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 보복 초읽기…배터리 3社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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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27. 오전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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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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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다음주 각의서 결정"

핵심소재 파우치 100% 日 의존
스마트폰·전기車까지 연쇄 타격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할 경우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파우치의 한국 수출이 중단될 우려가 있어 배터리업체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파우치는 배터리 내부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재료를 감싸는 알루미늄·플라스틱 복합 소재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2일 열리는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26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 경우 일본 기업은 파우치 등 1115개 품목(전략물자)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일본 정부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4일부터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 중인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통해 한국의 신성장 산업인 2차전지를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배터리업체는 100% 일본산 파우치를 쓰고 있다. 파우치 수출을 규제하면 배터리뿐 아니라 휴대폰 전기자동차 등 연관 산업까지 전방위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리튬폴리머 2차전지에 들어가는 파우치를 일본 DNP와 쇼와덴코에서 전량 공급받고 있다. 두 업체는 그동안 중국 공급가의 절반 수준에 고품질 파우치를 한국 3사에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파우치는 기술과 가격면에서 일본에 크게 밀리는 상황이어서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日, 반도체 이어 '배터리' 정조준…'파우치' 규제 땐 車·휴대폰 직격탄

2차전지(배터리)는 반도체에 이어 한국이 일본을 역전한 대표적 첨단산업으로 꼽힌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성능과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경쟁력은 한국 배터리 3사가 세계 최고로 꼽힌다.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대 원재료는 대부분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원재료를 감싸주는 핵심 소재인 파우치는 여전히 일본에 100%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보복 1단계로 지난 4일부터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해 파우치 수출길까지 막으면 한국 배터리산업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파우치 수출 규제 나서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모든 배터리 제품이 파우치를 쓰는 리튬폴리머전지다. 삼성SDI는 소형(휴대폰)에 파우치형, 중대형(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에는 파우치가 필요 없는 각형(금속상자)을 쓴다. 일본에서 수입하지 못하면 휴대폰부터 전기차까지 파장이 확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배터리 파우치는 플라스틱과 접착제, 알루미늄을 층층이 쌓아서 만든다. 7겹(소형)~9겹(중대형)을 쌓으면서도 두께는 소형이 0.1㎜, 중대형이 0.15㎜에 불과하다. 산소에 닿기만 해도 불이 붙는 고순도 리튬 등 반응성 높은 재료를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면서도 가볍고 유연성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배터리 원가에서 파우치는 약 12%를 차지한다. 양극재(39%)와 분리막(16%)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글로벌 파우치 시장은 일본의 DNP와 쇼와덴코 등 두 회사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연매출 10조원, 영업이익률 20% 이상을 유지하는 초우량기업이다. 매년 연구개발(R&D)에만 2000억~3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NP는 파우치 외에도 각종 필름류에, 쇼와덴코는 에칭가스 등 화학제품에 강점이 있다.

DNP와 쇼와덴코는 중국 시장에는 고품질 파우치를 ㎡당 최고 6.5달러에 공급하면서 한국 3사에는 그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수요가 많은 중국에선 고가 방침을 유지하는 한편 한국에서는 국산화를 저지하기 위해 저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범LG가(家) 희성그룹의 희성화학은 2009년 파우치 개발에 들어갔으나 이 같은 저가 공세에 밀려 2017년 BTL첨단소재에 사업을 양도했다. BTL첨단소재는 효성 필름사업부 연구팀장 출신인 천상욱 대표가 2017년 설립한 기업이다. 농심그룹 계열사인 율촌화학은 세계 시장점유율 3%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나 모두 중국에 판매한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배터리 3사

배터리 3사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TL첨단소재, 율촌화학과 해외업체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품질과 가격을 일본 수준으로 맞춘다 해도 생산설비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면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고 우려했다.

파우치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최근 4년(2015~2018년)간 배터리소재 관련 국가연구과제는 양극재 530건, 음극재 618건, 분리막 246건, 전해액 140건으로 4대 원재료에 1500건 이상 쏠렸다. 반면 파우치는 10건에 불과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산 파우치 사용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셀렌테크놀로지는 2016년 일본의 파우치 업체 토판을 인수한 이후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에 공급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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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당국 부문과 보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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