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해본 적 있지? 우리랑 같이 하자”… 리모델링 수주에 컨소시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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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1. 오후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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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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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수주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건설업계에서 리모델링 시공 경험이 있는 기업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이제 막 리모델링 시장 진출에 나선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을 경험한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맺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건물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리모델링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본 시공사에 대한 몸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리모델링 준공실적을 갖춘 건설사는 6곳(삼성물산·쌍용건설·포스코건설·DL이앤씨·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 정도다.

오금 아남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 전경/쌍용건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모델링 시장에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공사규모 7000억원 규모의 성동 금호벽산 리모델링 사업지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맺고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리모델링 준공 경험이 없고, 삼성물산이 리모델링 준공 경험이 있다. 서초구 방배동의 래미안 방배애비뉴, 강남구 청담동의 래미안 로이뷰, 강남구 삼성동의 래미안 대치하이스턴이 삼성물산의 리모델링 작품이다.

국내 최대 규모 리모델링 공사로 관심을 모았던 ‘가락 쌍용1차아파트’의 시공사는 쌍용건설 컨소시엄으로 선정됐다. 이 곳의 공사비는 8000억원에 달한다. 컨소시엄은 쌍용건설(26%), 포스코건설(26%), 현대엔지니어링(25%), 대우건설(23%)로 구성됐다. 이 중 현대엔지니어링은 리모델링 시장에 갓 진출해 준공 경험이 없다. 쌍용건설은 당산 쌍용예가, 도곡 쌍용예가, 방배 쌍용예가, 밤섬 쌍용예가 등을 리모델링한 경험이 있다. 포스코건설도 2014년부터 리모델링 전담부서를 꾸려 개포 더샵 트리에를 준공했다.

경기도 군포의 개나리13차는 포스코건설과 현대건설이, 경기도 광명의 철신한신 리모델링 사업은 쌍용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공사를 수주했다. 경기도 수원의 신성·신안·쌍용·진흥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지는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아직은 관련 노하우를 쌓지 못한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재개발과는 달리 건물 골조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고 주택 면적을 넓히는(수평 증축) 등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이미 리모델링 성공한 A아파트의 경우는 보강 작업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골조를 남겨두고 철거한 상태에서 보니 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데다 중심축이 살짝 기울어진 것을 발견돼 대대적인 보강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보강 장치를 하지 않은 채로 수평 증축을 하고 지하 주차장을 건설할 경우 안전상 위험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아파트를 준공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아파트의 하자는 벽지가 잘못 붙여지는 등의 마감하자가 있을 뿐이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잘못하면 골조하자가 생기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리모델링 시공 능력을 보유했는 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것도 컨소시엄 수주가 늘어나는 이유다. 지금까지 리모델링 사업에는 대형 건설사보단 중소형 건설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일종의 틈새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급격히 늘면서 수주 정보를 다 챙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혼자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는 없으니 규모가 크고 신용도 좋은 건설사와 짝짓기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건설사의 리모델링 사업 수주액은 총 8조666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수주액(7조2791억원)보다 1조원 가량이 늘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준공 실적을 갖춘 건설사들에 대한 구애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어지는 건설사고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광주에서 벌써 두건이나 건설사고가 크게 나는 등 최근 건설현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만큼, 리모델링 시장에서도 성공 사례를 갖춘 건설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준공 실적을 갖출 때까진 컨소시엄 형태의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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