및 상여금 자기계발 각종 단체모임 회비 등이다. 구체적인 주요 위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간담회 비용

-직원 식대 및 간식비 등을 간담회등 명목으로 지출

-골프비용, 노래방, 주점 등을 이용한 비용을 간담회또는 식대등 명목으로 지출

-회계 보고시 정책개발, 의정활동 관련 구체적 내역 및 자료제출 없이 매출전표 등 영수증만 첨부

 

의정활동용 숙소 및 차량 임차료

-아파트 등을 의정활동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임차하였으나, 국회의원 본인이 아닌 자녀 등 가족이 숙소로 사용함

-수행비서 등 보좌진의 숙소 임차료를 정치자금으로 지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용 차량을 보좌관 및 가족이 사적으로 사용함

 

격려금 및 상여금

-국회로부터 급여를 받는 보좌진 등에게 정기·부정기적으로 임금 등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

-고용주체가 국회인 국회 인턴직원의 일상 업무에 대한 대가 또는 생계보조금 등 지급

 

자기계발

-대학·대학원 등의 최고위 과정, 연설 강습, 외국어 교습 등 등록금·학원비를 정치자금에서 지출

-회계보고서에 의정활동 관련 여부를 판단할 증빙자료가 첨부되지 않아 단순 자기계발을 위한 지출과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음

 

각종 단체모임 회비

-향우회, 동창회, 사적모임 등 회비를 정치자금에서 지출

-국회의원 자신이 회장, 이사 등의 간부로 있는 단체·모임 등에 정치활동 명목으로 고액의 특별회비를 납부

 

국회의원 후원금의 불법성 문제

 

국회의원 후원금과 관련해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후원금의 불법성 여부다. 국회의원은 후원금이 법률에 위반되는 청탁 또는 불법의 후원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후원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반환할 경우 이미 후원금 영수증을 교부하였을 때에는 후원인에게 교부한 영수증을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국회의원 후원금의 대표적인 불법 사례는 지난 2010년 발생한 청목회 사건이다. 20101028일 검찰은 청목회(청원경찰친목회) 회장 등 간부 3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200912월 청원경찰의 처우개선을 골자로 한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주요 내용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보수는 같은 재직 기간에 해당하는 경찰의 보수를 감안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것과 청원경찰의 퇴직 연령을 59세에서 60세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청목회로부터 1천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청목회에 관해서는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당시 검찰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삼았던 것은 크게 대가성 및 비자발성이었다. 쉽게 말해, 검찰은 청목회가 자신들의 단체 이익을 위해 담당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했고, 그 일환으로 후원금을 조직적으로 기부했다는 것이다.

 

청목회 사례에서도 보듯이 국회의원 후원금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중요 기준이 바로 대가성이다. 국회의원 후원금을 통해 어떤 대가적 행위가 이루어진다면 정치자금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일반적으로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국회의원 후원금 기부가 해당 의원들의 정책 결정(예컨대, 입법 및 법안표결 등)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나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에 대한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은 현재 거의 불가능하다. 국회의원 후원금의 불법 문제는 거의 대부분 내부고발자에서 비롯되는 형태이다. 지난 청목회 사건도 내부고발에서부터 시작됐다.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의 최근 논의방향

 

현재의 국회의원 후원금을 비롯한 정치자금 제도는 2002년 대선 당시 소위 차떼기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적 정치개혁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핵심 내용은 법인 및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중앙당 후원회를 비롯한 정당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 기부 실명제 정당의 회계보고 절차 강화 등이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는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의 산물이고, 정치자금 공급체계를 정당 중심에서 정치인 개인 중심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정치자금 비리를 억제하여 깨끗한 정치문화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일정 부분 평가된다.

 

하지만 현행 정치자금 제도의 과도한 규제 지향성을 지적하며 후원금 규제의 완화와 건전한 후원금 모금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따라서 최근 국회의원 제도의 개정 방향이 정당후원회 부활 정당의 원활한 정치자금 조달을 위한 법인·단체의 기탁금 도입 등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건전한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지금의 국회의원 후원금 제도를 비롯한 정치자금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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