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4년새 年매출 14배 성장
IT플랫폼 갖춘 네이버도 가세
손정의 지원받는 쿠팡 쇼핑으로 눈 돌린 네이버
◆ 명예기자리포트 (上) ◆
앞으로 신(新)유통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의 대결이 될 수 있다. 신유통이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오프라인, 물류가 결합한 새로운 유통 개념으로 알리바바 회장인 마윈이 처음 주장했다.
먼저 쿠팡 대 반(反)쿠팡의 대결구도가 벌어진 이유는 유통 시장 내 최후 승자가 곧 판가름 날 것 같았던 '치킨게임'에서 소프트뱅크라는 돌발변수가 2015년에 이어 2018년에도 나왔기 때문이다.
2010년 티몬, 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온라인 진영의 대표선수로 등장했다. 온라인 유통의 폭발적인 성장에 오프라인 업체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격전쟁을 시작했다. '가격의 끝'이라는 슬로건으로 이마트는 당시 사흘간 기저귀 2만1400개를 판매하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분유와 여성용품으로 이어졌던 가격경쟁에 티몬과 위메프가 가세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 양상으로 경쟁구도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양쪽 진영 모두 적자 폭이 커졌으며, 이마트도 적지 않은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실탄이 떨어지면 곧 정리될 것 같았던 유통시장의 '치킨게임'은 쿠팡의 2015년과 2018년 대규모 투자유치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쿠팡의 폭발적인 성장에 추가적인 자금이 투입되면서, 이는 곧 유통시장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이 아닌 쿠팡과 쿠팡 외 유통 진영 간 싸움으로 시장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쿠팡은 국내 온라인 시장점유율이 7%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쿠팡은 현재 국내 유통시장의 가장 큰 이슈 메이커다. 2014년 3500억원 수준이었던 쿠팡 매출은 지난해 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2월 쿠팡 고객의 월 카드결제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이마트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은 카드 외에도 현금, 상품권 결제가 있어 카드결제만 놓고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힘들지만 쿠팡이 무서운 속도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위협하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쿠팡은 물류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누적 적자가 2조6000억원을 넘어섰지만, 택배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 13%를 차지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쿠팡은 2015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조성한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추가로 투자받으며, 이제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데카콘(Decacorn)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쿠팡의 폭발적인 성장 과정은 마치 베트남전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프랑스에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보응우옌잡 장군의 게릴라 전술인 3불(三不) 전략을 연상시킨다.
경쟁자가 원하지 않는 시간에 '배송'을 하고(회피전략), 경쟁자가 원하지 않는 '온라인 가격 경쟁'이라는 장소에서 싸움을 벌였으며(우회전략), 'IT기업으로서의 역량 강화'로 기존 유통업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성장(혁파전략)을 거듭해왔다.
쿠팡의 선제적 전략은 기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다양한 대응을 이끌어내며 시장 내에 쿠팡 대 반쿠팡 전선이 형성된 이유가 됐다. 이러한 표면적인 경쟁구도가 세간의 이목을 떠들썩하게 집중시키는 가운데 최근 들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온라인 포털 기업인 네이버다. 과거 포털 기업들은 쇼핑 검색기능을 통해 고객의 제품 주문을 오픈 마켓이나 종합몰로 전송했다. 따라서 포털 기업들은 광고 검색시장 내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유통시장에서 그들만의 내부적인 경쟁이 일반적이었다.
네이버가 자체 쇼핑 기능을 강화하면서 이들 경쟁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네이버를 통해 바로 주문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네이버가 유통업체와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특히 앱을 통해 제품을 검색하고 주문으로 바로 연결하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네이버와 유통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놓고 맞대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에서 높은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절대적인 트래픽을 자랑하는 네이버는 향후 유통시장의 잠재적 최대 경쟁자로 떠오를 확률이 높다.
[민정웅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 도움 =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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