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영하 80도서 끄떡없는 '초단열' 기술, 한국서 상용화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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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군인들에겐 방한복, 방한화 등 단열 제품은 필수다. 잠수부를 위한 특수 잠수복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에서 추울 때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휴대전화도 단열 소재로 만든 주머니에 넣으면 배터리 방전을 막을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중소기업 광장이노텍은 단열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어로젤’을 연구,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마치고 군인용 전투 방한화 등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에어로젤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도 아직 제품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련 기술과 특허를 확보해 단열 소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모래 성분 이용한 에어로젤...-80도 드라이아이스 한기도 차단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에어로젤은 이산화규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산화규소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래나 유리에 주로 함유돼 있다. 물질의 상태인 고체, 액체, 기체 중 열전도가 가장 잘 이뤄지는 것은 고체다. 반대로 기체는 고체, 액체 상태에 비해 열 전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겨울철 방한 내의에 에어층이 있는 섬유를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열 전도율이 낮은 에어층을 섬유에 적용해 단열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산화규소 전구체(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에 알코올 등이 포함된 특수 액체를 섞어 ‘젤’ 형태로 만들었다. 먹는 ‘묵’과 유사한 형태다. 이 젤에 포함된 액체 성분을 수축 없이 뽑아내 수십 나노(10억분의 1미터) 사이즈의 기공이 있는 다공성 물질로 만들었다. 이 소재 내부 기공은 자연스럽게 공기로 채워진다.

서동진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에어로젤의 기공은 공기 분자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작아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단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묵처럼 만들어진 젤에 있는 수분을 고온, 고압 기술을 이용해 형태를 망가뜨리지 않고 뽑아내 초다공성 이산화규소를 만드는 게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제품화를 위한 에어로젤 스퀘어(오른쪽)와 이를 깔창 등에 적용한 방한 전투화. / 광장이노텍 제공


에어로젤 소재를 만들었다고 바로 여러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소재 자체가 워낙 부서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광장이노텍이 해결했다. 이 회사는 ‘다중구획 충진기술’을 개발, 에어로젤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 ‘에어로젤 스퀘어’ 소재를 개발했다. 원상태의 에어로젤이 부서지지 않도록 성형하고 코팅해 다양한 단열 제품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만든 게 핵심이다.

임석우 광장이노텍 대표는 “에어로젤 소재를 변형없이 섬유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은 미국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며 “접히거나 구겨져도 원래 성능을 유지하는 유연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렇게 개발된 에어로젤 스퀘어 소재는 영하 80도의 드라이아이스의 한기도 막을 수 있다. 단열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 5000원만 추가하면 초단열 전투화 가능...적외선 탐지 회피 ‘탁월’

연구진과 광장이노텍은 현재 극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전투화 시제품을 만들고 군 공급을 논의 중이다. 군 납품 전투화 가격에 5000원 가량만 추가하면 깔창과 신발 윗면, 뒷부분에 에어로젤 스퀘어를 적용해 초단열 방한화를 만들 수 있다.

에어로젤 스퀘어를 적용한 전투복이 실제로 적외선 탐지를 회피할 수 있는지 측정하고 있다. / KIST 제공

야간 침투시 적의 적외선 탐지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적외선은 보통 열 반응으로 탐지하는데 초단열 소재로 만든 전투복으로 온몸을 감싸면 적외선 탐지 장비에 걸리지 않는다. 일상 생활에서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혹한과 혹서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상 의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전자부품 소재, 배터리, 자동차, 우주항공 등도 대표적인 응용 분야다.

임석우 광장이노텍 대표는 “이미 미국 및 유럽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방한복과 방한화에 적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군용뿐 아니라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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