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해야 중좌(중령) 편제인 조직부 부원이 곧바로 중장이 맡고 있는 사단장에 오른다는 것이 말이 되냐. 아무리 현송월의 뒷배가 커도 체육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사단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
부정적 여론 등으로 사단장 인사 처리가 지지부진해진 사이 리종무 중장이 치료를 받고 복귀했다. 사단장 인사는 없던 일이 됐다.
북한군 7·27사단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조직이다. 이는 인민무력성 소속 1군인 4·25체육단과 2군인 소백수체육단, 호위총국 소속 리명수체육단, 각 군단 체육단 등 북한 군부 체육단들을 총망라한 조직이다. 7·27사단장은 북한군의 체육상이라 할 수 있다.
리종무 사단장도 북한 최대 체육단인 4·25체육단장을 지내다가 2012년 장관급인 북한 체육상에 올랐고 2016년 7·27사단장으로 왔다.
북에선 7·27사단장이 인민무력상이나 총참모장, 총정치국장보다 더 선망받는 자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 스포츠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후방 공급 및 기자재 공급은 북한에서 최상이다. 달러와 육류를 많이 만질 수 있는 자리라는 뜻이다. 검열을 피해 부정 축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 언제 숙청될지 모르는 장관보단 훨씬 안전하고 재물도 많이 모을 수 있다. 각종 대회 때마다 자유롭게 외국 구경도 할 수 있다.
최부일 노동당 군사부장은 과거 이곳 사단장을 지내다가 군 부총참모장으로 승진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사단장 전용차 벤츠의 키를 가지고 달아났던 일도 있다. 국정원이 2015년 숙청됐다고 발표한 현영철 전 북한군 총참모장도 7·27사단장 자리를 무척 탐냈다. 그가 사단장이 됐다면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리종무 사단장은 유머러스한 언변술로 김정일과 고용희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사람이다. 그의 자리를 넘보던 사람들 모두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유교사상이 팽배한 북한에서 현송월의 남편은 이번에도 출세 시도가 실패해 기가 크게 꺾였을 듯하다. 자신은 부원에 불과한 데 비해 아내는 김정은 체제 들어 모란봉악단장, 대좌, 노동당 후보위원, 노동당 부부장 등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송월은 김정은과 어떤 사이일까. 한국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가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고 알고 있다. 2015년 12월 현송월을 단장으로 하는 북-중 친선 공연단이 공연 3시간을 앞두고 전격 귀국하면서 이런 소문이 더 커졌다.
북에서도 현송월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12월 현송월이 책임진 모란봉악단 지방순회공연 때에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김씨 일가의 경호를 맡은 국가보위성 5총국이 호위를 담당했다. 김씨 일가 외 5총국의 경호를 받은 사람은 현송월이 유일하다. 이를 지켜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김재룡 총리도 현송월 앞에선 꼼짝 못 하고 공손해졌다. 권력자의 귀에 누가 더 가까운지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송월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는 실체적인 증거는 없다. 일반인 남녀가 선을 넘어 비정상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짐작만 할 뿐 둘의 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 남녀의 문제는 둘이 입을 다물면 제삼자가 알 방법이 없다. 하물며 전국에 널린 김정은의 비밀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북에 거의 없다. 아니 알아도 말을 할 수 없다.
최근 현송월이 김정은의 아이를 낳았다는 말까지 나오지만 이건 더욱 증명할 수 없는 일이다. 본부인인 리설주가 낳은 셋째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데, 현송월이 김정은의 아이를 낳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이는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일이라 현송월조차 발설할 수 없는 비밀이다.
모든 상황을 차치하고 김정은이 현송월의 남편까지 챙길 생각은 없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마음만 먹으면 장성도 시켜줄 수 있었을 것이다. 현송월에 대한 김정은의 신임도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