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투기 쓰레기 단속 중, 총 든 남자 발견
초등학교 들어가자 붙잡고 경찰서로 넘겨
"총을 들고 있는 것 같았어요. 개머리판도 없는 조잡한 형태긴 했지만, 장총인 건 분명했어요."
황 주무관이 운전 중인 동료에게 "저 사람이 들고 있는게 총인 거 같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는 "도심 한복판에서 무슨 총이냐. 말도 안된다"고 대꾸했다.
황 주무관도 "사실 말이 안되는 상황인 게 맞다"면서도 "근데 군생활을 12년 하고 상사로 전역해서인지, 얼핏 봤지만 총이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침 청소차량이 회차를 하는 구간이어서 황 주무관은 수상한 남자의 거동을 자동차 백미러를 통해 계속 지켜볼 수 있었다. 남자는 횡단보도를 건너더니 근처 초등학교 교문으로 들어갔다.
황 주무관은 자신도 모르게 차를 세우라고 소리를 지르고 곧바로 초등학교로 뛰어갔다. 방학이었지만 교문이 열려있었고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 여럿 모여 있었다. 학교 보안관은 서류 작업을 하느라 남자가 교문을 통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황 주무관은 학교보안관에게 "지금 뭐하냐. 빨리 저 남자 잡으라"고 다그쳤다. 이미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남자는 학교보안관이 호루라기를 불며 불러세우자, 갑자기 교문 밖으로 뛰쳐나가 골목길로 도망쳤다. 황 주무관은 청소차를 잡아타고 남자가 도망간 골목길의 출구 방향으로 미리 가서 대기하다 붙잡았다. "매일같이 청소하러 다니는 길이라 손금보듯 훤하죠. 나올 곳이 뻔하니 그 앞에서 기다리다 붙잡고 총부터 빼앗았습니다."
황 주무관은 "맨손으로 진짜 총을 든 사람을 쫓아가 맞섰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가슴이 철렁하긴 했다"면서 "하지만 수상한 사람이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이제 경력 2년차인 늦깎이 공무원"이라고 소개하면서 "평소 남 돕는 걸 좋아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라 공무원 일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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